(사진=자료사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 암살을 계기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에 대한 비자면제 협정을 취소하기로 하는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현실화 되고 있다.
이에 북한은 문제가 불거진 국가에 외교 인력을 급파하는 등 외교 무대에서 총력 방어전에 나섰지만 실효를 거둘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국제사회 대북 비난·압박 고조말레이시아 정부는 지난 2009년 맺은 북한과의 비자면제협정을 오는 6일자로 취소한다고 2일 밝혔다.
김정남이 지난달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북한 배후로 추정되는 용의자들에 의해 암살 당했지만, 북한은 암살 사건의 배후임을 부정하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양국 외교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다.
최근 영국 상원의원들이 김정남 암살과 관련해 북한 정권을 규탄하는 언사를 쏟아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일 보도했다.
영국의 캐롤라인 콕스 상원의원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조이스 에인리 영국 외교부 국무상(차관)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북한 정권을 규탄하면서 영국 내 탈북민들의 안전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또 데이비드 앨튼 상원의원은 "김정남 암살에 VX 신경작용제를 사용한 건 끔찍한 일"이라며 "북한의 인권 침해 가해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는 권고안을 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김정남 암살 사건을 계기로 9년 만에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27일 유엔안보리 결의안에 따른 추가 대북 제재안을 추가 발표했다.
이로써 북한은 인도주의적인 무역이나 서비스 외에 금융 거래, 인적 거래 등 대부분의 거래와 광물자원 등에 대한 교역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북한의 혈맹인 중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중국의 주요 항구에서 북한 선박이 일제히 자취를 감췄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했다.
최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유엔인권이사회 연설에 이은 제네바 군축회의에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재검토 등 단호한 조치를 촉구했다.
◇ 다급해진 北, 총력 방어 나서국제사회의 대북 비난 여론과 압박 수위가 높아지자 북한도 적극 대응에 나섰다.
주용철 북한 주(駐)제네바 대표부 참사관은 28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북한이 VX로 김정남을 암살했다는 혐의에 대해 "북한은 결코 화학무기를 생산·비축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주 참사관은 윤병세 장관 발언에 대해 "비열하고 터무니없다"고 비판하면서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사건에 관한 의혹이나 가정을 모두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비자면제협정 취소에 이어 단교(斷交) 조치까지 거론되는 말레이시아에는 리동일 전 유엔 차석대사를 각각 급파하는 등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리동일을 단장으로 한 북한 대표단은 28일 현지에 도착해 말레이 고위층과 접촉하거나 접견을 시도하면서 체포된 북한인 리정철의 석방을 요구해왔다.
말레이 언론에 따르면 현재 세팡경찰서에 구금돼 있는 리정철은 오는 3일 북한으로 추방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 북한산 석탄 수입을 금지한 중국에는 리길성 외무부 부상이 방중해 우호관계를 확인했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1일 리 부상과 면담을 갖고 "전통적인 중북 우호 관계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며 "양국 관계의 건강한 발전을 원한다"고 말했다.
국제 관계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교적 고립를 탈피하기 위해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방어전을 펼치고 있지만 이미 대세로 굳어진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대북 압박 공조 분위기를 거스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