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롯데그룹이 국방부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교환 계약을 체결한 직후부터 중국의 사드 보복이 더욱 구체화, 노골화되고 있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속수무책이다.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한류를 기점으로 중국 시장 의존도가 큰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물론, 화장품이나 자동차, 휴대전화 등 한국산 불매운동 확산 조짐까지 일면서 국내 기업들은 수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국 현지 여행업계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수도인 베이징에 이어 전국적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금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을 표적으로 한 보복 조치도 도를 넘었다.
지난 2일 롯데인터넷 면세점 홈페이지가 해킹 당해 약 3시간 가량 마비됐다가 복구됐다. 롯데마트 납품 거부 사태도 일어나고 있다. 중국 롯데그룹 홈페이지는 사드 부지 계약 이후 접속 불가 상태다.
중국의 이런 초강경 대응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중국은 지난해 말부터 한국산 화장품을 서류 미비 등의 이유를 대며 통관시키지 않거나 과자나 김, 라면 수출도 막는 등 우리 정부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는 줄곧 공식 메시지를 통해 연내 사드 배치를 강행할 뜻을 비춰왔다.
그러던 중 미국 트럼프 신 행정부가 출범하며 사드 등 MD체제를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한미일의 동맹 구도를 강화하는 한편 중국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중국도 본격 대응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이같은 중국의 '사드 보복'에 뾰족한 대책 없이 발만 동동 구르다시피 하고 있다.
중국 측 조치가 세계무역기구(WTO) 조항을 위반한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제소를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취한 명시적 조치'란 점이 밝혀지지 않으면 애매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곤란함을 호소했다.
지난 2일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는 북한 핵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의적인 방어조치"라며 "원칙을 당당하게 견지해나갈 것"이라고 재차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사드 관련 중국 내 여러 움직임에 대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며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외국기업들의 대중국 투자와 진출을 환영하며, 법에 따라 진출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유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노골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중국의 조치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만 강조한 것이다. 구체적인 대책에 대한 답은 나오지 않았다.
또 황교안 권한대행은 3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사드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 등을 의식한 듯 "(사드배치는) 어떠한 제 3국도 지향(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드배치가 본격화되면서 중국 측 반발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중국 측 조치를 계속 모니터링 하면서 중국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고 필요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줄곧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눈에 보이는 정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모습에 기업들은 답답함만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지나치게 저자세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사드 보복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