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발해온 중국이 자국민들의 한국 관광을 통제하는 등 본격적인 보복 조치에 나섬에 따라 수교 25년을 맞는 한중 관계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준(準)단교 가능성을 언급하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성주 사드 포대를 선제타격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등 양국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있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2일 중국 상위 20대 여행사를 소집해 오는 15일부터 한국행 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하라는 구두 지침을 내렸다.
중국 인민일보 해외판 SNS인 샤커다오(俠客島)는 최근 "일단 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중국은 한국과 준(準)단교 상황까지 가는 것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28일 "사드 배치가 중국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라고 한다면 롯데의 경솔한 결정은 악당의 앞잡이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중국은 이런 롯데를 절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가 롯데에 보복 조치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중국 정부는 법·규정을 지키는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환영하며 합법적인 권익을 보호할 것"이라면서도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자면 외국 기업의 중국 내 성공 여부는 결국 중국 소비자에 달렸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뒤로는 실질적인 보복조치를 가하면서도 겉으로는 소비자들을 앞세워 외교적 비난을 피하려 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공산당이 통제 지배하는 중국의 경우 중앙정부의 공개적인 지시가 없더라도 각 경제 기관이나 관련단체가 '알아서 하는 구조'라며 향후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면우 세종연구소 외교안보전략실장은 "동북아에서 영향력을 키우려는 중국이 그동안은 북한 핵문제 해결 등의 어려움에 따라 한국을 달래 온 측면이 있다면 이번에는 미국을 염두에 두고 한국 때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실장은 "한중 수교 중단 사태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앞으로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가 이뤄질 것 같다"며 "그렇더라도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 핵·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한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도 없는 것이어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그러나 중국에 끌려가기 시작하면 한도 없다"며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금지에 대한 일본의 대응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중국은 일본 전자 제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희토류 수출을 금지시켰지만 일본은 단기 손실을 감수하고 수입선 다변화로 맞섰다. 결국 희토류 가격 폭락이 중국에 손해를 입혔다.
일본은 2012년 중일 갈등 때도 냉정하게 대응했다. 2012년 9월 당시 일본 민주당 노다 정권이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선언하자 중국은 즉각 전방위 보복에 나섰다.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격화됐고, 일본 관광 금지조치가 취해졌다. 성난 시위대가 일본 차를 부수는 등 반일감정은 날이 갈수록 격화됐다.
결국 10월 한 달 만에 도요타 혼다 닛산의 중국내 판매량이 반토막이 났고 일본에 몰려들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도 전년대비 34%나 급감했다.
그러나 일본은 물러서지 않았고 2012년 말 출범한 아베 2차 정권은 오히려 센카쿠 영유권 주장을 더 노골적으로 주장하며 우익노선을 강화했다.
영토주권을 위해선 중국의 단기적인 보복은 감내해야 한다는 국내 분위기와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금지 조치 당시에 쌓은 경험이 냉정한 대처의 밑거름이 됐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중국과의 분쟁을 계기로 새로운 공장건설이나 투자를 중국 대신 동남아 등지로 돌려 중국 의존도를 낮췄다.
일본의 수출액 중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19.7%에서 2014년 17.5%로 떨어졌고 중국 시장 공략도 홍콩 대만 태국 등의 화교 기업들과 손잡고 진출해 보복 위험을 피했다.
현재 중일 무역 경제관계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일본 기업에 대한 장기보복은 결국 중국 소비 투자에 마이너스가 된다는 것을 중국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과 일본의 상황이 같을 수는 없다. 더욱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한 중국의 역할도 필요하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에는 두 나라가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까지 격상함으로써 북한문제와 향후 통일 여정에서 중국의 적극적 협력을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후 중국 측이 보여준 태도는 이런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유지, 그리고 관련 국가들의 냉정과 자제를 요청'한다는 미명 하에 사실상 북한을 배후 지원하고 한반도 분단 상황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25년 된 한중 수교가 단절되면 두 나라 모두 손해"라며 "사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충분히 전달하려는 노력과 함께 경제보복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대응하면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분산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