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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이 되살린 대한민국…헌재 앞에 놓인 '갈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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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이 되살린 대한민국…헌재 앞에 놓인 '갈림길'

    촛불·친박 집회 현장 상반된 풍경…적폐청산 '도약'이냐 우경화 '퇴보'냐

    헌재판결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9차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겨우내 불타오른 촛불항쟁의 열망은 헌정질서를 유린한 박근혜 정권 퇴진 너머 새로운 세상에 이미 닿아 있었다. 그곳은 해방 뒤 지난 70여 년간 켜켜이 내려앉은 적폐를 청산한 대가로 누리게 될, 보다 정의롭고 평등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이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번 주에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 사회는 새 세상을 향해 한 단계 도약하느냐, 다시 한 번 좌절과 시련을 맛본 채 주저앉느냐의 갈림길에 섰다.

    완연한 봄을 알리는 절기인 경칩을 하루 앞둔 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열아홉 번째 촛불집회는 '도약'을 향한 희망과 활기로 가득찬 축제였다. 비교적 따뜻한 날씨 덕에 이른 오후부터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 참가자들이 주를 이뤘다. 오후 6시 본집회가 시작된 뒤에도 촛불 인파는 밀려들고 또 밀려들었다.

    집회 현장에서는 "박근혜를 구속하라" "헌재는 탄핵하라" "황교안도 물러나라"는 구호가 메아리쳤다.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은 사회자가 촛불집회와 친박집회를 비교하며 "진실과 거짓, 민주주의와 독재, 정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규정한 데 환호했다.

    시민들은 삼성반도체 노동자로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고 황유미 씨 10주기를 맞아 무대에 오른 아버지 황상기 씨 등의 연설에 눈시울을 붉혔다. 퓨전 국악 공연으로 선보인 '비나리' '아리랑'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접하면서는 4·19혁명, 5·18광주민주화항쟁, 6월항쟁을 거쳐 지금의 촛불항쟁으로 하나된 '우리'를 되짚어보는 듯 진중했다.

    그렇게 촛불항쟁으로 불타오른, 더 나은 한국 사회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은 정권 교체 너머를 바라보며, '각자도생'을 강요해 온 부조리하고 불평등한 체제의 변혁을 촉구했다.

    이날 오후 7시 20분쯤 찾아간 덕수궁 대한문 앞,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 집회 현장에는 여전히 귀를 찢는 군가가 울려 퍼졌다. 낮부터 내내 두 발로 서서 중앙무대를 향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었을 집회 참가자들의 모습은 지쳐 보였다.

    ◇ 친박집회 잔악한 말말말…노인들은 동원되고 있었다

    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의 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에서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이곳 친박집회 현장 한켠에서 담배를 피우던 세 노인의 독기 어린 대화가 귀에 들어왔다. "문재인 그 XX놈, 돈이 얼마인 줄 알아? 빨갱이XX, 사기꾼XX. 국민들을 살살 꼬셔 갖고." "그걸로 11조를 챙겨서 돈 세탁하려고 하는 거야." "에이, 나라가 망하려고… 이렇게까지 살았는데." "내가 박근혜 같았으면 바로 특전사 푼다. 저 촛불 다 쏴 버려야 돼." "군인이 나와야 돼. 그래야 나라가 유지돼."

    근거도 없고, 책임지지도 못할 잔악한 말들. 이 와중에 무대에서는 자유한국당 박대출(56·경남 진주갑) 의원의 연설이 이어졌다. 박 의원은 "3·1절 태극기 집회가 헌정사상 최대 규모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가 나와야 하는데 없었다"며 "참가 인원이 (촛불집회의) 20배라는 기사도 없었다. 왜곡·편파·축소 보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두세 차례 "(집회 취재하는) 기자들 잘 들으라"며 강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친박집회 참가자들은 동원되고 있었다. 앞서 이날 오후 1시쯤 지하철 왕십리역에서 마주친 한 노인은 휴대전화에 대고 "친구들이 하도 나오라고 해서 (오늘) 두 번째 나간다"고 푸념했다. 이 역에는 마치 의식을 치르듯이, 깃대에 매단 커다란 태극기를 어깨에 걸친 채 엄숙한 표정으로 활보하는 두 노인도 눈에 띄었다.

    오후 1시 30분쯤 도착한 대한문 앞은 친박집회 시작 30여 분을 앞두고 예행연습 중이었다. 무대에 오른 사회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에게 "군가가 많이 나올 테니, 발을 구르며 태극기를 흔들어야 한다" "오늘 집회는 헌재 탄핵이 '각하'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 작가 심용환(41)은 3일 CBS노컷뉴스에 "친박집회는 보수 우파의 집회로 부를 수 없다"며 "집회에 성조기나 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나오는 행태는 일본 등 외국의 우파 집회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행태(☞참고 기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촛불항쟁을 두고 "기적적인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다만 아주 냉정하게 얘기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국가적 위기나 독재·억압보다는 특정 개인의 부정부패에 더욱 분노하는 경향이 있다. 그 우선순위가 바뀌는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는 4·19혁명을 통해 혁명을 맛봤고, 6월항쟁으로 제도적 민주주의를 지켜냈다"며 "지금의 촛불항쟁은 실질적인 민주주의를 관철시킨 새로운 시작점, 좋은 경제 생태계와 사회 질서를 만들어낸 발화점으로 기억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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