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제공)
세계 최초 상용화 두고 한·중·일 경쟁 고조
중국 업체들이 5G(세대) 통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일본·한국의 뒤를 쫓아 5G 표준화 작업 과정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통신 굴기'를 꿈꾸고 있다.
지난 2일 스페인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obile World Congress·이하 MWC) 2017'에서는 5G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 업체들의 거침없는 행보가 두드러졌다.
중국의 대표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제1전시장에 5G를 내세운 홍보 부스를 설치했고, ZTE는 메인 전시장으로 불리는 제3전시장 내 대규모 전용관을 아예 5G 콘셉트로 꾸몄다.
중국 1위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은 지난달 28일 MWC 현장에서 미국(AT&T)·일본(NTT 도코도)·영국(보다폰)의 대표 통신사 3곳과 함께 '글로벌 5G 테스트 서밋'을 열어 5G 표준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5G 생태계 구축을 위해 2018년 6월까지 첫 번째 표준화를 달성하고, 2019년 12월까지 표준화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여기에는 화웨이와 ZTE를 비롯해 에릭슨, 인텔,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업체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 화웨이 양 차오빈 사장은 "화웨이는 업계 전반의 파트너십을 통한 개방적이며 혁신적인 접근방식을 유지하며 5G 테스트를 촉진하고, 5G 주요 기술 혁신을 주도할 것"이라며 5G 주도권을 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미 중국 업체들은 세계이동통신표준화기구 3GPP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3GPP에 참여하는 전문 인력의 60%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오붐(ovum)에 따르면 2021년 말 중국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G 가입자를 확보할 전망이다.
중국 업체가 5G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는 정부의 의지가 큰 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 5G 추진을 위한 대규모 조직을 꾸린 데 이어 하반기에는 5G 상용화를 위한 로드맵을 공개했다. 5천억위안(약 84조원)을 들여 2018년 대규모 테스트, 2019년 5G 네트워크 구축 등을 거쳐 2020년 5G 상용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애초 중국 정부는 5G 전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MWC에서 화웨이는 2020년 이전까지 5G 상용화가 힘들 것으로 보고, 4G에서 5G로 넘어가는 과도기적인 개념의 4.5G를 제안하기도 했다. 차이나 모바일도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5G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중국이 5G 상용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배경에는 5G 중심으로 세계 통신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는 데다 한국 등 경쟁국들이 2020년 전에 상용화를 추진한 것이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추진해온 KT의 황창규 회장은 올해 MWC 기조연설에서 2019년 5G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고, SK텔레콤 역시 같은 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은 2020년 도쿄올림픽을 기회로 5G의 본격 상용화를 노리고 있다. NTT도코모는 올해 5월 도쿄 일부 지역에서 5G를 체험할 수 있도록 계획이다.
5G 망을 조기에 구축하면 기술 선점 효과를 누리게 돼 향후 사업에 유리하다. 글로벌 업체들이 앞다퉈 5G 상용화에 뛰어드는 이유다.
하지만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경쟁 업체들의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이미 통신 장비 부문에서 글로벌 입지를 다진 데다 정부의 의지까지 더해지며 5G 주도권 확보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며 "미국·일본·한국에 이어 중국까지 가세하면서 5G 상용화를 둘러싼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