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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보도에서 피해여성은 왜 '꽃뱀'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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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보도에서 피해여성은 왜 '꽃뱀'이 되나

    3·8세계여성의날 정책 토론회…"관음증 자극하는 소설 같은 보도, 성폭력 통념 강화"

    (사진=자료사진)

     

    "보도에 나타나는 여성과 관련된 폭력, 특히 성폭력의 경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건을 흥미 위주로 자세하게 설명해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성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만을 유발한다."

    3·8세계여성의날을 하루 앞둔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는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소장은 '미디어 속에 나타나는 여성폭력의 문제점과 대안 모색'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디어에서 성폭력 통념을 강화하는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러한 보도는 재연, 그래픽, 삽화 등을 함께 보여 주면서 사건의 본질과 재발방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관음증만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가 인권위 용역을 받아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메인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 전체 성폭력 사건 보도 151건 가운데 사건의 상세한 보도·재연, 그래픽, 삽화 등으로 2차 피해를 유발한 보도 건수는 72건(47.7%)에 달했다.

    윤 소장은 "성폭행이나 성추행 삽화의 경우 피해자, 가해자 모두를 볼을 빨갛게 표현해 마치 에로비디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고 비판했다.

    "성폭력 보도의 또 다른 문제는 가해자를 옹호하고 피해자를 탓하는 등의 성폭력 통념을 확대·재생산한다"는 것이 윤 소장의 진단이다.

    그는 "이는 가해자 지인과 가족 인터뷰를 통해 많이 나타난다. 이러한 인터뷰는 비판적인 시각 없이 그대로 내보내 사실인 것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기자가 멘트를 통해 비판을 하더라도 왜 문제인지 자세한 설명이 없어, 인터뷰 내용만 보여지는 문제도 발생한다"며 "이는 지난해 발생한 한 섬마을의 '학부모·지역주민에 의한 집단성폭력사건'을 다룬 보도에서 잘 보여진다"고 꼬집었다.

    특히 가해자의 입장에 공감해 언론이 나서서 성폭력 사건을 무고로 몰고 가는 보도 태도를 지적하며 "이는 의료인과 유명인 등의 성폭력 기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피해가 발생해도 적극적으로 신고하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발생시키고, '피해여성=꽃뱀'이라는 인식을 확대·재생산한다"고 역설했다.

    윤 소장은 "사건과 무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보여주는 것도 문제인데, 유명인의 성폭력 보도에 자주 나타난다"며 "실제로 지난해 발생한 유명 가수 박 씨의 성폭력 사건 보도를 보면 사건과는 무관한 사건 발생 유흥업소의 모습·영업 행태, 화장실의 위치, 술값 등을 자세히 보도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러한 자극적인 보도는 사건의 본질을 흐리면서 성폭력이라는 심각한 범죄를 호기심의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리는 문제를 발생시킨다는 데 심각성이 크다"는 것이다.

    ◇ '여성이 각별히 조심하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일그러진 미디어

    7일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젠더폭력 근절 정책토론회 '현장의 목소리로 젠더폭력 근절 정책을 밝.히.다'가 열리고 있다. (사진=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미디어가 성폭력을 '여성이 조심하면 된다'는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도 큰 문제로 꼽힌다.

    윤 소장은 "특히 '혼자 있는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식의 보도는 여성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와 같은 언급은 여성만 조심하면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주의해야만 한다"고 꼬집었다.

    결국 언론이 다루는 성폭력 관련 보도의 문제점은 '편향된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러한 편향된 시각을 제어해야 할 관리·감독 기관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바로 미디어의 공적 규제 기관에 여성이 거의 없다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것이 윤 소장의 지론이다.

    그는 "특히 미디어의 내용 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여성이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며 "중요 미디어분야, 특히 미디어의 공적 규제·감독 기관의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이 최소 50% 이상 참여함으로써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성평등 관점에서 미디어 사업자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과 성평등한 콘텐츠 제작을 위한 미디어 교육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윤 소장은 "미디어 사업자 평가 항목으로 '여성 고용·간부 비율' '성평등 관점의 방송 콘텐츠 제작 여부' '미디어 종사자 성평등 교육 시행여부' '방송심의 30조 성평등 항목 관련 위반 횟수' 등을 포함해 총체적 평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이를 방송평가 등에 반영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제도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성평등한 콘텐츠가 제작될 수 있도록 미디어 종사자들이 성평등한 관점의 미디어 교육을 정례적으로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미디어교육 예산을 대폭 늘려 이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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