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취객을 무참히 폭행한 뒤 대로변에 두고 가 교통사고로 사망에 이르게 한 택시기사에 대해 경찰이 유기치사 혐의에 대한 인과관계 등 정황을 확보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취객을 잇달아 친 차량 3대 중 뺑소니를 저지른 운전자 2명에 대한 영장신청 여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경기 안산상록경찰서는 폭행 및 유기치사 혐의로 택시기사 이 모(43)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씨는 지난 1월21일 오전 4시55분쯤 안산시 상록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A(24) 씨를 10여 분간 10여 차례 폭행한 뒤 도로변에 두고 현장을 떠나, 뒤이은 교통사고로 A 씨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이 씨에게 폭행을 당하고 대로변에 남겨지자 다른 택시를 다시 잡으려 도로로 나왔다 3대의 차량에 잇따라 치여 숨졌다.
이씨는 이와 관련해 경찰에서 폭행혐의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A 씨를 도로에 두고 간 것이 사망과 연관이 있을지 예상치 못했다며 유기치사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1월 23일 입건한 이 씨에 대해 A 씨를 두고 간 부분이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는지 수사력을 집중했다.
이를 위해 그동안 사고가 난 장소가 동일한 시간대에 택시를 잡을 수 있는 곳인지, 인적이 많은 곳인지, 다른 교통수단이 있었는지 등 유기치사 혐의를 입증할 정황상 증거를 확보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결과 택시기사가 승객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가 A 씨가 사망에 이르렀다 판단해 영장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A 씨 부검 최종 감정결과가 나오는 대로 직접 차로 친 차량 운전자들에 대한 신병처리 문제를 결정할 방침이다.
A 씨를 처음 차로 친 뒤 사고 사실을 신고한 운전자 노 모(50) 씨는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A 씨를 잇달아 친 뒤 도주한 조 모(56) 씨와 정 모(51) 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도주차량) 혐의로 각각 입건했다.
경찰은 A 씨의 부검결과 "차량의 역과로 인해 비장파열이 직접 사인으로 추정된다"는 국과수의 구두소견이 나온 만큼 3번째 사고를 낸 운전자 정 씨가 직접적 사망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