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7일 탈당을 공식 선언하면서 김 전 대표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대표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이 나올 때까지는 입장 표명을 보류하고 당 밖에서 비문(비문재인)계 인사나 개헌파를 결집하며 이른바 '비패권지대'를 형성해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예상된다.
김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내가 할 일이 없어서 탈당하는 것"이라며 "탄핵 이후 정계의 여러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행동할 상황을 만들려고 떠난다. 제가 어떻게 결심할지는 그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헌재서 탄핵 인용되면 출마 여부 포함한 구상 밝힐 듯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조기대선이 급물살을 타게 되는 만큼 김종인 전 대표가 직접 대권 도전에 나서는 것을 포함해 거취의 향방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탄핵 인용이 되면 (국정농단 사태 등으로 쌓인) 분노를 푼 국민들이 통합을 요구할 것이고 어떤 대한민국을 만들지, 누가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쏠릴 것"이라며 "현재의 문재인 대세론과는 다른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대표 측은 탄핵 이후에 새로운 대한민국 건설을 위한 첫 걸음으로 '개헌'의 필요성이 다시 대두될 것을 기대하는 눈치다.
김 전 대표는 일단 직접 대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출마설'에 대해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라며 "미리 이야기할 수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선주자들 중 한국이 당면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아직 안 보인다"는 발언을 봐도 김 전 대표가 '킹메이커'가 아닌 '킹'으로 나설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15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회동을 가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만약 직접 출마하지 않는다면 특정 정당 입당보다는 제3지대를 통한 '빅텐트' 구성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많다. 이날 입당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전 대표는 "내가 어느 당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대표는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과 국민의당, 또 바른정당 및 자유한국당 내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을 규합해 원내 180석을 확보한 뒤 이들과 공동집권을 목표로 할 것으로 예상된다. 180석을 확보하면 개혁입법에 제약이 없고, 20석만 더해지면 개헌도 가능하다. 개헌을 위해 필요한 의석수는 200석이다.
김 전 대표는 이날 한국중견기업연합회 강연에서 "정치혁신의 가장 큰 대상은 헌법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번에 실패하면 개헌이 정상적 절차를 통해 다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회의 입법이 순탄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180석 이상의 의석이 확보가 되는 그런 정부 형태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서도 "앞으로 수립되는 정부는 180에서 200여 석 (규모로), 이렇게 좀 안정된 연립정부 구도로 가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구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지금 자유한국당이 그대로 대선에 임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는"고 말했다고 손 전 대표가 전하기도 했다.
◇ 탄핵 기각·각하되면 개헌 드라이브 걸 듯만일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될 경우 김종인 전 대표 운신의 폭이 더 커질 수 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의원은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거나 각하된다면 탄핵을 의결한 정치권과 국민의 갈등·분노를 극대화시킨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해 거센 후폭풍이 몰아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의 정치교체 요구가 커진다면 유력한 방안으로 개헌이 제기될 것이고 개헌을 위해 의원직까지 내려놓은 김 전 대표가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기대선이 무산되는 만큼 국회 내 개헌특위가 대선이 치러지는 12월까지 개헌안을 마련한 뒤 대선과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이 거론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 전 대표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39석)과 바른정당(32석)을 합해봐야 71석에 불과하고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서 얼마나 많은 의원이 김 전 대표의 '빅텐트' 구상에 합류할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민주 비문·국민·바른·자유 비박 ' 연대를 구축하더라도 문재인 대세론을 꺾을 대선후보를 선보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향후 행보와 무관하게 김 전 대표의 탈당은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에 일정 부분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비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내에서 문 전 대표와 다른 이야기를 하면 존중하기 보다 해당행위를 하는듯 테러를 하는 친문계 때문에 결국 김 전 대표가 나간 것 아니냐"며 "당내 이견도 수용 못하는 민주당과 문 전 대표가 집권한 정부가 어떻게 협치를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문재인 삼고초려로 입당 후 13개월 만에 민주당 떠나 김종인 전 대표가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입당 후 13개월 만이다.
지난해 1월 중순 문재인 당시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영입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원내 제1당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아 당선되면서 비례대표로만 무려 5차례 국회의원을 지내는 진기록을 세운 김 전 대표는 탈당하게 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김 전 대표는 이르면 8일 탈당계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