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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험 재정 '빨간불'.. 또 국민에 손벌리는 정부

경제 일반

    사회보험 재정 '빨간불'.. 또 국민에 손벌리는 정부

     

    정부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면서 보험료 인상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할 일은 하지 않고 국민들 쌈짓돈 털 궁리만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 7일 기획재정부는 '사회보험 중기 재정추계'에서 8대 사회보험 지출 규모가 매년 8.4%씩 늘어 2025년엔 지난해보다 2.1배 많은 22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8대 사회보험은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4대 연금과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 4대 보험을 뜻한다.

    이러한 재정 위기는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수급인구와 지출 규모가 폭증하기 때문인데, 정작 그 부담을 져야 할 젊은 경제인구는 줄어들고 있어 대부분의 사회보험의 재정수지도 십수년 안에 적자를 넘어 아예 고갈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해 적자로 전환된 장기요양보험이 3년 뒤 적립금이 고갈되고, 건강보험은 다음해부터, 고용보험은 2020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연금 역시 지출증가율(10.7%)이 수입증가율(5.3%)보다 높아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적자 가능성이 남아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중기 수지균형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험료율을 조정하고, 최저임금과 연동된 구직급여 하한액 설정기준을 합리화하는 등 지출효율화 계획을 6월까지 마련하겠다"며 보험료율 인상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요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국민 부담을 늘리기 전에 복지 혜택부터 확대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참여연대 정세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은 "한국은 여전히 의료보험 보장성이 낮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소득대체율도 낮다"며 "정부는 보장성 강화 방안이나 장기재정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방안 없이 요율 인상만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오건호 운영위원장은 '보험료율 인상을 통한 보장성 확대'와 '사각지대 개선을 위한 세금 기반 복지 확대'라는 두 축을 해법으로 제시하면서 정부가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이라고 주문했다.

    오 위원장은 "현행 사회보험에서 요율 인상 논의는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사회보험 사각지대를 개선하기 위해 세금을 통한 복지를 확대하고, 제도 내 형평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기초연금을 강화해 국민연금을 보조해 소득 대체율을 높인다거나, 서울시 청년수당과 같은 실업부조 제도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를 해결하는 식이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요율 인상을 얘기하면 국민들이 동의하기 어렵다"며 "차기 정부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 종합적인 사회보험 개혁 로드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노동계는 고용보험과 관련해 "구직급여 하한액 설정기준 합리화"라는 정부 대안을 문제삼고 있다.

    현재 구직급여 하한액은 최저금액의 90%로 적용되는데, 그동안 정부와 구여권은 이를 8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실장은 "정부가 고용보험 기금을 쌈짓돈처럼 자기들의 정부에 시책이나 정책을 집행하는 기금으로 사용했다"며 "예컨대 일·가정 양립 사업은 정부 일반회계 사항인데 고용보험 기금을 끌어쓰면서 적자라고 주장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보험 취지에 맞지 않는 사업이나 예산을 줄여 오히려 실업급여를 더 인상해 고용안전망 기능을 하도록 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산재보험의 재정운영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예를 들어 사고성 재해에는 근로복지공단이 90% 내외를 승인하고 있지만, 재해조사가 쉽지 않은 직업병의 경우 승인률이 50%대로 뚝 떨어져 지출 규모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노동계 숙원 과제인 출퇴근 산재보험 적용안이 '노동4법'으로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과 함께 묶여 국회 통과가 늦어진 바람에 생겨난 '상처뿐인 흑자'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적립금 기준 준수 여부도 논란거리여서, 2006년 정부와 한국노총, 경총이 고용보험의 연금 지급에 대비한 적립금 기준을 대폭 완화했던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흑자 아닌 흑자'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 최명선 노동안전보건국장은 "정부가 산업재해를 줄여서 기금이 안정적으로 운용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후안무치한 태도"라며 "산재 불승인을 남발하고 적립금 기준도 지키지 않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정부가 내놓은 '혜택 없는 보험료 인상' 카드에 조기 대선 국면에 굳이 복지 제도의 재정 적자를 강조한 정부 속내가 의심스럽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 소장은 "기재부는 2년 전 이미 장기재정추계전망을 냈고, 추정 내용은 물론 관련 문제점조차 바뀐 점이 없다"며 "기재부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재정건전화법을 발의했다가 국회 통과에 실패하자 다시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서둘러 관련 자료를 발표한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결국 정부가 재정 건전화라는 연장선 상에서 대선을 앞두고 야당 후보들이 복지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하자 복지 확대하면 안된다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다시 낸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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