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전 대표가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에게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국민의당의 경선룰 협상이 진통을 겪고 있는 가운데 손학규 전 대표가 경선 불참을 시사하는 등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손 전 대표는 여론조사가 반영될 경우 경선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박지원 대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손 전 대표 측 김유정 대변인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탈당얘기는 전혀 말씀하신 바가 없고,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손 대표측이 제시한 경선안이 수용되지 않을 경우에는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가 현재까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당을 사당화하는 경선 불공정행위가 국민의당 안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며 몇가지 사례를 지적했다.
지난 7일 국민의당 충북도당여성위원회 발대식을 가지면서 2부 순서로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토크콘서트가 열린 것과 8일 국민정책연구원이 서울시교육청과 공동으로 교육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할 때 안 전 대표의 발제를 순서에 넣은 것 등을 예로 들었다.
또한 안 전 대표 측이 지역특보들에게 당원 및 국민광장 회원 가입을 독려하는 문건을 배포하면서 선거중립 의무가 있는 시도당위원장이 특정 후보의 총괄특보단장 역할을 맡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룰과 관련해 "국민의당이 2월 23일 경선위탁신청을 했고, 대선일자가 5월 9일, 10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이 기준을 적용할 경우 위탁가능한 날짜는 3월 25, 26일 단 이틀에 불과하다"며 "의미있는 경선을 실시하기엔 도저히 불가능한 날짜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데 이제와서 다시 선관위 위탁을 내세워 현장투표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를 계속하는 것은 결국 현장투표 없이 여론조사로만 경선을 실시하겠다는 속내가 아닌지 의심할 수 밖에 없다"며 "손 전 대표측 안은 100% 현장투표이다. 보안이 필요하면 20%의 숙의 배심원제를 도입하겠다"며 최후 의견을 밝혔다.
이처럼 손 전 대표 측이 '불참' 가능성을 시사하며 반발하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중재에 나섰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을 만나 손 전 대표의 불참가능성에 대해 묻자 "경선 불참 의사를 전달한 것이 아니라 룰미팅에서 논의되고 있는 어떤 경우에도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전달했다. 탈당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으로 인해 바른정당을 포함해 통합 경선 가능성이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에 대해선 "그런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없다"며 "정체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추종 및 잔재 세력과 당장 함께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어떤 경우라도 한 후보에게 치우친 당직자들의 언행은 조심시키겠다. 그리고 선관위를 출범해서 그 선관위에서 공명선거 이뤄지도록 관리시키겠다"며 "가급적 밤을 새워서라도 후보자도 불러서 담판도 해보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