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 지도자급 목회자가 최근 감리교신학대학교 개강 채플에서 여학생들에게 “사모되면 몸 팔고 술 파는 사람은 안 될거 아니냐”는 여성 비하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해당 목회자는 지난 6일 학생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면서 자숙하겠다고 밝혔지만,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목회자들의 삐뚤어진 여성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편집자 주]
기독교대한감리회 윤보환 중부연회 감독.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윤보환 감독은 지난 달 28일 감리교신학대학교(이환진 총장직무대행) 개강 채플에서 여성 비하 발언을 해 원성을 샀다.
윤보환 감독의 문제 발언은 다음과 같다.
“여기 여자 청년들이 이렇게 많은데 이 사람들 다 사모님 되든지 아니면 목사님 되든지 뭐든지 되겠죠. 그래도 세상에 나가서 '딴따라 딴따'는 안 할 거 아냐. 그렇지 않아요? 아니 이 중에서 몸 팔고 술 파는 사람은 안 될 거 아냐. 아멘이지. 그럼요.”1시간 여 진행 된 윤보환 감독의 설교는 위험 수위를 넘나들었다. 한 여학생에게 며느리를 삼고 싶은데 나이가 많다고 하는가 하면 장애인을 ‘병신’이라고 표현하기까지 했다.
같은 날 저녁 목회신학대학원생들 앞에서도 여성 비하 발언이 이어졌다.
채플에 참석한 대학원생 A씨는 “윤보환 감독이 여자 전도사들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못생겼다는 것이고, 둘째는 히프(엉덩이)가 크다고 했다”며, “듣는 내내 거북했다”고 말했다.
윤보환 감독 여성 비하 발언은 급속도로 학교를 넘어 교단 안팎에 까지 일파만파 퍼졌다.
논란이 커지자 윤 감독은 지난 6일 감신대를 찾아 “학생들에게 여성과 장애우를 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고, 설교 중에 해서는 안 될 단어와 비유들이 들어갔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또, "자숙하는 심정으로 사순절 기간 동안 강단에 서지 않겠다"고 말했다.
윤보환 감독은 7일 감리교본부에서 진행된 사순절 생명나눔 선포식에도 참석해 다시한번 사죄의 뜻을 전했다.
윤 감독은 “용서를 구한다고 해서 그 직무나 직위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우리 교회 성도들과 학생들, 대외적으로 어려움 당한 분들에게 정식으로 사과문을 발표하고 용서를 구했다”고 말했다.
약속대로 8일 한국교회총연합회 주도의 대규모 영적각성기도회 설교도 고사했다.
109주년 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한 참석자가 여성 차별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윤 감독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단 일각에서는 비단 윤 감독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감리교여성지도력개발원 총무 최소영 목사는 “윤 감독이 잘못을 인정하고 자숙하겠다고 한 부분은 환영한다”면서도, “여성 비하 발언이 교회 여성에 대한 차별적이고 혐오적인 인식에서 나온 것이란 점에서 교단 차원의 여성 인권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목회자의 삐뚤어진 여성관을 바라보는 여성 운동 단체의 시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광화문에서 열린 109주년 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 참석한 권미정 씨는 “몸으로 노동하는 모든 사람이 몸을 파는 사람일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한다고 하는 사람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평등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만들어가는 노동을 인정하고 그것의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기본이 돼야 한다”면서 “목회자가 기본을 멸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