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서 일하다 2014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당시 30) 씨의 아버지가 아직도 치우지 못한 아들의 방에서 아들 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사진=임상훈 기자)
아들이 떠난 지 2년 5개월. 아버지는 아들의 방을 치우지 않았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 상담원으로 일하다 2014년 10월 21일 숨진 채 발견된 이모(당시 30) 씨의 방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이 씨는 당시 부당노동행위를 고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변하지 않은 건 이 씨의 방 뿐 만이 아니었다.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노동 현실 역시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씨의 아버지(63)는 그렇게 굳게 믿고 있다.
전북 익산에 살던 아버지는 아들이 숨진 뒤 익산 집을 남겨 둔 채 충남으로 이사 갔다. 아들이 못 견디게 보고 싶으면 익산 집을 찾아 아들의 채취가 남은 방을 둘러보곤 한다.
8일 익산 집에서 만난 아버지는 '홍수연 양 사건'을 뒤늦게 알고 분개했다고 말했다.
"아들 일 있고 나서 근무 형태를 고치고 책상도 싹 바꿔서 좋아졌다고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그렇게 되고 나서 감정노동자 현실이 좋아졌다고 얘기하고 다녔어요. 그런데 그대로네요. 나쁜 놈들이에요."당시 이 씨는 '노동청에 고발합니다'라는 유서를 통해 "수많은 인력의 노동착취와 정상적인 금액 지급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노동 착취 및 수당 미지급 역시 어마어마합니다. SAVE라는 부서는 해지방어부서입니다. 고객은 해지를 희망하나 상담사는 해지를 많이 해 줄 경우 윗사람으로부터 질타를 받습니다."라고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의 노동 현실을 고발했다.
SAVE부서는 지난 1월 22일 전주 아중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홍수연(17) 양이 일했던 부서다.
이 씨의 사망과 유서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당시 LG유플러스 전주고객센터에 대한 부당 노동행위 등을 조사했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하며 사건을 마무리 했다.
아버지는 "우리 아들 살았을 때 들은 얘기가 보통 밤 10시에 일이 끝났다"며 "수연 양 사건을 보면서 아직도 상황이 똑같다는 걸 느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아버지는 아들의 산재 인정을 위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버지는 수연 양 아버지를 조만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2년 5개월의 시간 차에도 불구하고 똑같은 현실에 처한 서로에게 힘이 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