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끝에 재산권을 되찾은 예장합동 군산노회 헤브론교회
분쟁을 겪는 상당수 교회들의 사례를 보면 재산 소유권 문제가 갈등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일부에선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려고 소속 교단에서 탈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교회 부동산을 사유화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로 해 관심이 모아진다.
전라북도 군산시에 위치한 헤브론교회는 예장 합동총회 군산노회가 1980년대 특수선교를 목적으로 설립한 교회다.
헤브론교회가 위치한 곳은 아메리카타운 지역이다. 군산노회는 이 지역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1980년 교회 설립을 결의하고 땅을 매입한 뒤 전국 교회와 성도들의 헌금으로 헤브론교회를 건축했다.
그런데 이 교회는 지난 2011년 담임목사가 은퇴하고 새로운 교역자가 당회장을 맡으면서 내홍을 겪었다.
새로 부임한 윤 모 목사는 자신의 장인이 당회장으로 있던 A교회와 헤브론교회의 합병을 노회에 청원했다가 거절당했다. 그러자 윤 목사는 2013년 교단을 탈퇴하고 A교회와 합병한 뒤 헤브론교회 부동산을 A교회 소유로 등기 이전했다. 군산노회가 설립한 교회를 빼앗긴 셈이다.
이에 대해 예장합동 군산노회는 윤 목사를 면직처리 하고 재산 환수를 위해 노회가 직접 소송에 나섰다. 교회 재산 환수를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선 김정식 목사(헤브론교회 환수위원장)는 “우리 노회에 소속도니 목사님이 아무도 모르게 타 교단으로 가서 교회의 모든 등기권을 전부 가져간 것에 대해서 목사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선 마음 속에 거룩한 분노도 생겨 법적 대응에 나섰다”고 말했다.
헤브론교회는 1심 재판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전국 교인들의 마음이 모인 교회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 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기도하며 소송을 포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2년여 간의 소송 끝에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김정식 목사는 “교회법으로는 재산을 돌려받을 근거가 없어 부끄럽지만 세상 법정에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하나님의 은혜로 승소하게 됐다”고 밝혔다.
과거 주일마다 5-60명의 성도들이 모이던 헤브론교회는 교인 다수가 떠나고 지금은 일부 교인들만 남은 상태다. 하지만 재산권을 되찾아 안정을 찾은 만큼 30여 년전 교회가 설립될 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 지역 사회에서 특수 선교의 사명을 다시 감당하길 노회와 교인들이 마음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예장합동 대응책 마련에 나서헤브론교회는 군산노회가 직접 설한 교회이기 때문에 재산권 문제에 노회가 적극 개입하면서 사태 수습이 가능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비슷한 일이 벌어지면 상황 변화 없이 교인들만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하나님 나라 확장을 위해 세워진 교회가 일부 목회자 또는 교인들의 욕심으로 상처를 입는 것이다.
특히 교인 수가 많지 않은 농어촌 교회의 경우 나이 많은 목회자나 교인들이 세상을 떠난 뒤 새로 부임한 목회자 혹은 남은 교인들이 교회 재산에 욕심을 내 교단을 탈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장 합동총회는 교단을 탈퇴해 재산을 사유화하는 일을 막기 위해 지난해 정기총회에서 ‘교단탈퇴 부동산매매금지 연구위원회’를 만들었다.
위원장을 맡은 이호현 목사는 “교단을 탈퇴해 재산권이 넘어가는 일이 적지 않게 보고되고 있다”면서 “농어촌 교회에서 교단 탈퇴로 인해 재산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많고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교단에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교회가 재산문제로 갈등을 겪는 일을 막기 위한 가장 강력한 조치는 각 교회의 재산을 모두 교단에 속한 유지재단에 가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장 합동총회도 지난1982년 제67회 총회에서 교회 재산을 유지재단에 가입하도록 결의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사실상 강제성이 없어 아직 많은 교회들이 유지재단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최근 첫 모임을 가진 교단탈퇴부동산매매금지연구위는 67회 총회 결의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국 각 지역을 돌며 공청회를 열 계획이다.
연구위는 또 교회가 재산문제를 각 교회 정관에 반영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교단 가입 과정에서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호현 목사는 “이 정관에 동의하고 순응하지 않으면 교단 지도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대응책을 연구할 계획이다”면서 “준비과정을 거쳐서 각 지역마다 공청회를 열고 올해 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교단탈퇴 및 부동산매매 금지에 관한 헌의안을 제출했던 군산노회측도 목회자의 자질이 가장 중요하지만 동시에 유지재단 가입을 포함해 이중 삼중의 제도적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식 목사는 “헤브론교회뿐 아니라 전국에 있는 교회들이 총회적으로나 노회적으로 법적인 제도를 잘 갖추고 있다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