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페미니즘을 정치적으로 도둑질 하는 것
- 불리할 때만 여성임을 강조하는 여성운동에 치명적인 퇴행,
- 박근혜는 여성이기 이전에 대통령으로 평가받아야
- 박근혜가 진정으로 소수자였던 순간, 문재인이 특전사 출신, 사랑스러운 아내를 둔 가부장적 이미지를 강조할때, 아이를 낳지 못했다고 여성비하적인 발언을 들었을때.
- 페미니즘 논의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아직도 페미니즘을 말하면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 있어
- 여성혐오는 구조적 문제, 사회적으로 이야기 되어야할 남성혐오는 구조적으로 불가능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19:50)
■ 방송일 : 2017년 3월 8일 (수) 오후 19:15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
◇ 정관용> 오늘 3월 8일 109번째 맞는 세계여성의날. 그래서 오늘 한국여성대회도 열렸고요. 사실 지난해부터 강남역 사건,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 대학가 단톡방 사건 등등 오늘에 이르기까지 여성에 대한 이야기가 연일 끊이지 않았죠. 특히 또 탄핵정국을 맞아서 페미니즘과 민주주의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때입니다. 그래서 오늘 초대석에 여성학자 한 분 모셨어요.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의 연구원이신 손희정 박사 어서 오십시오.
◆ 손희정> 안녕하세요, 손희정입니다.
◇ 정관용> 매해 이 3월 8일 여성대회에서 여성운동상, 여성운동특별상 이런 거 수상하잖아요. 올해 여성운동상은 어디서 받았어요?
◆ 손희정> 올해 여성운동상은 디지털성범죄 아웃프로젝트라고 하는데 그냥 줄여서 DSO팀이라고 부르는데요. 이 팀에서 이제 여성운동상을 수상했고.
◇ 정관용> 디지털 성폭력?
◆ 손희정> 디지털성범죄아웃.
◇ 정관용> 성범죄, 예를 들면 소라넷폐쇄운동.
◆ 손희정> 그 운동을 주도를 했었던 팀 사람들이 모여서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팀을 꾸렸고요. 이때까지 보통 사람들은 리벤지포르노라고 이야기를 했었던 이제 성범죄를 고발을 하고.
◇ 정관용> 그게 뭐죠, 리벤지포르노가?
◆ 손희정> 예를 들면 이런 건데요. 리벤지포르노라는 게 복수와 포르노가 합성된 언어인 거잖아요. 그래서 연애를 하거나 관계가 있을 때에 성관계를 했던 걸 찍어놨었던 걸 이제 헤어지고 나서 복수의 의미로 유포를 시킨다든지 이런 식으로 하는 말하자면 사제 포르노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게 포르노라고 이야기가 되면서 그러니까 봐도 되는 어떤 동영상? 이런 식으로 이제 인식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명백하게 이건 디지털문화를 기반으로 한 성범죄다라는 걸 인식시키기 위해서.
◇ 정관용> 오늘의 시대상에 딱 맞는 꼭 필요한 그런 운동, 그래서 여성운동상을 받았군요. 여성운동특별상은요.
◆ 손희정> 여성운동특별상은 이번에는 강남역,2016년 5월 17일에 있었던.
◇ 정관용> 묻지 마 살인.
◆ 손희정> 묻지 마 살인에 이제 많은 여성들이 가서 추모의 메시지를 포스트잇에 남겼었고 그게 뭐 전국적으로 모았을 때 한 3만 5000건 정도 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 추모 행동에 참여했었던 여성들, 집단을 특별상으로 지정을 해서 수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강남역 사건을 하나의 중요한 여성 문제로 부각시킨 그런 분들, 그렇게 상을 줬군요. 또 왜 성평등의 걸림돌, 디딤돌 이런 상도 주잖아요.
◆ 손희정> 그런 상도 되게 재미있고 흥미로운 상인데요.
◇ 정관용> 걸림돌은 뭐가 먼저 받았나요.
◆ 손희정> 걸림돌은 이번에는 가임기 출산지도를 만들어서.
◇ 정관용> 출산지도?
◆ 손희정> 굉장히 화제가 됐고 여러 가지 문제제기를 받았었던 행정자치부하고 그다음에 결혼한 여성 직원을 해고하면서 노동문제를 불러일으켰었던 금복주에서 상을 받은.
◇ 정관용> 금복주 고약한 회사더라고요.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게 걸림돌이고요. 디딤돌은요?
◆ 손희정> 디딤돌상 같은 경우에는 김포공항 청소노동자분들이 받으셨고요. 그다음에 성주 사드 반대운동을 하셨던 여성분들이 받으셨고 그다음에 낙태죄폐지를 주장했었던 검은시위에서 수상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정관용> 앞으로는 성평등 걸림돌상은 아예 폐지될 만큼 없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건. 그리고 왜 3시 스톱캠페인이라고 하는 것도 오늘 벌어졌잖아요. 이 3시 스톱이 뭐예요.
◆ 손희정> 이거는 이제 한국여성노동계에서 준비를 한 행사인데요. 성별임금격차를 문제제기하면서 남성과 여성이 한국사회에서 평균적으로 약 35%의 임금격차가 있거든요. 그럼 이 임금격차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성들은 오후 3시 이후부터는 무임노동을 하고 있는 거다. 그래서 무급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라는 의미에서 3시에 이제 일을 마치고.
◇ 정관용> 퇴근하자?
◆ 손희정> 퇴근을 하자, 조기퇴근운동이라고 얘기를 하기도 하고요.
◇ 정관용> 그런데 그러다 진짜 3시에 퇴근을 하면 어떻게 합니까?
◆ 손희정> 일단 오늘은 캠페인이니까. 이거를 제안을 했었던 캠페인 측에서 뭐라고 하시냐면 나오실 수 있는 분들은 나오셔서 같이 행진도 하고 이야기도 했으면 좋겠고 사실은 현실적으로는 좀 참여하기 어려우신 여성 노동자들은 이제 태업을 하자, 기지개를 피든지 3시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리든지 이런 식으로 참여를 해 보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3시에 퇴근하자라기보다는 어쨌거나 임금 격차를 줄이는 운동이 필요하고 인식을 공유하자라는 의미였고요.
◇ 정관용> 딱 와닿네요. 오후 3시 이후는 우리는 돈 안 받고 일하는 거다? 진짜 그렇군요.
◆ 손희정> 그렇습니다. 사실은 한국에서만 있었던 운동은 아니고 지금 전세계적으로 이퀄페이데이라고 해서 동일임금의날이라고 이야기를 해서 아이슬란드나 프랑스, 영국 같은 데에서 이미 작년에 했었던 운동이고요. 그래서 예컨대 아이슬란드 같은 경우에는 10월 24일에 2시 38분에 여성들이 길거리,수천 만의 여성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왔다라고 보도가 됐는데요. 아이슬란드의 성별 격차 기준으로 했을 때는 2시 38분 이후부터가 무급노동이라고 했었고요.
◆ 손희정> 3시 스톱이 얘기하고 싶어하는 중요한 의제 중에 하나가 무엇이냐면 남녀의 임금격차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열악한 노동 조건이랑 과도한 노동시간 같은 것들에 주목을 해 볼 필요가 있고 그래서 남녀 공히 노동시간을 좀 줄여야 한다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제가 오늘 처음 시작하면서 잠깐 소개했습니다마는 지난해 강남역사건이 아마 가장 큰 결정적 계기가 아니었나 싶은데 그 이후에 여성 관련 또 젠더 관련된 페미니즘 관련된 이야기들이 참 많이 나왔죠?
◆ 손희정> 폭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 정관용> 어떤 것들이었었죠, 지난 1년 사이에.
◆ 손희정> 사실은 그러니까 이게 517 페미사이드라고 저는 이야기를 하는데, 가부장적 사회에 의한 혹은 남성에 의한 여성 살인이 벌어졌었던 그날 이후에 많은 이슈들이 나오기는 했는데 이게 단절적으로 5월 17일부터 탁 터져나왔다라기보다는 사실은 2015년 정도부터 서서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젊은 여성들이 여성 문제 같은 것들에 인식을 하기 시작을 하면서 그런 에너지들이 모여왔었던 여러 가지 계기들이 있었고요.
그랬을 때 예컨대 2015년 2월부터 시작됐었던 해시태그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운동을 시작으로 메르스 사태 때 등장하기 시작한 메갈리아 미러링이라고 하는데 이렇게 결집되기 시작한 어떤 에너지가 실제로 여성이 정말로 이유 없이 죽음을 당해야 하는 물리적 폭력이 딱 눈앞에 떨어지자마자 이렇게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흐름으로 이어졌었던 것 같고요. 그렇게 현실 생활에서 살아가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것. 예컨대 노동조건도 너무 열악하고 물리적인 폭력은 점증하고 이런 상황들 속에서 조금씩 여성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었던 것 같아요.
◇ 정관용> 그리고 또 하나의 계기가 문단 출판.
◆ 손희정> 그러면서 이제 사실은.
◇ 정관용> 성폭력 고발 이런 거죠.
◆ 손희정> 재미있고 흥미롭다라고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고통스러운 건데 일상 생활에서 자신의 생활 세계랑 직업 세계에서 경험했었던 폭력들이 그냥 내가 운이 나빠서 또는 내가 행실에 문제가 있어서라고 생각했었던 것들이 인터넷에서 막 이야기가 되면서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들 된 것 같고요. 그거에 대한 대응들이 구체화되고 있는 중인 거죠. 그런 문제도 있었습니다.
◇ 정관용> 어떻게 보자면 온라인커뮤니티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공간이 넓어졌다는 점. 이 점이 큰 배경이로군요. 곳곳에서 고발들도 이루어지고 공감대도 확산되고 하는 그런 거니까요.
◆ 손희정> 그렇죠. 온라인이라는 공간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하면 아마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2016년에 되게 화제가 됐던 사건 중에 하나가 넥센이라는 게임회사에서 만들었던 게임에 목소리 출연을 했었던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에서 판매한 티셔츠를 입은 인증 사진을 올렸다가 계약해지를 당한 사건이 있었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 손희정> 그런데 이게 보여주는 건 뭐냐 하면 페미니즘이 목소리에 힘을 얻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되지만 아직도 현실세계에서 이런 식의 이야기를 하면 이건 사실 정치적 입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성이 페미니즘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이야기했을 때 사실은 생존의 위협을 당하게 되는 거죠, 직업을 박탈당하거나. 그러니까 그래서 어떻게 보면 온라인이라고 하는 비교적 안전한 공간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동료를 매우 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에서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런 여성들은 이전부터 사실은 온라인에 모여서 자기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는데 이게 이제 페미니즘이라는 언어, 힘을 얻게 된 것은 중요한 계기였었던 것 같습니다.
◇ 정관용> 방금 그 계약해지 사건도 이야기했습니다마는 이런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것이 건강한 방향, 긍정적 방향으로 쭉 차분히 가면 참 좋은데 대부분 이건 격렬한 찬반 대립, 여성 혐오, 남성 혐오 그리고 좀 거기에 가장 앞장서 있는 몇몇 사이트 중심의 격한 어떤 투쟁 이런 양상들이 자꾸 벌어진단 말이에요. 그런 혐오성과 그런 투쟁적인 어떤 부분 이거 어떻게 평가해야 합니까?
◆ 손희정> 저는 사실은 사회적인 현상으로서의 남성 혐오는 이야기될 수 없다라고 생각하는 입장이고요. 여성 혐오라고 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멸시의 문화를 바탕으로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남자가 싫어라는 개인적 감정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 정관용> 여성 혐의는 구조적인 것이다?
◆ 손희정> 그래서 사회적으로 문제 삼아야 하는 남성 혐오는 구조적으로 사실 아직 불가능한 상태라는 것이죠. 왜냐하면 그런 남성 혐오가 성립하려면 남자들이 제도적으로 차별당하고 생존, 그러니까 물리적으로 폭력에 시달리며 그리하여 생존적으로 위협에 처했을 때 그런 남성혐오를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 지금 페미니즘 운동이 하고 있는 건 남성들의 얼굴, 실제로 여성들이 염산을 맞는 시대인데 남성들의 얼굴에 염산을 뿌리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거죠.
◇ 정관용> 손희정 박사의 얘기를 쭉 듣다 보니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런데 그렇게 좀 많은 분들이 이걸 이슈로 논쟁하게 되면서 페미니즘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 팔리기도 많이 팔리고.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런 통계들도 다 잡힌단 말이에요. 그런 만큼 이게 이슈화된 거까지는 맞는데 사회 저변의 인식 변화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세요?
◆ 손희정> 저는 확실히 변화를 좀 느끼기는 하거든요. 이게 책도 그렇고 특강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늘었고요. 그리고 확실히 저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까 대학생들의 관심사도 넓어지고 있는 편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하는 게 페미니즘의 역사도 이미 100년이 넘었지만 그렇게 사회인식을 바꾼다는 게 빠르고 쉽게 되는 것이 아니고.
◇ 정관용> 그래도 긍정적으로 한 걸음이나 걸었다.
◆ 손희정> 가고 있다라는 것. 2년밖에 안 된 걸 생각하면.
◇ 정관용> 반갑네요. 유력한 대선후보가 나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 이런 말까지 공개적으로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조금씩은 좋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오늘 꼭 하나 또 짚어봐야 될 게 이 탄핵정국에서 촛불집회 현장에서도 대통령이 여성이다 보니까 대통령 비판하는 건 좋으나 여성비판 발언, 여성비하 발언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라는 반응이 나왔었잖아요. 그건 예를 들면 어떤 거였죠?
◆ 손희정> 예컨대 이재명 시장이 저잣거리 아녀자라는 식으로 이야기. 최순실과 연결된 저잣거리 아녀자라고 이야기하거나 아니면 뭐 얼마 전에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더러운 잠이라고 하는.
◇ 정관용> 패러디 작품.
◆ 손희정> 패러디 작품을 둘러싼 논란 그리고 DJ DOC의 노래 수취인 불명이라는 노래가 광장에서 불러도 되느냐 안 되느냐 이런 것들을 둘러싼 논란들이 좀 있었죠.
◇ 정관용> 그런가 하면 또 탄핵반대집회에서도 거기서는 특히 박사모를 중심으로 해서 대통령은 그냥 여리고 힘 없고 착한 여성 대통령, 이것 하나 못 지켜주는 남자들 이게 남자입니까 이런 게 막 외쳐진단 말이에요. 그거 어떻게 생각하세요.
◆ 손희정> 더러운 잠을 둘러싼 여러 가지 광경들 중에 되게 흥미로웠고 한편으로는 고민됐었던 게 뭐냐 하면 여성비하다라고 외치면서 보수 쪽 어르신들이 이제 국회에 들어가서 더러운 잠을 잡아끌어서 막 패대기를 쳤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게 한쪽에서는 마치 페미니스트들이 가서 여성혐오 하지 마라라고 패대기친 것처럼 의도적으로 곡해되어 유통이 되고 그것이 벌어진 와중에 새누리당에서는 여성 비하하지 말라고 여성 의원들이 피켓을 들고 이랬단 말이죠. 그런데 그것들을 보면서 저는 한편으로는 어쨌거나 여성운동 혹은 한국의 페미니즘 진영이 끊임없이 성평등과 함께 더불어서 여성 및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쌓아온 역사가 굉장히 쉽게 여성 인권이나 성소수자 인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의해서 정치적으로 도둑질 당하는 현장을 목격한 거 같은 느낌이었거든요.
◇ 정관용> 도둑질 당했다.
◆ 손희정> 실제로 정말,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이 여성 대통령으로서 대표성을 띠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었을 때에 한국에서 여성 인권이 나아졌는가 하면 실제로는 그렇지는 않았고 수치상으로도 명백하게 안 좋아졌고 그랬을 때에는 저는 박근혜 대통령을 여성 대통령으로 규정하기 굉장히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라고 생각을 하는데 했어야 할 때에는 여성 정체성을 아무것도 내세우지 않았던 때에 그러니까 불리해졌을 때는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와서 페미니즘의 언어를 전유하는 방식이었다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래서 예컨대 태극기집회 같은 데에서 여성들이 얼굴 내걸고 나와서 여성비하 하지 말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그 여성들은 그 집회 자리에서는 또 집회의 꽃 이런 식으로 호명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실은 이거는 제대로 된 여성주의라고 이야기할 수 없고요. 아주 정확하게 박근혜 대통령은 여성이기 이전에 대통령으로 먼저 평가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 정관용> 그러니까 적극적으로 여성정책을 잘 했다면, 즉 긍정적 의미의 여성성을 발휘했다면 모르겠으나 그건 없었고 반대로 공격당할 때는 나는 여성이니까 보호받아야 돼. 이거는 좀 구시대적인 여성관 아닙니까?
◆ 손희정> 그렇죠. 사실은 여성에 대한 이미지나 이때까지 여성운동이 해 왔던 여러 가지 가치들을 완전히 퇴행시키고 있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한 가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이냐면 그랬을 때 실제로는 박근혜 대통령과 정치적인 적대에 있는 사람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당선, 그러니까 예전의 대선 때 박근혜, 문재인이 붙었을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가지고 와서 내걸었을 때 실제로 잘 먹히지 않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문재인 캠프 쪽에서 막 특전사 내세우고 그다음에 굉장히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는 가부장적인 이미지를 내세우고 그다음에 박근혜는 여성이라서 군대를 안 갔다왔고 심지어는 아이도 안 낳아봤지 않는가라는 식으로 여성비하적으로 박근혜를 끌어내리려고 했을 때 비로소 사실은 박근혜가 소수자로서 여성성을 가지게 되는 부분이 있는 거죠.
◇ 정관용> 우리의 일상 인식 속에서의 여성 문제, 일상 생활과 조직문화에서의 여성 문제 더 나아가서는 정치와 여성 문제. 인식이 자꾸 넓어지는 것 같고요.
◆ 손희정>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정말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그게 올해 여성의 날 슬로건인데.
◆ 손희정> 여성대회 슬로건이었습니다.
◇ 정관용> 그렇죠?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완성한다. 그 설명만 짧게 한마디 해 주시죠.
◆ 손희정> 완전하지 않은 형태로 온 민주주의가 노동자들이 투쟁해서 노동자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되고 여성들이 참정권 투쟁을 해서 참정권을 가지게 되는 하여간 이런 다양한 역사 안에서 조금씩 완성되어 오고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렇게 생각하면 사실 여성운동 혹은 페미니즘이라고 하는 것은 여성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부분적인 운동이 아니라 실은 민주주의 의미 자체를 확산시켜온 보편운동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여성운동은 민주주의를 완성해가는 하나의 어떤 흐름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성평등 척도는 곧 그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이기도 하다.
◆ 손희정> 그렇기도 하고요.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죠. 고맙습니다.
◆ 손희정>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연세대학교 젠더연구소 연구원 손희정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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