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 시그널 의식하는 G2…충돌 막아야
- 中, 집앞에 CCTV 설치한 한국과 '하하호호' 못해
- 레이더 배치 시기 조절도 중요
- 대선주자들, 확실한 방향성 필요
- 북핵 문제 해결 주도하며 4국간 해법 찾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송민순(전 외교부 장관)
사드 파장이 갈수록 태산입니다. 중국은 롯데마트 지점 99개 가운데 55곳에 대해서 영업정지를 했고요. 한국여행상품의 판매 금지 조치를 업계에 요구했고 게임업계, 화장품업계도 떨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우리는 사드 장비를 서둘러서 국내로 들여왔죠. 일종의 돌이킬 수 없는 기정사실로 만들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WTO에 중국을 제소하겠다고도 했습니다. 이게 지금 우리 정부가 내놓은 해법입니다. 방향을 잘 잡은 걸까요.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과 함께 짚어보죠. 송민순 장관님 안녕하세요.
◆ 송민순>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일단 지금 사드 부지의 땅 고르기 작업도 시작 안 했는데 사드 장비부터 들여왔어요. 이거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이건 우리 뜻입니까, 미국 뜻입니까?
◆ 송민순> 어쨌든 공식적으로는 한국과 미국이 같이 결정한 거겠죠.
◇ 김현정> 물론 공식적으로는 그렇겠죠.
◆ 송민순> 예. 그런데 아무래도 표면상 1차적인 명분은 북한이 또 핵미사일, 특히 미사일 실험을 최근에 바로 했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실험을) 했는데 그 사이에 사드를 배치할 명분이 충분히 축적이 됐다고 미국과 한국은 같이 판단한 것 같고. 또 우리 국내 정치적인 여러 가지 지형도 좀 변동기류가 있으니까 선제적으로 이 기회에 그냥 배치를 해 버리는 게 좋지 않겠느냐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 김현정> 불확실한 정치상황. 그러니까 대선이 끝나고 어떤 정권이 들어서서 사드를 또 어떻게 할지 모르니까, 말하자면 ‘당신들 사드 철회할 생각 마시오’ 이렇게 메시지를 보낸 거네요?
◆ 송민순> 그런 걸로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이게 미국으로서는 대중 견제의 틀에서, 사드가 이 미사일 방어망의 한 부분입니다. 소위 MD라고 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미국이 거대하게 전 세계에 만들고 있는 MD 체제.
◆ 송민순> 예. (사드는) 그중의 하나 핵심 부분이죠. 그걸 배치를 해야 되는데 명분이 축적됐다는 걸로 그렇게 이제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진짜 성주 한 곳에 이거 사드 놔가지고 우리 안보에 큰 득이 되는가, 실효성이 있는 건가. 어떻게 보십니까?
◆ 송민순> 그런데 우리 안보는 국가 전체, 국가 전체를 다 방어해야하지만 특히 가장 북한에 근접해 있는 게 수도권 아닙니까? 또 수도권에 대해서는 사드가 방어를 할 수 없다는 것을 미국과 한국이 공식적으로 밝혔지 않습니까?
◇ 김현정> 수도권은 어렵다고 말을 했어요.
◆ 송민순> 예. 그리고 만약에 북한이 우리가 사드 같은 그런 이런 미사일 방어망을 써야 될 상황이 될 정도로 북한이 공격을 한다면 북한 전체를 초토화시킬 수 있는 우리의 응징 능력을, 그걸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더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는 효과를 갖는다고 저는 그렇게 봅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 (사진=황진환 기자)
◇ 김현정> 이 말씀을 돌려 말하면 성주의 이 사드 2대 놓는 걸로는 큰 방어 능력, 큰 안보에 도움은 안 된다, 지금 이 말씀을 하신 건데. 황교안 총리는 한발 더 나아가서 미국의 전술핵을 한반도에 배치하는 건 어떠냐, 시사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건 어떻게 보세요?
◆ 송민순> 전술핵은 그건 한반도, 한국을 아예 핵전장으로 세계에서 가장 집중된 핵전장으로 만들겠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건데. 전술핵은 전략핵무기보다도 사용 가능성이 높은 무기입니다. 그러나 그게 일단 사용이 되면 그다음은 핵전쟁의 상승효과로 더 큰 에스컬레이션이 되는 거죠.
◇ 김현정> 걷잡을 수 없이 가는 거죠.
◆ 송민순> 그렇습니다. 지금 무기가 많으면 나라의 안보가 (보장)되는 걸로 생각하는 이 국가 지도층의 생각이, 이게 저는 문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그런데 아니, 중국도 너무한 게 자신들은 곳곳에 사드에 버금가는 무기들을 배치해 놓고 있으면서, 왜 우리한테는 놓지도 못하게 하고. 뭐 보복을 하겠다는 둥 군사적 조치하겠다는 둥 우리도 안보주권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중국에 대해서는 적어도?
◆ 송민순> 저는 지금 중국이 하고 있는 행동은 전혀 하나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중국의 사정은 또 알아야 합니다.
◇ 김현정> 어떤 건가요?
◆ 송민순> 중국은 자기 집 대문 앞에 바로 CCTV를 놓는 거다 이렇게 지금 생각을 하는 겁니다.
◇ 김현정> 아, 대문 앞에 CCTV를 놓는데 집안을 비추는 CCTV를 놓는 거예요?
◆ 송민순> 아니, 우리가 바로 앞에다가 CCTV를 놓고 중국의 대문을 다 감시를 한다, 이렇게 성주에 있는 사드의 로켓이 문제가 아니고 엑스 밴드 레이더(X-band radar) 로 자기 안을 다 본다 이렇게 보는 건데. 당연히 우리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건 해야 되지만 중국이 볼 때는 중국은 이게 우리 한국과의 문제로 보는 게 아니라 미국과의 문제로 보거든요.
◇ 김현정> 그렇게 보는 거죠.
◆ 송민순> 중국 자신은 예를 들어서 그런 레이더 장치를 미국 본토, 어디 워싱턴이나 LA 앞에다가 장치를 하지 않는데.
◇ 김현정> 못하는데.
◆ 송민순> 미국은 한반도에 이걸 둔다, 이렇게 보는 거고.
◇ 김현정> 한국 핑계 삼아서 우리를 지금 들여다 보고 있구나, 미국이. 그게 기분 나쁜 거죠?
◆ 송민순> 그런 게 기분 나쁜 거죠. 그러면서 우리가 안보 이야기하는데 중국은 이렇게 생각할 겁니다.
◇ 김현정> 어떻게요?
◆ 송민순> 안보 주권으로서 사드 레이더 장착하면 중국도 자기들이 지금 알게 모르게 하고 있는 행동 자체가 안보적 차원에서 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면 서로 빗나가는 말만 되는 겁니다. 이게 현재의 상황이라고 보입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악순환이 되는 거네요. 우리도 안보주권이다 하면서 무기 놓고 그쪽도 안보주권이다 하면서 무기 놓고. 무기가 점점 한반도로 모이고, 화약고가 되고 이렇게 좀 안 좋은 상황으로.
◆ 송민순> 이제 중국이 볼 때는 안보라는 게 꼭 무기만 갖고 안보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을 들여다보는 무기를 장치하는 걸 막기 위한 각종 방안을 동원하는 게 자기의 안보 수단이다 이렇게 또 생각을 할 겁니다.
◇ 김현정> 계속 이렇게 갈까요? 미국이 이거 막아보겠다고 미국 내에 있는 중국 업계에 과징금 물리기도 하고 또 미국 함대를 하나 한반도로 보내기도 하고. 이러고 있는데 미국이 이렇게 압박하면 중국이 좀 사그라들지 않겠습니까?
◆ 송민순> 사드를, 특히 레이더 장치를 여기 성주에 배치하고 있는 한은 아마 중국으로서는 물러서기가 어렵지 않겠느냐 이런 전제를 하고 우리가 대책을 세워야 됩니다. 미국이 한국에서 이렇게 해서 자기의 목을 조르고 있는 상태에서, 그러면 이렇게 살자라고 중국이 그냥 물러나서 평세로 돌아갈 거라고 우리가 생각한다면 우리가 지금 판단이 틀릴 수 있습니다.
한국에 도착한 사드 부품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 김현정> 그렇군요. 아까 그 말씀 딱 와닿네요. 그러니까 중국 집 앞에다가 CCTV를 우리가 지금 미국이랑 같이 하나 설치해서 골목을 비추는 게 아니라 그 집안을 막 들여다보고 있는 거예요, 담 넘어서.
◆ 송민순> 중국은 그런 거죠. 그런 상태에서는 한국하고 같이 앉아서 웃으면서 밥 먹고 악수하고 그렇게 잘 지내기 어렵다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오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이 상황을 그러면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어떤 해법이 나올까요? 고민 많이 하시죠, 요즘?
◆ 송민순> 고민이 되는 거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런데 이게 문제가 중국과 미국의 거대한 세력 싸움이거든요. 미국은 사드 배치에 차질이 생기면 이게 중국한테 밀렸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그게 전 세계적으로 신호를 주는 겁니다.
◇ 김현정> 여기 하나만 밀리면 이제 끝나는 게 아니라?
◆ 송민순> 다 밀린다, 차곡차곡 밀린다(는 신호를 주는 거죠). 지금 왜냐하면 동아시아에 있어서 한반도, 대만, 필리핀, 남중국해 이렇게 연결되는 대륙 세력과 해양과의 지금 대립이 돼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한번 이렇게 밀리면 계속 밀린다, 얼마 전에 보면 필리핀도 중국에 가서 또 잘해 보자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렇게 하고. 지금 동남아시아 각국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 딱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드 배치에 차질이 생기면 중국에 밀린다는 굉장한 상징적 의미가 있거든요. 그리고 중국은 대신 만약에 사드 배치를 그대로 용인하고 있으면 거기에 대해서 대응조치를 하지 않으면 미국에 목이 졸리는 상태에서 중국이 살 수밖에 없구나, 하는 그런 시그널을 주기 때문에. 이런 큰 두 개의 힘이 한반도에서 부딪히고 있지 않습니까.그런데 우리가 잘 보십시오. 큰 바퀴가 부딪힐 때는 정면으로 부딪히는 힘을 대각선으로, 옆으로 분산시켜야 됩니다.
◇ 김현정> 미국과 중국이라는 G2 2개국의 정면충돌을 어떻게든 좀 비켜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몫입니까? 지형적인 한반도라는 지형의?
◆ 송민순> 바로 그런 거죠.
◇ 김현정> 어렵네요.
◆ 송민순> 그렇게 하려고 하면 미국한테도 명분을 살려주고 중국한테도 명분을 살려줘야 되는 겁니다. 사드는 뭐냐 하면 북한의 핵을 막기 위한 대응 수단이라는 명분으로 지금 배치가 되고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속마음은 어떻든 간에 명분은 북핵 막겠다는 거거든요.
◆ 송민순> 그렇죠. 그러니까 북한 핵문제를 풀어나가는 실마리를 푸는 데 한국이 앞장을 서야 이 거대한 충돌의 힘이 서로 비껴가게 하는 구도를 만드는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은 지금 우리를 상대로 하려고 하는 게 아니고 미국의 대북제재와 미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고 그렇게 군사훈련도 조정하고 그렇게 해야 우리도 핵 개발 안 하고 잘 살 수 있다 이렇게 얘기한단 말이죠.
◇ 김현정> 항상 그렇게 얘기하죠.
◆ 송민순> 카드를 미국이 미국을 쥐고 있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미국이 갖고 있는 카드를 한국이 동원해서 북한의 핵 개발을 중지시키도록 하고. 거기에다가 비핵화를 위해서 중국도 지금 충분히 역할을 한 게 아니거든요. 이렇게 한국, 미국, 북한, 중국. 이렇게 넷이서 모여서 풀어나가는 그런 틀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갖고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 김현정> 지금 사드 배치를 철회하면 어떻겠느냐. 그게 가장 쉽고 단순한 해법 아니겠느냐는 주장도 나오는데 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 송민순> 사드 배치는 아까 제가 얘기했듯이 철회를 안 할 겁니다.
◇ 김현정> 거기도 물러설 수 없다?
◆ 송민순> 그 이야기는, 사드 배치 결정은, 사드 배치 결정 자체는 두는 겁니다. 사드에서 중국이 핵심으로 간주하는 것은 엑스 밴드 레이더거든요. 그러면 그 레이더는 아직 도착을 안 했고 그다음에 레이더를 현장에 배치하는 것은 그건 일단 시간을 좀 조정을 하자, 그러면서 중국에 대해서, 이거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 미사일 실험 안 하겠다는 그런 선언 정도는 중국이 받아내라. 그럼 우리가 그다음 조치를, 건설적인 조치를, 선순환 조치를 하겠다, 이런 틀을 마련해야죠. 그래서 아직 마지막 카드가 완전히 던져진 건 아닙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마지막 카드는 남아 있다, 살릴 수 있다. 이제 지금 정부 태도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곧 집권하게 될 다음 대선주자 태도 굉장히 중요하겠네요?
◆ 송민순> 네, 그런데 지금 제가 조금 실망스러운 것은 다음 대선주자들의 일부는 이게 선거를 앞두고 표를 계산해서 그런지 이미 배치된 결정을 바꿀 수 없다고 했다가 다음 정부에 넘기라고 했다가 이게 아주 모순되는 입장이거든요.
◇ 김현정> 좀 모호한 입장들이 나오죠.
◆ 송민순> 그런 표계산은… 특히 정치의 계절이 되면 사람들이 굉장히 바보 같은 결정을 잘합니다. 정치의 계절에는 바보 같은 결정을 많이 하는데. 집권을 하겠다고 하면 입장을 분명히 해야 집권해서도 우리 국민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 대해서 더 당당하게 협상을 할 수가 있을 겁니다.
◇ 김현정> 당당하게. 그러니까 지금 고민해라. 해법 지금 고민해서 국민 앞에 그거 내놔라 이런 말씀이세요?
◆ 송민순> 방향은 분명하게 해야죠.
◇ 김현정> 방향 내놓고 국민들께 보여라, 이 말씀, 선택받아라?
◆ 송민순>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송민순 장관님, 고맙습니다.
◆ 송민순>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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