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월드피스자유연합 회원들이 태극기와 각국 국기를 들고 탄핵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하루 앞둔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탄핵 찬성이나 반대를 요구하는 집회가 각각 이어지고 있다.
◇ "탄핵 각하" 왕복 6차선 점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박사모 등이 포함된 친박단체연합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오전 10시쯤부터 안국역 5번출구 앞에서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재동 헌재와 250m가량 떨어진 곳이다.
이들은 오후 1시 30분쯤부터 아예 안국역사거리부터 낙원상가까지 왕복 6차선 도로를 통째로 점거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폴리스라인 등으로 제지하던 경찰은 현재 안국역사거리 쪽에 차벽을 세우고 대기중이다.
무대에 선 사회자는 "탄핵과 관련한 증거들은 모두 조작이었다"고 주장하며 "헌재는 오직 법과 증거에 의해 판결하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미 승리했다. 축제를 즐기러 나왔다"며 "빨갱이를 때려잡아야 한다"고 소리쳤다.
이를 바라보며 "탄핵 각하"라는 구호를 연신 외친 집회 참가자는 모두 2천 명쯤 된 것으로 경찰은 추산하고 있다. 100만 명이 모였다고 주장하던 주최 측은 10만 명이 모였다고 하는 등 오락가락했다.
극우단체 '엄마부대'와 '행주치마 의병대' 등이 곳곳에 섞여있는 가운데 오후 늦게는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과 탄기국 정광용 대변인 등도 합류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태극기나 미국 성조기를 들고 있었으며 '육사 00기 동지회', 'ROTC 동지회' 등의 단체 깃발도 나부꼈다. 군복을 입거나 빨간색 군용모자를 쓴 이들도 상당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골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시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이를 참지 못하고 폭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시비가 붙어 일대 소란이 나기도 했다.
◇ 뒤섞인 찬·반…촛불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 도로가 통제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헌재 앞 도로 건너편에서는 산발적 집회나 1인시위 등이 이어졌다.
여기서는 탄핵반대단체 회원들과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곳곳에 섞여 있었다. 말다툼도 이어졌다.
태극기와 함께 "탄핵 각하"라고 써진 피켓을 들고 있던 남성과, 노란 리본이 달린 가방을 멘 채 "기각하면 파국이다"라고 써진 피켓을 든 대학생이 겨우 1m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탄핵에 찬성하는 시민들은 오후부터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안국역 사거리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농성을 시작했다.
농성장에 자리 잡고 "탄핵을 즉각 인용하라"는 구호를 외치던 김유정(22) 씨는 "혹여 기각이 된다면 아마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적인 대혼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이상혁(27) 씨는 "탄핵할 수 있는 근거나 사유는 이미 다 드러나지 않았느냐"며 "작은 목소리라도 보태기 위해 나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촛불집회를 주최해 온 시민단체연합 박근혜대통령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7시쯤부터 광화문광장에서 '탄핵 인용을 위한 1차 긴급행동'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본집회 이후 헌재 방향으로 행진할 계획인데 헌재 근처에 모여 있는 친박단체 회원들과의 충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헌재 정문 앞은 노란색 겉옷을 입은 경찰관 수십 명이 차렷 자세로 겹겹이 막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청은 2번째로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인 '을호비상령'을 발령하고서 주변에 36개 중대 3000여 명을 배치했다.
선고기일인 10일에는 최고 경계태세인 '갑호 비상령' 발령과 함께 경찰관 3만 명 이상이 동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