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1530일 만이자, 탄핵소추 의결서를 받은지 91일 만인 10일 '운명의 날'을 맞았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리고 있는 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선고에 승복한다'는 직접적 메시지를 내놓지 않았다.
전날 야권은 "'어떤 결정이 나와도 승복하겠다'고 선언해주는 게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통합을 위해 할 마지막 역할"(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이라거나, "오늘이라도 승복을 선언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다"(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며 승복 선언을 요구했다.
'파면 선고시 불복'을 공공연히 외치는 등 날로 거세지고 있는 친박세력의 폭력적 집회를 자제하고 국민갈등을 봉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탄핵기각 선고시 불복'을 외치는 반대파들의 반발을 무마할 명분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고 전 대통령 메시지는 없다며 야권의 요구를 일축했다. 한 관계자는 "어떤 메시지든 선고에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이미 최종변론 때 이미 선고 승복 입장을 밝힌 상태라 같은 얘기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최종변론기일에 대리인단이 대독한 최후변론서에서 "앞으로 어떠한 상황이 오든, 소중한 우리 대한민국과 국민들을 위해 갈라진 국민들의 마음을 모아 지금의 혼란을 조속히 극복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탄핵사유를 반박하고 기각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거론한 정상참작 목적의 진술일 뿐인 데다, 승복이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도 않아 박 대통령의 직접적 메시지로 보기 어렵다.
자칫 박 대통령의 침묵이 친박세력의 불복시도를 묵인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경우, 정국 혼란과 국민 분열 등 사회갈등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박근혜의 침묵은 묵시적 '불복 선동'이 아닌가 심히 의심스럽다"는 논평까지 냈다.
박 대통령 행보는 13년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의 전례와도 상충된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선고 전날 "헌재 결정을 차분히 기다리고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선언했고, 탄핵기각 선고 뒤에도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면서 그 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선고 뒤엔 특히 "헌재의 결정이 내려진 이상 이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정치적 공방을 벌이는 것은 또다른 혼란과 갈등을 낳을 뿐"이라며 불복 논란마저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청와대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어느 쪽으로든 선고가 나온 뒤에는 모종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내용은 청와대가 거론한 최후진술과 같이 국민통합을 강조하면서, 선고에 대한 승복 의사를 담는 게 될 것이란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