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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오승환, 제2의 김광현은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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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오승환, 제2의 김광현은 나올 수 있을까

    김인식 야구 대표팀 감독 "젊은 투수들, WBC 통해 많이 느꼈을 것이다"

    WBC 한국대표팀 오승환이 6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WBC 서울라운드' 개막전 이스라엘과의 경기 8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이스라엘 대표팀 버챔을 삼진으로 잡아내고 있다 (사진=노컷뉴스)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도쿄 라운드를 앞두고 일본의 한 TV 방송은 아시아 야구 라이벌 한국의 전력을 집중 분석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대부분 김광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일본의 야구 전문가들이 나와 토론을 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광현은 제2회 WBC가 열리기 1년 전인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일본을 상대로 눈부신 호투를 펼쳤다. 일본이 깜짝 놀랄 정도로 대단했다. 일본의 한 타자는 김광현을 상대한 뒤 "공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일본은 김광현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 김광현은 2009년 도쿄라운드에서 일본 타자들을 이겨내지 못했다. 김광현이 선발 등판한 일본과의 첫 맞대결에서 한국은 콜드게임패를 당했다. '현미경 야구'로 불리는 일본의 역량이 김광현에게 집중된 결과였다.

    일본 타자들은 김광현이 던지는 직구를 흘려보내고 슬라이더 타이밍에 맞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려 끝내 설욕을 해냈다. 그런 일본 타자들을 보면서 두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일본의 분석력은 얼마나 대단한가, 또 김광현이라는 투수가 일본 야구계에 심어준 공포가 얼마나 대단했기에 이같은 분석을 하고 나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김인식 감독은 2017 WBC 대회를 마치고 "한 10여년간 김광현이나 류현진 같은 투수가 안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한때 '일본 킬러'로 명성을 떨쳤다. 류현진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우승의 일등공신이다. 세계 무대를 호령했던 투수들이다. 그런데 그들과 같은 '포스'를 갖춘 투수가 보이지 않는다고 김인식 감독은 말했다.

    이번 WBC 대회에 강력한 투수가 한명은 있었다. 바로 오승환이다. KBO 리그와 일본, 미국 무대에서 최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인정받은 선수다. 오승환은 달랐다. 이스라엘전에서 2사 만루 위기를 막았고 대만전에서는 무사 2루 끝내기 위기를 극복해냈다.

    올해 WBC 대표팀 투수들은 전반적으로 제구 난조 때문에 고전했다. 정규리그에 비해 구위가 떨어졌고 제구력마저 뒷받침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불안했다. 반면, 오승환만큼은 오승환답게 공을 뿌렸다. 완벽하게 타자들을 압도했다.

    조기 탈락으로 끝난 2017 WBC 대회는 한국 야구에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 믿을만한 투수가 없다. 지난 몇년간 KBO 리그를 호령한 투수들이 무너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야구계와 야구 팬의 마음은 무거웠다. 한때 세계 무대에서도 당당했던 한국 마운드는 어느새 우물 안 개구리가 된 느낌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대만전을 마치고 "장시환, 원종현과 밥을 먹으면서 말했다. 몸쪽 공을 잘 던져야 한다고. 시속 145km 이상이면 몸쪽으로 던져야 메이저리그 선수들도 못 친다. 팀에 돌아가면 연습하라고 주문했다. 젊은 선수들이 이 대회를 통해 많이 느꼈을 것이다. 그들이 잘 성장해 앞으로 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국가대표팀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은 가능성 있는 투수는 있어도 김광현, 류현진 수준의 투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아쉬워 했다. 가능성 있는 투수가 있다면 김인식 감독의 말처럼 스스로 끊임없는 노력을 해야 한다. 더불어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지난해 KBO 리그에서는 무려 40명의 3할 타자가 배출됐다. 그만큼 최근 몇년동안 타자의 파워와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반대로 보면 그만큼 각 팀에 확실한 투수가 많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선수층이 얇고 기반도 부실하다. 대표팀을 구성할 때마다 잡음은 늘 있었다. 그러나 이번만큼 선수단 구성에 애를 먹었던 대표팀도 드물다. 특히 마운드 구성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인식 감독의 말을 달리 해석하면 앞으로 제2의 김광현, 제2의 류현진, 제2의 오승환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없다. 그런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

    재능이 있는 선수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해진 규정에 비해 좁게 적용됐던 스트라이크존이 그동안 투수 발전을 저해했다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한 고민은 벌써 시작됐다.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올해 초 발간된 '아마야구 현황보고 II'에 따르면 국내 고교야구 투수들이 변화구를 던지기 시작하는 시기가 너무 빠르고 과도한 훈련 탓에 휴식 기간이 충분치 않아 부상 위험에 쉽게 노출돼 있다고 한다. 프로에 입단해 마운드에 서는 것이 아니라 부상 치료와 재활이 먼저인 젊은 선수들이 적잖다. 고민이 필요하다. 2017년 대회 실패의 원인 중 하나는 얇은 선수층과 무관하지 않다. 뿌리부터 단단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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