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격팀 강원FC는 기대를 모았던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의 첫 홈 경기에서 최악의 혹평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15+@'의 홈 경기르를 치러야 한다. 평창=오해원기자
지난 겨우내 눈 속에 갇혀있던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스타디움. 선수도, 감독도 걱정했던 그라운드. 결국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기 전 허벅지 뒷근육(햄스트링)이 불편했던 정조국이 예상보다 일찌감치 교체되며 결국 강원은 홈 개막전에서 아쉽게 패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라운드 밖에서 터졌다.
승격팀 강원FC는 지난 11일 강원도 평창의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FC서울을 맞아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라운드를 치렀다. 올 시즌 알펜시아 스타디움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 강원의 새로운 시도가 모두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였다.
강원은 4년 만에 K리그 클래식으로 돌아와 치르는 첫 번째 홈 경기에 많은 것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 모두는 ‘팬’이 아닌 ‘구단’의 입장에서 마련됐다.
서울과 원주 등지에서 출발한 팬 버스는 물론, 홈 경기 입장권 가격이 터무니없이 높다는 지적을 받았다. 가격은 높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서비스가 필요했다. 가장 비싼 가격의 입장권을 산 관람객이 가장 저렴한 입장권을 구매한 이와 바로 옆자리에서 경기를 봐야 했다는 하소연은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팬들은 지난겨울을 뜨겁게 달궜던 강원의 ‘폭풍 영입’을 결국 구단이 아닌 자신의 지갑이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밖에도 경기장에서 지켜본 많은 축구팬은 화장실을 찾아 허둥지둥 헤매야 했고, 경기장에서 멀찌감치 주차한 뒤 유모차를 끌고,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한참을 걸어 산을 넘어야 했다. 경기장 입장을 두고 언성을 높이는 경우도 발생해 입장이 지연되는 모습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지쳐버린 이들에게 경기 내내 열렬한 응원을 바라는 것은 무리였다.
겨우내 1만톤의 눈 속에서 잔디를 보호했던 퇴비를 걷어내자 그라운드는 예상보다 열악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부 썩은 잔디와 퇴비의 발효 때문에 발생한 냄새가 경기장에 진동해 그동안 축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후각 축구’를 선보였다는 조롱까지 들어야 했다.
무엇보다 강원FC가 올 시즌 홈 경기장으로 사용할 평창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한여름 폭염 또는 폭우가 내릴 때 축구팬을 보호할 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도 분명한 아쉬움이다.(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실 이날 경기에서 크게 드러나지 않은 문제도 분명하다.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축구경기장이 아닌 스키점프를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라 여름을 대비하는 시설이 부족했다.
축구는 한여름 뙤약볕에서도, 폭우 속에서도 경기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이들로부터 관중석을 보호하는 지붕 역할의 가림막이 존재한다. 하지만 알펜시아 스타디움은 본래의 목적 때문에 해당 시설이 전무하다. 한여름 알펜시아 스타디움을 찾는 축구팬이 뙤약볕 또는 폭우와 싸울 방법은 아직 없다.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한 시설도 열악하다. 그나마 올 시즌은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하며 지난 시즌 K리그 챌린지에서 경기할 때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다.
강원은 불과 안방에서 단 한 경기만을 치르고 언론과 팬 모두로부터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희망은 있다. 알펜시아 스타디움을 떠나는 취재진을 향해 강원 관계자는 “앞으로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취재진과 악수하는 그의 손에서 미약하나마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강원의 2017시즌 첫 번째 홈 경기는 분명 미약했다. 하지만 올 시즌 강원은 오는 18일 포항 스틸러스와 3라운드를 포함해 아직 15차례 홈 경기가 더 남았다. 스플릿라운드가 나뉜 뒤에도 추가의 홈 경기는 열릴 수 있다. 강원은 더 나은 홈 경기를 선보일 ‘15+@’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