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면세점의 한국화장품 매장. 항상 장사진을 쳤던 유커들이 자취를 감췄다. 정재훈기자
15일 서울시내 면세점에서 유커(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실종됐다. 이날은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금지령이 본격 적용되는 첫날이다.
롯데면세점 소공점의 경우 평소 개장 전부터 면세점 외부와 실내 복도에 장사진을 쳤던 유커들의 대기줄이 사라졌다.
유커들에게 최고 인기를 구가하던 설화수‧라네즈‧후‧숨 등 한국화장품 매장은 한산하기만 했다. 불과 지난 주만 해도 수십미터씩 줄을 늘어섰던 풍경이 거짓말처럼 자취를 감췄다.
그나마 면세점을 찾은 싼커(중국인 개별과광객)들도 외국 화장품 매장을 찾고 있었다.
한 매장 직원은 “이번 주 들어 중국인 고객이 크게 줄기 시작했는데 오늘은 어제의 절반 정도 밖에 안된다”고 걱정했다. 또 다른 직원도 “이렇게 한산한 모습은 처음”이라고 전했다.
15일 오전 서울시내 한 면세점의 한국화장품 매장. 정재훈기자
신세계면세점 명동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올들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2월까지 흑자 폭을 늘려갔던 신세계면세점은 이번 주부터 고객이 급감했다. 지난 12일부터 20%나 줄었다.
이날부터 유커 감소가 본격화되면서 면세점 매출에도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시내 면세점들의 유커 매출 비중은 70%를 넘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 2일 한국관광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했지만 그동안 롯데면세점의 매출은 큰 영향이 없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사드배치 발표 이후에도 30%를 훌쩍 웃도는 고공비행을 했고 올해 1~2월도 20%대의 성장세를 보였다. 이달에도 둘째 주까지는 2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 12일부터 중국인 매출 증가율이 20%대에서 10%대로 추락했다. 이날 상황으로 봐선 앞으로 하강세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매출 정체 또는 감소는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우려했다.
다만 유커가 감소한 대신 내국인 매출은 큰폭으로 늘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내국인 매출 신장율은 5%대에 그쳤지만 올들어 20%로 상승했다. 롯데면세점의 내국인 매출 비중은 전체의 22~24% 수준이다.
나머지 6~8%는 일본과 동남아 등 중국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 몫이다. 일본, 동남아 등으로의 고객 다변화 전략에 한계가 있는 이유다.
1주일 전만해도 이랬는데...지난 7일 같은 서울시내 면세점 풍경. 정재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