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만인 오는 21일 오전 소환조사를 통보받았다. 박 전 대통령이 과연 그동안의 '관행'을 깨고 검찰 조사 일정을 따를지, 헌법재판소 '모독' 논란을 샀던 변호인단이 검찰의 권위는 인정할지가 관심사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15일 검찰의 소환 통보 전 "소환일자가 통보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적극 응해 수사에 협조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통보 뒤에도 '적극 협조'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요구대로 된다면, 최순실게이트 규명을 위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된 지난해 10월27일로부터 145일만에 '피의자 박근혜' 조사가 이뤄진다. 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수사를 받는 4번째 전직 대통령이자, '파면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최초 사례가 된다.
적극 협조 공언이 나왔으나, 일정대로 조사가 진행될지는 아직 두고볼 일이다. 이미 박 전 대통령은 두 번이나 약속을 깬 바 있어서 앞일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지난해 11월4일 2차 대국민 담화에서 "(청와대에)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 3차례나 검찰이 제시한 조사 일정을 모조리 거부했고, 11월20일 검찰 수사결과 발표 뒤 변호사를 통해 "검찰의 직접 조사에 일체 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검에 대해서도 "특검의 연락이 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할 생각"(1월1일 기자간담회), "조사에 임하려고 하며,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1월25일 정규재TV 인터뷰)고 협조를 약속했었다. 하지만 결국 참모의 입을 빌어 "특검이 언론플레이를 계속해 신뢰할 수 없다"고 비난한 뒤 지난달 9일로 예정됐던 조사를 피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불소추특권을 박탈당한 박 전 대통령이 이번만큼은 순순히 조사받을 것이란 관측, 이번에도 차일피일 미루다 '극단적 대결'에 나설 것이란 상반된 관측이 나온다. 극단적 대결론이란, 검찰의 체포영장 집행을 유도해 '끌려나가는' 모습을 연출한 뒤 동정론과 지지세 결집을 꾀한다는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검찰에 대한 변호인들의 태도가 앞서 헌재를 대할 때와는 차이를 보일지도 주목된다. 탄핵심판 대리인단 소속 변호사들은 촛불민심에 색깔론 씌우기는 물론, 재판부 모독을 서슴지 않았다. 이같은 행태는 여론을 등지게 했고, 재판관들의 심증 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된다.
앞서 박 전 대통령 측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수사발표 직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한 뒤 그에 근거하여 자신들이 바라는 환상의 집을 지은 것으로, 법정에서는 한 줄기 바람에도 허물어지고 말 그야말로 사상누각"이라고 수사 결과를 폄훼했다.
손범규 변호사 역시 탄핵심판 대리인단으로 활동하던 지난달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검찰 수사를 과신하지 말라. 공소장은 검찰의 의견일 뿐이고, 검찰의 수사자료라는 건 검찰이 밀실에서 만든 자료일 뿐"이라고 검찰을 맹비난한 바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단순 피의자 신분인 박 전 대통령이 현직 시절처럼 수사를 기피하거나 상황을 주도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변호인들도 이번에는 검찰에 함부로 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 소환 통보와 관련해 "우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보좌하는 조직이고, 검찰 수사에 대해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