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캄보디아인, 아빠는 한국인인 다문화 가족에서 태어난 반민재 군이 숫자 20일을 적었다. 몽골에서 우리나라로 시집 온 서드초롱씨도, 인기 락밴드 장미여관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숫자를 썼다.
인기 락밴드 장미여관이 '하루를쓰다' 달력 프로젝트를 위해 날짜를 적고 있다.
조금은 삐뚤빼뚤 각자 제각각인 숫자들이 모여 하나의 달력을 완성했다. '하루를쓰다'라는 이름의 이 달력은 365명의 사람들이 함께 써서 만드는 공동 예술 프로젝트다.
달력을 만든 최성문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24시간의 하루가 주어지지만 경제와 정치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모든 이들의 삶이 공평하지 못하다는 문제의식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두에게 하루라는 24시간이 주어지요. 하지만 경제적‧정치적 이유 등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차별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자연은 우리에게 모든 이가 공평하고 평등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거든요. 인간이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 부분을 조명하고 싶었어요. 또 사람들에게 일깨우고 싶었고요. 그래서 작업을 하게 됐어요.
364명이 적은 숫자가 모여 달력을 완성했다. 단, 10월 31일에는 숫자가 비어있다. 종이 달력이나 어플 달력을 사용하는 이용자가 스스로 숫자와 사진을 넣어 자신만의 날짜를 채울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용자를 포함한 365명이 1년의 달력을 함께 만드는 셈이다.
기독교인인 최성문 작가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중이라고 말한다.
지난 2015년 노숙인 자활을 위한 첫 번째 달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최작가는 올해 두 번째 달력 프로젝트 주제를 '아시아인들과 함께 하루를쓰다'로 정했다.
최작가는 우리나라에 와 있는 다문화 이주민들이 소외받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도 공평한 하루를 주고 싶었다며 무엇보다 소외받는 그들을 '끌어안아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려서부터 사람들을 도우며 사는 의미 있는 인생을 살고 싶었어요. 하지만 실천하진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새벽예배에 가서 기도를 하던 중 성경의 단순한 가르침인 하나님사랑과 이웃사랑의 메시지를 깨달았어요. 그때부터 제가 가진 예술적 재능을 사용할 수 있는 달력 프로젝트를 계획하게 됐죠."최작가는 이번 달력 제작을 위해 우리나라에 와 있는 다문화 이주민 등을 만나 숫자를 받았다. 그리고 비행기를 타고 터키와 네팔, 중국, 몽골 등을 찾아가 현지인도 만났다. 15개월에 걸쳐 완성한 이번 달력은 18개 국적의 아시아인들이 동참한 셈이다.
달력 판매 순수익금 전액은 다문화 이주민 가족과 도시 빈민 등을 위한 자립 기금으로 후원하고 온라인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했다.
지금은 '하루를쓰다' 어플을 출시해 도시 빈민 등을 돕는 후원금 모금을 계속하며 팟캐스트를 통해 달력 프로젝트를 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모두에게 공평한 하루를 선사하고 싶은 최작가의 다음 프로젝트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