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동빈 수습기자)
일본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며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하겠다고 엄포를 놓던 70대 남성이 경찰에 제지당했다.
16일 오전 10시쯤 서울 종로경찰서에 별안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건 박모(78) 씨는 다짜고짜 "오후 2시에 소녀상을 철거하러 가겠다"며 "김정남이 죽은 것처럼 누군가 나를 죽일지도 모르니 경찰들이 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중요한 시기에 우리는 일본과 꼭 친하게 지내야 한다"면서 "나는 구속될 각오도 했고 유서까지 써놓았다"고 덧붙였다.
(사진=김동빈 수습기자)
경찰은 박 씨가 계획을 실행에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서 경계를 강화했다. 방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현장에는 소화기도 배치했다.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평화의 소녀상 앞에 박 씨가 나타났지만 곧바로 경찰관 10여 명에 둘러 싸였다.
이에 박 씨는 "경제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종북좌파들이 옛날 일만 생각해서 일본과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소리쳤다.
조사 결과 박 씨는 작업용 장갑만 들고 왔을 뿐 실제 소녀상을 훼손·철거할 만한 다른 장비는 갖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씨는 또 자칭 '한일 친선 범국민연합' 발족을 준비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박 씨를 붙잡아 잠시 진정시킨 뒤 귀가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딱히 처벌할 만한 근거조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