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릴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사진=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 페이스북 캡처)
남자 스켈레톤의 양대산맥 윤성빈(23·강원도청)과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의 희비가 0.01초 차로 갈렸다. 1차 레이스에서는 윤성빈이 웃었지만 최종 승자는 두쿠르스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두고 두 선수가 각축을 벌일 전망이다. 그리고 '마의 9번 코스'가 메달 색을 결정할 승부처로 꼽혔다.
한국 남자 스켈레톤 간판스타 윤성빈은 17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6~2017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8차 대회에서 1, 2차 합계 1분41초52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금메달을 차지한 두쿠르스(1분41초51)보다 0.01초 늦은 아쉬운 은메달이다. 1차 레이스를 50초69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던 터라 아쉬움은 더했다. 평창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린 이번 대회는 올림픽 무대를 미리 만나볼 좋은 기회였다. 윤성빈은 홈 이점을 살려 금메달을 노렸지만 두쿠르스의 노련미가 더 빛났다.
두 선수는 우승 후보다운 경기를 펼쳤다. 스타트부터 피니시라인을 통과할 때까지 흠잡을 곳 없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나머지 선수들이 고전한 9번 코스 역시 큰 무리 없이 통과했다.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의 9번 코스는 공략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전 각도가 10° 안팎인 9번 코스는 속도가 100㎞/h 정도로 줄어드는 구간이다. 하지만 이후가 문제다. 커브를 빠져나오면 미세하게 곡선을 띈 10~12번 코스에 진입한다. 만약 9번 코스에서 속도를 줄이고 진입한다면 큰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지만 그만큼 기록이 늦어진다. 반대로 빠른 속도로 통과한다면 벽에 부딪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실제 이날 경기에 출전한 상당수의 선수가 9번 코스 이후 벽에 부딪히며 공략에 애를 먹었다.
두쿠르스 역시 "1차 레이스에서 9번 코스를 돌다 문제가 있었다"며 "흥미로운 코스지만 조금만 실수를 한다면 기록 단축이 어려울 수 있다"고 9번 코스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윤성빈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기존 코스와 다르게 길이가 길지도, 짧지도 않다"면서 "세계 어디도 그런 커브가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꺼리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공략 역시 쉽지 않다는 얘기다.
결국은 9번 코스를 잘 소화하는 선수가 좋은 기록을 남길 전망이다. 두쿠르스는 "9번 코스는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갑자기 나타난다. 그래서 더 놀라게 된다"면서 "9번 코스에 모든 것이 달려있다. 그곳만 잘 빠져나간다면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 승부처로 떠오른 '9번 코스'. 과연 이 코스를 지배하고 올림픽 메달을 차지할 선수가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