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운동용 웨어러블 기기 '네오핏' 홍보 사진. (출처=KT 홈페이지)
'착용가능한(wearable)' 스마트 기기를 통해 건강정보를 축적하고 상담을 통해 관리를 하는 보험서비스가 당분간 현실화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현 정부가 보험회사들이 건강관리(헬스케어)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위해 검토해온 '비 의료기관 건강관리 서비스 가이드라인' 제정이 사실상 무산됐다.
건강관리 서비스는 운동과 식이요법, 금연 등 생활습관을 개선해 스스로 건강을 증진하도록 기획, 상담 및 교육, 정보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하지만 의료행위로 간주될 수 있어 보험사들이 본격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이런 서비스가 허용돼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등 ICT기술과 연결되면 다양한 맞춤형 보험 상품의 개발이 가능한데 따라 당국에 규제 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현 정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성장동력으로 '헬스케어 산업'을 지목하고 '비의료기관'인 보험업계에 건강관리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주기 위해 지난해 2월부터 지금까지 생명보험협회, 의사협회 등과 '가이드라인' 제정을 논의해 왔다.
그러나 정부측은 "건강관리도 의료와 직접적으로 연계된 영역이므로 의사가 진단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입장과 "단순 건강관리서비스는 의료행위가 아니다"는 보험업계의 입장 사이에서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료인이 아닌 비 의료인이 건강관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가이드라인 형태로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 왔으나 이해관계자들이 있어 신중하게 갈 수 밖에 없다"며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시점을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에선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야 이 문제를 재론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미국에선 민간 주도의 건강관리서비스가 발달해 민영보험사와 건강관리서비스 전문회사들이 활동한다.
의료보험회사인 시그나(CIGNA)는 고객의 건강위험도를 평가해 수준별로 계층화를 한 뒤 건강관리에 대한 동기부여를 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건강관리서비스 전문회사인 헬스웨이스(Healthways)는 고객의 건강관리 성과를 모니터링해 금연처방약을 할인해주거나 현금과 포인트 등 현물을 제공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일본에선 공적 의료보험이 건강관리사업을 기획하고 실제 서비스는 보험사와 의료기관, 전문회사가 제공한다. 건강관리, 장기 간병, 요양시설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이런 건강관리 서비스는 질병에 대해 예방 효과를 높이고 의료비를 줄이며 고객 입장에선 보험료를 줄여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산업적 측면에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수요를 대거 창출할 수 있어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런 건강관리 서비스가 다른 공적 의료 정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료기기업체나 보험사의 배만 불리는 것이 될 공산이 크고, 무엇보다 '의료 민영화의 초기 단계'가 될 수 있다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은 지난 1월 발간한 '민중건강과 사회' 소식지 84호에서 "건강관리서비스는 병들기 전에 건강증진을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삶의 질을 높이자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선 개인적 생활습관 교정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공공 정책의 조성, 보건의료서비스 방향의 재정립 등 보다 사회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까지 포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근 KT와 NH농협은 업무협약(MOU)를 맺고 스마트밴드 네오핏 등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 "보험가입자의 건강 증진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보험금을 절감해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개인 건강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보험상품을 발굴하고 헬스케어 등 신규 서비스 개발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 상품개발이나 서비스 제공까지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직 많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