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광주 전남대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가 학생들과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광주CBS 장요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첫 경선 순회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온 20일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모두 광주·전남 표심을 저격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문 전 대표는 광주를 방문해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고 약속했고, 안 지사도 오는 22일부터 2박3일 동안 호남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 시장은 지난 주말부터 서울-광주를 출퇴근하며 호남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 '어대문' 실감나는 대학가…"자만하지 않기를" 일침도20일 문 전 대표가 광주 전남대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장사진을 치고 문 전 대표를 기다렸다.
두툼한 전공 도서를 든 한 여학생은 "수업 가야 하는데…"라며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문 전 대표와 사진을 찍겠다는 일념으로 줄을 섰다.
올해 신입생이 된 정모(19여) 씨는 "깊게 생각은 안 해봤지만, 주변 어른들이 문 전 대표를 좋아한다"면서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 낙마를 한 만큼 준비가 잘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공학과 문현석(25) 씨도 "문 전 대표가 뭔가 굳건한 이미지고, 군대도 다녀오고 호남 성장에 도움을 준 사람 같다"며 지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문 전 대표의 대세론을 걱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수학을 전공하는 박정욱(19) 씨는 "TV에서 문 전 대표가 자기 입으로 '내가 대세'라고 하는데, 자만한 모습이었다"며 "방심할 것 같아 불안하다. 너무 자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정치학도들 간의 대화는 자연스럽게 민주당 경선에 초점이 맞춰졌다. 누구를 반대한다기 보다는 각 주자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느껴졌다.
정치외교학과 정모 씨는 "안 지사가 살아온 과정을 보면 정말 사적인 욕심 없이 정치하는 사람"이라며 "남자다운 매력도 있고 화합의 리더십도 보여주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지금 시대정신이 '통합과 화합'은 아니다"라며 아쉬움도 표했다.
정치외교 학회실에서 만난 김모(19) 씨는 "이 시장은 '적폐청산'이라는 노선을 분명하게 들고 나와 마음에 든다"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정권 내내 다투기만 하다가 역풍을 맞을까 봐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강주혁(20) 씨는 "보수 정권 10년 동안 민주주의가 너무 후퇴했다. 지금은 개혁을 말하기에 앞서 후퇴된 민주주의를 회복할 시간"이라며 "문 전 대표가 민주주의를 자리 잡게 하는 데에는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장' 발언과 관련해 학생들 사이에서 "군생활을 그만큼 충실하게 한 것을 표현한 것일 뿐"이라는 의견과 "정치인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광주 송정역 (사진=김구연 기자)
◇ "아직은 누굴 뽑겠다는 거시기가 없어부러!"전남대 교정에는 '문재인 대세론'이 우세했지만 광주의 시내로 자리를 옮기자 아직 표심을 정하지 못한 '무당파'가 많았다.
철물점을 운영하는 A(51·여) 씨는 "어차피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려운 현실은 바뀌는 게 없다"며 "이제 그놈의 정치인이 지겹다"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택시기사 최모(43) 씨는 "아직 누구를 찍어야겠다는 거시기가 없다"며 "문재인은 호남을 홀대한 것 같고, 안희정은 돈 받아먹었고, 이재명은 뭔가 불안하다"고 혼란스러워 했다.
마트에서 장을 본 뒤 귀가하던 이모(57·여) 씨는 문 전 대표와 안 지사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이 씨는 "안 지사의 대연정 소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미지도 신선하고 포용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본선 경쟁력에서는 그래도 문 전 대표가 낫지 않을까 싶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정권교체가 돼야 하니까 문 전 대표를 찍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광주송정역에서 주차장을 관리하는 B(56) 씨는 "이 시장은 주관이 뚜렷하고 말도 시원해서 마음에 든다"면서 "문 전 대표의 지지자인데도 이 시장에게 마음이 끌린다"고 전했다.
이밖에 거리에서 만난 4~5명의 시민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그래도 뽑는다면 누굴 뽑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문재인, 문재인하니까...문재인 뽑겠죠"라고 답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