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어류를 미꾸라지 등에 이식함으로써 인공 증식을 통해 유전자원을 보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22일 "멸종위기 어류 4종의 생식줄기세포를 초저온 동결보존하는 기술을 확립했다"며 "이 가운데 Ⅰ급인 미호종개의 생식줄기세포를 미꾸라지에 이식해 인공증식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생식줄기세포는 생식소 안에서 정자나 알을 만드는 줄기세포로, 어류의 경우 정자와 알 양쪽으로 분화할 수 있다. 모든 생명활동이 일시 정지하는 -136℃ 이하 초저온에서 이 세포를 장기보존한 뒤, 다른 종에 이식함으로써 복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연구진은 멸종위기 Ⅰ급인 미호종개와 감돌고기, 퉁사리와 열목어에서 적출한 생식소를 최장 18개월간 -196℃로 초저온 동결한 뒤, 각 생식소 세포가 안정적으로 생존하는 조건을 찾아냈다.
이 가운데 인공증식에까지 성공한 미호종개는 1984년 충북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된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물의 흐름이 느린 맑은 여울에 살며, 수질 오염과 하천 개발 등으로 지금은 거의 멸종 상태에 있다.
연구진은 "미호종개의 해동 생식줄기세포를 불임화시킨 미꾸라지에 이식했더니, 이 미꾸라지가 미호종개의 알과 정자만을 생산하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미꾸라지에서 생산된 알과 정자는 지난해 10월 수정을 거쳐 7576마리의 치어로 탄생했고, 지난달말 이들 치어를 미호종개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인공증식으로 태어난 47마리의 미호종개를 자원관 사육실에 보호하고 있으며, 나머지 7529마리는 유전자 분석 연구로 활용했다.
자원관 관계자는 "인공증식으로 태어난 미호종개 개체는 생식 능력과 수명 조사 등 후속연구를 지켜본 뒤 방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흰수마자와 꼬치동자개 등 다른 멸종위기 Ⅰ급 어류들도 초저온 동결과 인공증식 기술을 지속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