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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골 깊어진 文-安, 본선 '팀워크' 가능할까?

국회/정당

    감정 골 깊어진 文-安, 본선 '팀워크' 가능할까?

    페이스북 설전 이어 광주지역 TV토론회에서도 얼굴 붉혀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중인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갈등이 심상치 않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둔 두 사람은 경선 초반만 해도 상호 공격을 자제했었지만, 안 지사의 지지율 급등 이후 본격화된 양측의 갈등은 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으로 촉발된 네거티브 공방을 계기로 극에 달한 상태다.

    이들은 지난 24일 광주지역 TV토론회에서 잠시 서로를 다독이는 모습을 보이기고 했지만 이내 다시 충돌하는 등 이들 사이에 패인 감정의 골이 메워지기보다 깊어지는 모양새여서 경선 이후 본선에서 팀워크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분노-사랑' 논쟁, 네거티브 공방까지 이어져

    최근 이어지는 양측의 대립은 문재인 전 대표의 '전두환 표창' 발언을 안희정 지사 측이 "그게 자랑일 수 없다. 광주 시민에게 사과하라"고 문제 삼으면서 촉발된 것처럼 보인다.

    이후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은 "내부를 향해서 던지는 분열의 네거티브"라며 안 지사에게 십자포화를 퍼부었고, 문 전 대표는 "나를 향한 모욕"이라고 역공에 나서면서 두 캠프 간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확전을 우려하던 안 지사는 의원멘토단에 "네거티브로 흐르지 않도록 절제 있게 말하고 상대를 존중하자"고 다독였지만 문 전 대표가 21일 "혹시라도 네거티브를 속삭이는 분이 있다면 정말로 멀리하거나 단속하셔야 한다(토론회)", "신선한 정치 이미지에 오점이 남지 않기를 바란다(페이스북)"고 안 지사를 몰아세우자 작심비판에 나섰다는 것이 안 지사 측 설명이다.

    안 지사는 22일 새벽 페이스북에 "자신들의 발언은 정책비판, 타인의 비판은 네거티브인가"라며 문 전 대표와 문 전 대표 측근들에게 맹비난을 퍼부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 지사가 호남 경선을 앞두고 안 지사가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형제의 뺨을 때리는 것이라면 정치를 하지 않겠다"던 안 지사가 "문 대표와 문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게 하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 사람을 질리게 만드는 게 목표라면 성공했다"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한순간의 감정에서 나온 불만이 아니라 켜켜이 쌓인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렇듯 끝을 모르고 치닫고 있는 갈등의 뿌리는 이른바 안 지사의 '선의 발언' 이후 문 전 대표가 "안 지사의 말에는 분노가 빠져있다"고 말한 시점부터 시작됐다는 것이 양 캠프 인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당시 안 지사는 지지율이 22%까지 치솟으며 33%를 얻었던 문 전 대표를 맹추격하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안 지사가 지난달 19일 부산대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도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다 뜻대로 안 된 것"이라는 취지로 발언한 뒤 문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견제구를 던지기 시작했었다.

    문 전 대표는 20일 기자들을 만나 "안 지사의 발언에 분노가 빠져있다"고 지적했고, 이날 저녁 안 지사는 캠프관계자들에게 "지도자의 분노는 피바람을 일으킨다"고 맞대응했었다.

    안 지사의 발언이 알려지자 문 전 대표는 21일 재차 "우리의 분노는 사람에 대한 증오가 아니라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라며 "불의에 대한 뜨거운 분노심 없이 어떻게 정의를 바로 세우겠냐"고 반문했고, 안 지사는 "분노는 정의의 출발점이기도 하지만 그 실천과 마무리는 사랑"이라고 반박하며 이른바 '분노-사랑' 논쟁이 이어졌었다.

    이후 안 지사가 "그것(선한 의지)이 최근 국정농단 사건에 이르는 박근혜 대통령의 예까지 간 건 아무래도 많은 국민께 다 이해를 구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제 예가 적절치 못했다. 죄송하다"고 사과한 뒤 문 전 대표는 "처음부터 안 지사는 통합을 강조한 것이고, 그것을 강조하다보니 말이 꼬이면서 오해가 생긴 것"이라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이때부터 캠프 차원이 아닌 두 후보 개인 간 감정의 골도 패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안 지사 역시 23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두 달 동안 제 고의와 상관없이 너무 오래 동안 두드려 맞고, 제 인생을 부정당해서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며 "제가 그리 혼날 일이 아닌데, 소신 없고 무원칙한 사람으로 공격을 당했다"며 서운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안 지사는 24일 토론회에서도 문 전 대표를 향해 "문 후보의 전반적인 정치, 흐름을 놓고 보면 상대는 갑자기 나쁜 사람이 돼 버린다"며 "경선에서 붙는 저 마저도 문 후보 진영으로부터 '애 배렸네(버렸네)' 수준의 공격을 당하는데 문 후보는 침묵하거나 좋은 말만하는 이미지를 갖고 (문 후보 진영들의) 싸움은 방치하는 것 아니냐"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14일 토론회에서 안 지사가 손학규‧김한길‧박지원‧안철수의 탈당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 삼은 것을 두고 '금도를 넘었다'며 캠프 관계자들에게 강하게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文-安, 경선 뒤 '원 팀'은 어려울 듯

    이들의 연이은 충돌을 지켜보는 당 안팎의 인사들은 이번 경선을 계기로 두 사람의 결별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하고 있다.

    안 지사의 '직격'이 일시적인 감정적 서운함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문 전 대표의 포용적 리더십 부족과 문 전 대표 주변의 패권주의에 대한 불만이 근저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가 이런 리더십으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겠느냐는 위기의식과 함께 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나서 정권교체를 하더라도 성공적인 국정운영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문제의식이 최근 안 지사의 행보에 녹아있다는 설명이 나온다.

    안 지사는 지난 23일 자신의 지지조직 '더좋은 민주주의 포럼' 전국네트워크 발대식에서 "그 분이 다음 대통령(으로서) 이끌 미래 비전이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며 "'그 누구의 주장이라 할지라도 선의로 받아들이고 대화를 하자', '의회와의 대화를 통해서 국정을 논하고 국가 미래와 절박한 현실을 놓고 힘을 모아내자'는 게 왜 배신이냐"며 문 전 대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상태다. 이런 문제 의식은 안 지사 측 인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전 대표 측 인사들은 사석에서 공공연하게 "문재인 전 대표는 안희정 지사보다 안 지사 주변 사람들이 안희정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 지사는 우리와 한 팀"이라며 안 지사의 문제의식을 평가 절하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라면 현재의 판세대로 문 전 대표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안 지사 측의 전력을 100% 지원받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당 중심의 대선"을 줄곧 강조한 안 지사는 경선에서 지더라도 문 전 대표를 돕겠지만, 자치단체장인 안 지사가 직접 문 전 대표의 선거를 돕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안 지사 대신 안 지사 측 인사들이 문 전 대표를 도와야 하는데, 문 전 대표와 문 전 대표 측이 공공연하게 안 지사 측 인사들의 언행을 문제 삼고 있는 만큼 이들이 안 지사를 대신해 문 전 대표 지원에 발 벗고 나서겠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중도 표심이 필수적인 문 전 대표가 대선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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