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반잠수선에 올리겠다면서 오히려 조류가 더 센 해역으로 보냈다는 CBS의 단독보도에, 정부가 이를 사실상 시인하면서 "다각적으로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해양수산부는 28일 오전 진도군청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CBS의 단독보도와 관련, "조류, 바람, 기기의 성능, 현장 작업 여건 등을 종합해 최적의 위치를 선정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해수부 이철조 세월호 인양추진단장은 "반잠수식 선박과 세월호를 도킹하는 작업은 신중하고 고도의 전문적인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작업에 참여한)상하이샐비지나 도크와이즈 등 회사도 당연히 안전 위주로 성공적 작업을 전제로 검토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실방지대책도 없이 램프까지 잘려나간 세월호를 원래 위치보다 두 배 이상 먼 3km 밖으로 끌고 간 이유에 대해 CBS의 지적을 반박하지 못한 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지난 24일만 해도 이 단장은 "작업환경은 세월호 현장보다는 약간 조류가 약한 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장기욱 인양추진과장도 "맹골수역은 조류가 심해 반잠수식 선박이 움직이지 않고 재킹바지선과 세월호가 이동하도록 결정했다"고 거들기도 했다.
하지만 CBS 취재 결과 정작 해수부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국립해양조사원은 굳이 세월호를 옮겨야 할만큼 조류 속도가 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조사원 관계자는 "물의 흐름은 3km 거리로는 대동소이하다"며 "바다에서 3km 거리는 거의 '앞'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1km든 3km든 조류 속도는 그렇게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세월호 참사 이후 남서쪽 1.3km 지점에서 조류를 간헐적으로 측정했다"며 "(세월호가 거치된)남동 3km나 (애초 반잠수선이 있던)북동 1km 지역이나 조류 속도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4일 오후 4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세월호 사고 위치에서 남서쪽으로 1.3km 떨어진 지점에서 유속을 측정한 결과 초속 7~31cm로 문제의 두 해역과 모두 비슷한 수준이었다.
또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식 선박으로 이동할 때 조류의 '방향' 역시 해수부의 입장과 조사원의 설명에 차이가 있었다.
해수부는 지난 24일 오후 2시 인양을 마친 세월호 선체를 반잠수선에 옮기겠다고 했지만, 돌연 "조류 방향 때문에 이동에 차질을 빚었다"며 같은날 오후 4시 55분에야 출발했다.
하지만 조사원 측정 결과 이날 오후 4시 30분부터 6시까지는 조류의 방향이 동남향이어서 세월호 선체가 반잠수선으로 향했지만, 6시 이후부터는 북서향으로 바뀌면서 세월호가 파도를 안고 나아가야 했다.
'순방향' 진행은 1시간 30분가량에 그친 반면, 반잠수선 위에 자리잡은 10시까지 4시간이나 '역방향' 진행을 선택한 셈이다.
수십년간 이 해역을 누비고 다닌 어민들은 오히려 반잠수선이 옮긴 곳이 훨씬 더 위험한 곳이라고 입을 모아 증언했다.
20여년째 어선 선장으로 일하는 이모(58)씨는 "지금 반잠수선이 있는 곳의 조류가 훨씬 더 센데, 옮긴 것 자체가 이상하다"며 "반잠수선이 (사고해역) 근방에 가서 작업하면 이동시간도 짧은데 왜 이동했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반잠수선이 있는 곳은 파도도 세고, 암초가 아래에 있어 너울성 파도도 자주 일어나는 지역"이라며 "병풍도를 갈 때면 오히려 파도가 심해서 돌아가는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병풍도 전문 낚시 출조점을 운영중인 조모(50)씨도 "반잠수선을 왜 옮겼나 이해를 못하겠다"며 "날씨도 좋은 상태였는데 굳이 조류가 더 센 지점까지 갈 필요가 있나 이상했다"고 말했다.
어선 선장으로 일하다 최근 은퇴한 송모(65)씨 역시 "오랫동안 낚시배를 몰며 새벽마다 낚시꾼들을 안내하곤 했다"며 "물발이 약한 곳으로 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유실 위험까지 감수한 채 '더 멀리' 그리고 '더 위험한' 해역에서 '최대 난제'로 지목해온 선적 작업을 벌인 해수부의 역선택에 당분간 의혹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