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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해법 '난기류'…머나먼 '자율협약'

금융/증시

    대우조선 해법 '난기류'…머나먼 '자율협약'

    회사채 문제 해소의 열쇠인 국민연금 '초 신중 모드'

    (사진=자료사진)

     

    대우조선해양의 채무 재조정에 열쇠를 가진 국민연금이 정부가 제시한 고통분담 방안에 대해 소극적 자세를 보이면서 이 회사가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이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뒤 침묵을 지켜오던 국민연금은 29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4월 17일부터 18일까지로 예정된 사채권자 집회일까지 기금의 투자기업에 대한 가치보전 방안, 법률적 위험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 입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의 회사채는 3900억 원어치로 내년 3월까지 순차적으로 만기가 돌아오는 1조 3500억 원의 회사채 중 30% 가량을 차지한다.

    특히 다음달 21일 만기가 돌아오는 4400억 원 어치 중 43%인 1900억 원어치가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회사채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다음달 17일과 18일 5차례의 채권자집회를 통해 내년 3월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의 50%는 출자전환을 하고 50%에 대해선 만기연장을 해달라는 고통분담안을 내놨다.

    5번의 채권자집회 중 한 번이라도 이런 분담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채권자들 자율협약 형식의 '채무 재조정 후 2.9조 원의 신규자금 투입'을 통한 대우조선 회생안은 폐기된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비해 P플랜(pre-packaged plan, 사전회생계획제도)을 채택해 채권단이 마련하는 채무재조정과 신규자금 투입 계획 등을 회생법원의 인가를 받아 집행하는 '변형된 법정관리'에 들어갈 준비를 마쳐놓고 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회생법원 측에서 준비를 많이 해뒀더라"면서 "17일이나 18일에 협약이 무산된다면 즉시 P플랜을 법원에 요청할 것이다. 며칠 여유를 둘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P플랜 역시 법정관리기 때문에 이 경우 국민연금의 손실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법원이 강제 채무재조정에 나서면 출자전환의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고, 법정관리 돌입에 따른 기존 주문자들의 계약취소 등으로 대우조선이 결국 퇴출되는 극단적 상황이 도래한다면 들고 있는 채권을 모두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사안의 중대성에 따라 통상적으로 내외부 인사 3인씩으로 구성된 투자관리위원회를 거쳐 투자위원회가 최종결정하는 의사결정 절차 대신 리스크 관리센터가 내,외부 인사를 선정해 '특별관리위원회'를 꾸리고 여기서 회사채 처리에 대한 찬반의견을 내도록 한 뒤 투자위원회를 열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손실을 줄이는 게 최선이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 역할이 사회 문제로 떠오른 만큼 국민 노후자금을 제대로 운용하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 밖에 없어 결정이 어려운 처지다.

    특히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특별관리위원회에선 이런 비판 여론에 따라 부정적 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국민연금 심벌마크. (사진=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 화면 캡처)

     

    국민연금은 정부의 정상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데 필요한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측에 추가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확인한 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 엄격한 절차에 따라 객관적인 자료를 토대로 국민연금 가입자를 위한 기금 이익 제고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추가로 요청한 자료는 삼정회계법인의 대우조선 실사결과 보고서 등이고 산은측은 실사 보고서에 2016년도 회계감사 보고서를 추가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회사채 보유 기관들에게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이런 극도로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면서 비공식적으로는 대우조선의 주채권은행이자 대주주인 산업은행에 대해 감자(減資, 자본감축)을 거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대우조선 주식에 대해 감자를 실시하고 1조 8000억 규모의 출자전환에 나서 현재 이 회사 전체 지분의 78%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산은이 추가 감자를 하면 대우조선이 정상화될 때 국민연금이 출자전환으로 손에 쥐게 되는 주식의 가치는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국민연금측이 이를 희망하고 있지만 산은 측은 추가 감자에 나서면 ‘배임’으로 추궁 당할 가능성이 있어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결국 대우조선 회사채에 대해 재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회사채를 가진 다른 채권자들인 우정사업본부(1800억 원), 사학연금(1000억 원), 신협(900억 원) 등도 같은 입장을 취할 공산이 커 자율협약 방식의 채무재조정 방안은 성사되기 어렵다.

    P플랜에 들어가더라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자율협약 방식과 같은 규모인 2.9조 원의 신규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대우조선이 당분간 연명은 할 수 있겠지만 금융위원회가 천명해온 대로 '작고 단단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은 정성립 사장이 29일 사내 방송을 통해 자신의 급여를 모두 반납하겠다며 직원들에게 임금삭감을 통한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국민연금의 협조를 부탁하기 위해 방문일정을 조율하는 등 다급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간 간부급 등으로 구성된 '별동대' 200명 중 130명은 지난 주말부터 사채권자들을 찾아 다니며 정상화 방안 수용을 부탁하고 있고, 20여 명은 긴급 개설된 콜센터에서 문의전화에 응답하는 일에, 나머지는 법원 등에서 필요 서류를 마련하는 일에 각기 분주하다고 대우조선 측은 전했다.

    (대우조선해양 특별취재팀=감일근·구병수·윤석제·정병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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