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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누가 어떤 얘기해도 되는 톡투유, 천국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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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제동 "누가 어떤 얘기해도 되는 톡투유, 천국 같다"

    [기자간담회] 100회 맞은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의 MC 김제동과 제작진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는 모습 (사진=JTBC 제공)

     

    3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 지하가 꽉 들어찼다. 지난 2015년 2월 파일럿으로 처음 시청자들과 만난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이하 '톡투유') 100회 기자간담회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로 아담한 공간이 금세 북적였다.

    연출을 맡는 이민수 PD도, 평범한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역할을 100회 동안 해 오고 있는 MC 김제동도 놀라워할 만큼 뜨거운 취재 열기였다.

    이 PD는 "진짜 100회까지 올 줄 몰랐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100회를 맞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 사람들이 말할 수 있고 같이 공감할 수 있는 자리가 계속 잘 간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제동은 "100회 그 회만 특별한 게 아니고 한 회 한 회가 쌓여온 것"이라며 "왜 별 감흥이 없지 생각했는데, 그게 더 좋은 것일 수도 있겠다. 함께 '참여'했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라고 밝혔다.

    ◇ '청중' 아닌 '화중'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의 장'

    이름처럼 '톡투유'는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보통 사람들'은, 으레 방송에서 소비되는 것처럼 '장식품'의 위치가 아니다.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말'하는 존재가 된다.

    김제동은 "'톡투유'에 오는 분들은 청중이라기보다 화중에 가깝다"며 "그동안 사람들은 장식품처럼 쓰였다. 밑에 앉아서 주로 고개만 끄덕거려야 하는 존재였다면, (여기서는) 오히려 사람들이 더 많이 얘기하고 무대 쪽에 있는 전문가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시간이 훨씬 많다. ('톡투유'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지위를 격상시켜 놓아, 사람들이 주도권을 갖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기하게도 '톡투유'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속얘기를 꺼내놓는다. 가장 흔한 부모-자녀 갈등부터 시작해서 월급을 떼인 사회초년생, 물이 새는 전셋집을 고쳐주지 않겠다는 집주인 때문에 괴로워하는 세입자 등 말 그대로 곁에 있는 '이웃'들의 얘기가 주를 이룬다. 얼굴을 드러내놓고 어쩌면 민감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사람들. '톡투유'는 어떻게 100회씩이나 이런 일을 가능하게 만들었을까.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의 이민수 PD (사진=JTBC 제공)

     

    이 PD는 "진짜 의아스럽긴 하다. 사람들이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웃음으로 가장 일상적인 자기 이야기를 해내는 걸 보면 뭐가 이렇게 사람들을 이야기하게 만드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제작진 입장에서는 그분들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의도로 가공하지는 않으려고 애쓴다"고 밝혔다.

    김제동은 "제가 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다 하신 겁니까?' 하는 거다. 그 전까지 20~30초 침묵이 이어질 때가 있다. 그럼 서로 웃는다, 사람들이. 그 침묵 뒤에 진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4시간 녹화하면서 저도 그렇고 온갖 이야기를 다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해도 여기서는 안전하겠다, 비난받지 않겠다 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그게 사람들의 힘"이라며 "저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고 오는 분들도 완전한 인간이 아니어서 참 좋다고 얘기할 때가 있다. 요 순간만큼은 진짜 천국 같다고 생각한다. 누가 어떤 얘기해도 되니까. 저는 천국이 그런 형태일 거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 PD는 "4시간 녹화 중 제일 많이 편집되는 게 제동 씨다. 사람들 이야기를 되도록 편집하지 않는다"며 "(이야기하다가) 주저주저할 때 박수를 쳐 주는데, 어떤 순간에라도 박수가 나오면 그 느낌이 말하는 사람에게도 전달되는 것 같다. 그 힘으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 손석희 사장이 '톡투유'에 바라는 것

    '톡투유'는 손석희 보도 담당 사장이 관할하는 보도제작국에서 만들어지는 프로그램이다. 처음 기획될 때부터 손 사장이 프로그램 방향과 MC 등에 대한 의견을 냈고, 손 사장과 제작진, 김제동이 조율점을 찾아 잘 버무려낸 결과물이 바로 '톡투유'라는 것.

    그래서인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손 사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가 '김제동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한 것에 대해 김제동은 "손 사장에 대해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그분은 그런 미안함을 간직할 류의 인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김제동은 "원래 당신(손 사장)께서 하고 싶었던 프로그램이라고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땐 '뉴스룸'이 생기기 전이니까 ('톡투유'는) 전국으로 다니는 '뉴스룸' 같은 거죠. 사람들의 의견이 있고 진행을 하고. 그런데 (자기가 하면) 재미는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했다"며 "손 사장이 했어도 제가 했던 것만큼이나 재밌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를 100회 동안 이끌어온 MC 김제동 (사진=JTBC 제공)

     

    김제동은 100회를 맞아 손 사장과 문자를 나눈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이 100회까지 오게 돼서 고맙다. 누구 덕분이라고 생각하느냐'라는 취지로 보낸 문자에 손 사장이 모두 자기 덕분이라고 했다고 밝혀 다시 한 번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손 사장이 '톡투유'를 보면서) 사람들의 눈빛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 저 사람들의 눈빛을 꼭 지키고 싶은 프로그램이라고 자주 했다"면서도 "손석희 사장에게는 1만큼 고맙고 제작진에게는 99만큼 고맙다"고 재치있는 답변을 내놨다.

    이 PD가 "(손 사장이) 기획할 때부터 굉장히 애정을 갖고 지켜보시고 챙겨주시고 하셨다"며 "제작진에게도 '사람들의 선한 눈빛을 잊으면 안 된다'고 당부하셨다"고 하자, 김제동은 "여러분은 지금 불안에 떠시는 직장인의 멘트를 듣고 있다"고 거들었다.

    ◇ '말하는' 사람이었던 김제동 '닥칠 줄 알게 되다'

    김제동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달변가다. 토크콘서트를 오랫동안 이끌어 올 수 있었던 힘도, 그의 '말솜씨'에 있었다. 하지만 그와 이민수 PD가 강조했듯, 또 지금까지 지켜봐 온 시청자들도 체감할 수 있듯 '톡투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인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김제동은 '듣는 재미'에도 눈을 뜨게 되었다.

    '톡투유'가 100회를 맞는 동안 성장한 부분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김제동은 "닥칠 줄 알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지 않을 수 있겠지만… 몇 달 간 제일 많이 떠든 놈이 뭐 그런 얘기를 하느냐 하실 수도 있지만 마이크를 들고 있는 동안 입 다물 줄 알게 됐다. 만약 제가 성장했다고 봐 주신다면 그게 가장 크다."

    그는 "말하는 즐거움이 사실 훨씬 크다. 강연하다가 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로 듣다가 졸지 않나. 하지만 듣는 즐거움도 (말하는 즐거움) 못지않다고 깨닫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예정됐던 것보다 더 긴, 1시간 30분 여가 지나서야 마무리됐다. 김제동은 말미에 작가들에 대한 언급을 잊지 않았다.

    그는 "작가분들이 진짜 고생 많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즉석에서 하니 (작가가) 뭐 할 일이 있나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는데, 뒤에서 조율하고 사람들이 이야기할 수 있도록 저한테 뭔가를 보내주고, 사연들을 보고 이런 역할이 진짜 쉽지 않다"며 "작가들도 진짜 재밌는데 같이 인터뷰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솔루션이 없어도 늘 자기 이야기를 꺼낼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 이야기 도중 등장하는 침묵까지 들어주는,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100회는 내달 2일 오후 11시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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