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사진=JTBC 제공)
30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상암동 북바이북에서 JTBC 예능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100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프로그램 이야기뿐 아니라, 한 '개인'으로서 김제동의 견해를 들을 수 있는 발언도 많이 나왔다. 기자들의 질문을 돌아가지도, 피해가지도 않았던 그의 '말'들을 모아봤다.
▶ 정치적인 성향과 관련해 방송하시는 데 부담되지는 않는지.
"어떤 정치적인 성향하고 얽혀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어떤 기사를 쳐 보셨는지… (웃음) 한 번 여쭤보고 싶고요. 정치적 성향이라고 말씀하셨는데, 민주공화국에서 한 개인이 정치적 성향을 가지는 것이 저는 당연하고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인으로서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각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헌법 어디를 봐도 어떤 특정 직업을 가진 사람이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면 안 된다는 구절은 없고요. 오히려 저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고 자신의 주인된 목소리 내는 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는 개인적 견해 가지고 있다. 굳이 여기서 다시 헌법 조문을 이야기하지 않겠다."
▶ 방송 내용을 보고 왜곡하거나 곡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것 때문에 자체검열을 하게 됐다든지 마음의 변화가 생겼다든지 하는 게 있나. (* 김제동은 방송에서 군 복무 당시 군사령관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러 영창에 간 적이 있었다고 말했고, 이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등 일부 정치권에서 이를 문제삼은 바 있다)"빙 돌리면서 이야기할 필요 없죠? 영창 문제 얘기하시는 거 같다. (기자 : 그렇다)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나. 나중에 저하고 이야기하시면 충분히 말씀드릴 수 있다. 그날 무슨 게임을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이 난다. (웃음) 거짓말을 했다면 (4성 장군의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했다는 것일 텐데, 당시 아주머니와 어머니를 번갈아 쓴 것 같다. 그리고 그때 장교식당의 위치도 정확히 기억이 나고요. 지금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때는 이런 이야기를 국정감사에서 부르면 하려고 했다. 부르라고 했는데 안 불러놓고 거짓말이라고 단정지으면 곤란하다. 그 부분은 언젠가 꼭 짚고 넘어가야 된다고 생각했다. 곡해나 오해는 전적으로 보시는 시청자들의 자유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 토를 달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광범위하게 합의해 놓은 부분은 헌법이고 거기는 토달기가 사실 어렵다. 문제가 있다면 개헌 절차를 밟으면 된다. 방송에 나온 부분에 대해서 '저건 좀 그렇다', '저런 얘기는 그렇다' 하는 반응에 대해 제가 일일이 다 오해를 풀고 이야기할 자격은 없다고 본다. 책 읽을 때도 (읽는) 독자가 두 번째로 책을 쓰는 것이고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이니까요. (방송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시청자의 자유다. 제가 되게 정치적인가 보다 (웃음) 주로 다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신 것 같다."
▶ 헌법 조항을 다 외워서 말하는 것을 인상깊게 봤다. 언제 외운 건가.
"헌법 조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누구든지', '예외없다' 이런 표현들. 긴 헌법 전문이 한 문장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은 앞뒤 대구가 정확히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힘들다. 주어 술어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말하는 사람으로서, (제게는 헌법이) 우리말 아름다움의 집합체로 보였다. 1조부터 39조는 읽다가 외워진 거 같다. 흐름이 딱 있다. 그러면서 40조 이후, 국회에 관한 것이고 66조부터는 대통령 행정부고요. 1조부터 39조까지는 되게 좋은 시를 한 편 봤을 때 자기도 모르게 약간 외워지는 느낌, 그런 느낌이었다. 지금도 외울 수 있게 된 원동력의 구절은 37조 대한민국 헌법 1항이었던 것 같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는 헌법에 열거되어 있지 아니하다는 이유로 경시되지 아니한다.' 마치 연애편지 같았다. 36가지의 사랑하는 이유 적어놓고 여기에 안 적어놨다고 해서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지극히 아주 개인적인 감성으로 읽어갔다. 외우는 데는 외우려고 외웠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외웠는지는 잘 모르겠다. 밤 10시 40분 경에 다 외워진 것 같다. 문득 생각나 쭉 적어봤는데 적히더라. 그래서 저도 되게 재밌었다."
지난해 11월 12일, 촛불집회가 열리기 전 김제동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이한형 기자)
▶ 연예계의 대표적인 노총각이었는데 어느샌가 투사 이미지가 덧입혀지면서 결혼 이야기가 쏙 들어간 것 같다. 올해 안에 결혼 소식을 들을 수 있는지?
"(웃음) 투사 이미지 강해서 결혼 이야기가 들어간 게 아니고요. 이제 사람들이 지쳤다. (웃음) 그래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생각보다 제 결혼에 대해 관심없다. 알아서 제가 잘 하고… 결혼 안하면 안 되는 것처럼 얘기 안했으면 좋겠다, 우리 사회가. 여기도 결혼 안하신 분들이 더 많지 않나. 이게 무슨 정규교육과정처럼 그렇게 된 것 같은데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생각보다 그런 데(제 결혼)에 관심 없을 것이라고 본다."
▶ '그분'과 소통한다면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그분'은 현재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다)"잘 좀 듣고 싶네요. 말씀하신 걸 잘 들은 적이 없어서 잘 좀 듣고 싶다. (웃음) 네. 잘 좀 듣고 싶어요. 머릿 속에 온갖 게 굴러가는데 (이 내용이 기사로) 써지면 어떤 파장이 있을지… 촛불집회 마지막 때도, 그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결정되고 난 다음에 요청이 왔을 때가 일정이 되는데도 촛불집회에 안 갔던, 거의 유일하게 거절했던 경우인 것 같다. 고 직전까지 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파티까지 제가 나갈 필요는 없고. 사람들의 공이니까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참 많은데 여기서 '닥치는 힘'을 사용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