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남 검찰총장(왼쪽)과 박근혜 전 대통령(사진=자료사진)
임명권자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거취를 두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정치적 도의를 내세운 사퇴설과 정치로부터 검찰 독립을 요구하는 완주론이 맞선다. 김 총장의 임기는 올해 12월1일까지다.
사퇴설은 전례를 거울삼는다. 노무현 대통령에 칼을 겨눴던 임채진 총장, 김대중 대통령 아들을 수사한 이명재 총장의 경우를 볼 때 사의 표명이 순리라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김 총장의 발탁, 두 사람의 질긴 인연도 회자된다.
김 총장의 부친은 박 전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이었던 영남대 총장이었는데,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이는 김 총장이 고검장 인사에 낙마한 배경으로, 옛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과 정윤회 문건 수사가 만회와 보은이었다는 눈초리로 김 총장을 따라다녔다.
완주론은 '검찰 흔들기'에 대한 반동이다. 임기제 검찰총장이 중간에 물러나는 건 나쁜 선례가 될 수 있고, 사의 명분도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 장관 공석 상황에서 검찰총장까지 대행체제가 될 경우 자칫 검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내부에서 감돈다.
대검 관계자는 "총장 사퇴는 수사에 성역이 있다는 걸 인정한 것밖에 안된다"며 "공소유지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사퇴 전망을 일축했다.
김 총장의 거취는 검찰의 업보라는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김수남의 검찰은 '특별시대'로 불릴 만큼 험로를 걸었다.
그의 임기 중 특별수사단·특임검사·특별감찰단·특별수사팀에 이어 특별수사본부까지 꾸려졌다. 두 차례 운영된 특수본 사이 특별검사도 자리했다.
그러나 굵직한 사건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검찰이 이번 수사를 매듭 지어도 되겠냐는 물음표가 달리는 이유다.
재단 강제모금 의혹이 불거진 초기,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해 수사의지를 의심받기도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윤창원 기자)
우병우 전 민정수석 수사를 전담하던 특수팀 역시 황제조사 논란만 낳은 채 사실상 빈손으로 해체됐다.
김 총장은 수사 내용 대화는 없었다고 부인하지만 우 전 수석과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특검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박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마지막 관문이 될 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는 그래서 김 총장의 거취와 직결돼있다는 관측과 맞닿는다.
우 전 수석이 검찰 등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던 만큼 그에 대한 수사는 검찰 내부에 매스를 들이대야 하는 수술이 될 수도 있다.
김 총장이 이번 수사를 매듭짓더라도 5월 대선 이후 재신임 국면과 검찰개혁 이슈라는 파고를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의 법무장관 인선도 변수다.
검찰총장의 임기를 늘려 정치적 독립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검찰이 무너진 신뢰를 얼마나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총장은 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직후였던 31일 출근길에 무거운 표정만 지은 채 박 전 대통령 구속과 우 전 수석 수사에 관한 기자들 질문에 말을 아꼈다.
김 총장이 수사로 답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