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이게 국민의 목소리다"…자유한국당 뻘쭘하게 만든 '무도'

방송

    "이게 국민의 목소리다"…자유한국당 뻘쭘하게 만든 '무도'

    [노컷 리뷰]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은) 일개 제작진이 불순한 의도로 제작하려 한 게 아니라, 큰절 드리던 국민들의 말씀을 조금이나마 담아보려 한 것이다. 침착하게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자유한국당은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에 대한 방송·출연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원권 정지 3년 징계를 내린 '문제의 의원'을 왜 하필 자기 당을 대표하는 의원으로 내보냈냐며 '공정성'을 문제삼았다. 거기에 "일개 PD 한 명이 강제로 (섭외) 한 거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무례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촌극'에 김태호 PD는 명료한 말로 받아쳤다. "국민들의 말씀을 담았으니, 침착하게 들어보자"고. 실제로 1일 방송된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은 4개월 간 귀 기울인 국민의 목소리를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자유한국당이 때아닌 트집잡기를 했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 왜, '국민의원' 특집이었을까

    지난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사진='무한도전' 캡처)

     

    제작진은 오랜 시간을 들여 '국민의원 특집'을 준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지난달까지 4개월 간 온오프라인으로 국민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나라를 뒤흔들 만한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가 밝혀지고 국민들이 '이게 나라냐'라고 반문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판을 짜야 한다는 요구를 하기 시작한 때와 맞물린다.

    그래서 '무도'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이 정말로 원하는 나라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질문했다. 또한 그런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담아내야 한다는 데에 주목했다.

    '국민의원 특집' 초입부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헌법 1조가 나온 것, '우리가 바라는 2017년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들이 '소통, 정의, 평등, 화합, 미래'라는 답을 가장 많이 내놓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1만여 명의 시민들이 각자 꿈꾸는 '좋은 세상'을 위한 법안을 보내왔고, '무도' 측은 그 중 일부를 추려 국민의회 장소로 모셨다. 16세부터 78세까지 다양한 연령의 국민 200명이 '국민의원'으로 선정돼 자신이 바라는 법안을 이야기했다.

    실제 입법을 위해 국회의원들도 대동했다.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각각 국토교통, 노동환경, 문화체육, 여성가족, 정치선거 분야의 입법 전문가들로 초청됐다.

    ◇ 국회와 의원 향한 '직구'도 피하지 않은 '무도'

    지난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사진='무한도전' 캡처)

     

    '국민의원 특집'의 매력 중 으뜸은 역시 '솔직담백함'이었다. 국회의원들에게 가지고 있었던 '편견'을 서슴없이 이야기하는가 하면, 주권을 잠시 '빌렸다는' 위치를 잊은 채 책임을 방기하는 의원들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기발한 법안을 내놓았다.

    '돈이 많다', '맨날 놀고먹는다', '맨날 싸운다', '이미지가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왠지 국민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을 것 같다'… 방송에서는 국회의원에 대한 '편견'이라 소개됐지만, 그렇다 해도 이같은 '편견'을 만든 것은 의원들 자신의 탓이 크다.

    선거철에만 '반짝' 하고 국민을 섬길 뿐, 의원 뱃지를 달고 나면 거만하게 돌변한 수많은 의원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을 상기시켜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밖에 나가면 '의원님' 대접을 받기 바쁜 이들에게, 꾸밈 없는 '민심'을 들어볼 기회가 얼마나 있을까. '국민의원 특집'은 서로 거리감을 느끼는 의원들과 국민들 모두에게 필요한 자리였을지도 모른다.

    가진 특권에 비해 충분히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는 국민들이 원하는 '국회의원 관련 법안'에서 더 잘 살펴볼 수 있다. 일한 만큼만 월급 받기, 공약 50% 이행 실패 시 다음 선거 출마 금지, 거짓말할 경우 의원직 상실, 후보 자격이 있는지 사전시험 필수화 등 날카로운 시선이 담겨있다.

    하지만 '국민의원 특집'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대리하지 못하는 국회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방향을 택하지 않았다. 일부의 함량미달 의원들이 전체 정치를 대표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최소한 국민의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입법 활동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점도 부각했다. 적어도 이날 방송을 본 시청자들에게 이정미 의원은 최저임금 1만원법, 부당면접 금지법을, 오신환 의원은 예술인 복지법 개정안을, 이용주 의원은 현직검사 청와대 파견 원천봉쇄법을, 김현아 의원은 전세 보증금 반환보험 보증 의무화법, 박주민 의원은 영세상점의 카드 수수료 면제법을 발의한 의원으로 기억될 것이다.

    ◇ 생활을 바꾸는 법 만들기 과정,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다

    지난 1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사진='무한도전' 캡처)

     

    '국민의원 특집' 방송 후 가장 뜨거운 반응이 나왔던 부분은 일한 만큼 충분한 값을 받지 못하고, 과로하며, 폭언과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고, 갑질하는 손님은 물론 고용한 사업주에게도 보호받지 못하며, 능력은 '출중'하지만 왜 떨어지는지 도무지 모르고, 한 뼘 쉴 공간조차 없는 직장인들의 생생한 경험담이었다.

    22시간 일하고 잠잘 틈도 없이 집에서 씻고만 나온 채 다시 출근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칼퇴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월급보다 야근비가 더 많이 나올 때가 있을 만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면서도 "남자들은 군대를 갔다 와서 괜찮은데 여자들은 군대를 안 갔다왔으니 회사에서 더 당해봐야 한다"는 폭언까지 들어야 했던 프로그래머는 '직장 내 멘탈 털기 금지법' 제정에 목소리 높였다.

    소위 '진상' 손님이 와도 그저 문제 없이 잘 처리하라는 주인의 말만 듣고 모든 신체적·감정적 노동을 수행해야 하는 아르바이트생 출신 카페 사장님은 '알바 근로 보호법'을 말했다.

    이외에도 '청소 노동자 쉼터 설치법', '지원자 탈락 이유 공개법', '노하우 전수법' 등 피부로 와닿으면서도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졌다.

    국민의원 한 사람이 어떤 에피소드를 말하고, 그로 인해 어떤 법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하면, 입법 전문가인 국회의원들이 실효성을 따져가며 찬반 입장을 정하거나 보충의견을 내는 식으로 논의를 발전시켜 나갔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원은 물론 시청자들까지 입법 진행과정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국민의원이 제안한 법안과 유사한, 이미 있는 법안을 알려주기도 했다.

    대한민국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국회의원들은 4년 간 이를 '빌려왔다'는 것을 되새기게 해 주고, 어렵게만 보였던 '입법'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친절하게 알려 준 '국민의원 특집'.

    자유한국당은 도대체 무엇이 그리 못마땅해서 보기도 전에 '방송금지'라는 무리수를 둔 걸까.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어 하는 국민들이 작은 부분부터나마, '정치'의 힘을 빌려 바꿔나가는 모습이 두려웠던 걸까.

    아니면 자신들이 열심히 심어 놓은 '정치혐오'에 균열이 날까봐 전전긍긍했는지도 모르겠다. 국민은 그저 4년에 한 번, 5년에 한 번 표를 주는 수동적 존재로만 남겨지고, 정치는 자신들과 같은 소수의 '의원' 몫으로 두어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러나 어쩌나. 영리한 '무도'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뒤따라야만 나의 권리를 더 신장시킬 수 있고 더 잘 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RELNEWS:right}

    "플라톤이 이런 말을 했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으로부터 지배받는 것이라고. 정치에 관해 끝없이 관심을 가질 때만이 나의 권리를 얻을 수 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