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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번역' 보이콧 사태, 어떻게 보세요?

  • 2016-07-19 15:07

네티즌 "번역가 교체 안하면 영화를 보지 않겠다"

(사진=트위터 '박지훈보이콧' 검색한 후 캡처)

 

최근 SNS상에서 특정 번역가를 대놓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당 번역가는 박지훈 씨다.

개봉을 앞둔 영화 '수어사이드스쿼드'의 예고편이 나오면서 네티즌들이 폭발했다. '수어사이드스쿼드'의 번역을 박지훈 씨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예고편을 본 네티즌들은 주인공 할리퀸이 번역 하나로 전혀 다른 캐릭터가 돼버렸다고 주장했다. 번역가를 바꾸지 않으면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해당 배급사측은 예고편의 번역은 박지훈 씨가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문제가 된 예고편에서 할리퀸은 "이 오빠 맘에 들어", "왜요?", "봐주면 안돼요?"라고 말한 것으로 나온다. 이 대사만 놓고 봤을 때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할리퀸은 DC코믹스에서 가장 진취적이면서 자유분방한 여성 캐릭터다. 시쳇말로 아주 센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가 남자에게 고분고분한 말투로 얘기를 한 것으로 자막이 입혀지다보니 팬들이 화가 난 것이다.

이번 예고편 번역은 하지 않았다고 해도, 사실 박지훈 씨는 여러차례 '자질 논란'에 휘말리곤 했다.

예를 들어 2010년에 개봉한 영화 '인셉션'에서는 장인어른을 아버지로,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스파이'에서는 'secretary'(비서,총무)를 뚱땡이로 오역했다. 특히 뚱땡이는 과체중을 비하하는 뉘앙스로 전달되면서 더 큰 반발을 샀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개봉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는 '당연한 소리'를 뜻하는 관용어 'water is wet'을 말 '물난리가 났다'로 번역했다.

이번 예고편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이 예상보다 격해지자 영화 배급사 측에서는 '수어사이드스쿼드' 예고편의 자막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왼쪽은 자막변경 전, 오른쪽은 변경 후. (사진='수어사이드 스쿼드' 예고편 캡처)

 

하지만 존대 표현을 반말로 바꾸는 것과 '오빠' 표현을 뺀 것이 전부였다.

물론 번역 실수는 눈 감아 줄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의 의도와 캐릭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번역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엉뚱한 정보를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최근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번역한 영국의 데보라 스미스는 번역의 '모범'으로까지 여겨진다.

그녀는 영어에는 존재하지 않는 한글의 존대나 존경어를 표현하기 위한 부단히 노력했다. 또한 영어권에서는 it과 that이 무조건 직전의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문장 순서를 바꾸기도 했다.

또한 한국사회의 위계질서를 설명하기 위해서 묘사를 원문보다 훨씬 상세하게 번역했다. 예를 들면 회사 임원과의 식사 자리에서 여주인공을 묘사하는 장면이다. "아내는 웃지도, 얼굴을 붉히지도, 머뭇거리지도 않은 채"를 "But the demure, apologetic smile that was the only reasonable response never came, and without even having the grace to look embarrassed"를 '마땅히 보여야 할 얌전하고 미안한 미소는 나오지 않았고, 예의상 당황한 듯 보이려 하지도 않으며'로 해석하였다. (2016.5.19, 한국일보)

데보라 스미스가 그랬듯 영화에 자막을 입히는 일도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 영화 번역가가 되기 위해서는 해당 외국어를 잘해야겠지만 외국어 숙달 여부가 좋은 번역가의 충분조건은 아닌 것이다.

한편 '발 번역' 논란의 중심에 선 영화 '수어사이드스쿼드'의 개봉은 8월 4일로 예정돼 있다.

이 기사 주소: https://www.nocutnews.co.kr/462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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