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중국 총리. (사진=연합뉴스)
중국 공산당 권력서열 1,2위인 시진핑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 사이에 미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표면적인 이유는 노점상 문제.
중국은 그동안 미관 등을 이유로 노점상 억제정책을 펴 왔지만 코로나19 이후 쓰촨성과 저장성, 장시성 등 많은 지방정부가 노점상을 양성화하기 시작했다.
리커창 총리도 지난달 28일 전인대 폐막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서부의 한 도시(청두)는 이동식 노점 3만6000개를 설치해 하룻밤에 10만개 이상 일자리를 만들어 냈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지난 1일 산둥성 옌타이시의 구시가지를 방문해 노점상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원이자 사람 사는 맛이며 가오다상(高大上·고급 또는 첨단의 의미)과 동일하게 중국의 생기"라고 치켜세우기까지 했다.
리 총리의 이런 발언이 알려진 이후 노점상이 코로나19 이후 극도로 어려워진 고용과 소비를 해결할 수 있는 출구로 인식되기 시작했고 지방정부에서 노점상 활성화 대책을 앞다퉈 내놓기 시작했다.
중국의 대기업들도 중국 전역의 야시장 노점상들에게 자사 매장의 냉동고를 활용한 보관 공장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등 리커창 총리의 노점 경제에 적극적으로 화답하고 나섰다.
하지만 리커창 총리가 불붙인 노점상 열풍은 10여 일도 안돼 급격히 사그라들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노점상 관련 보도를 뚝 끊고, 일부 매체는 그간의 노점상 관련 기사를 삭제하고, 일부 매체는 노점상 경제에 대한 비판기사까지 내보내고 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중문판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는 지난 4일 주요 관영 매체에 '노점상 경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중국 국영 CCTV는 7일 논평을 통해 "노점상 경제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맹목적으로 이를 추구할 경우 뜻하는 바와 정반대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도 베이징시는 노점상 단속도 시작하기로 했다. 관영 베이징일보는 지난 6일 베이징시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노점경제는 베이징시에 부적합하다"며 "노점과 도로 점거 영업 등 위법 행위에 대한 법 집행을 강화해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베이징시 정책결정의 최고봉인 베이징시 당서기는 시진핑 주석의 측근이 차이치(蔡奇)다.
산둥성 옌타이 주택가 노점상 방문한 리커창 총리.(사진=연합뉴스)
노점 경제에 대한 관영매체들의 부정은 리커창 총리가 시 주석의 심기를 건드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인대 폐막 회견때 "6억명의 월수입은 겨우 1천위안(약17만원) 밖에 안되며, 1천위안으로는 집세를 내기조차 힘들다"고 말했다.
리 총리의 이 발언은 시 주석이 그동안 강조해 온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샤오캉(小康)사회'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을 넘어서 조롱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시 주석은 지난 1일 발간된 중국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에 "우리 사회는 이미 샤오캉 사회를 전면적으로 건설하는 목표를 기본적으로 실현했다"고 선언했다. 1일 발간되었지만 일찌감치 준비됐었을 것으로 보인다.
1인자 시진핑으로서는 한때 경쟁상대였지만 이제는 종속관계가 성립된 리커창 총리가 밉거나 괘씸했을 수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반중성향의 빈과일보(蘋果日報)는 "(리커창 총리의 노점 경제가) 청나라 백일유신(百日维新·1898년 청나라 개혁파들의 변법자강 운동으로 보수파에 의해 100일 만에 좌절됐다)처럼 일주일도 안 돼 끝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리 총리가 시 주석한테 공개적으로 면박을 당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리 총리가 이끄는 국무원 중앙정부에 앞으로 어떤 권위와 공신력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