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마지막 TV토론회서 격돌하는 트럼프-바이든. (사진=연합뉴스)
미국 대선의 최후 분수령으로 일컬어졌던 마지막 TV토론이 22일(현지시간) 밤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진행됐다.
열세에 놓인 트럼프 대통령은 시종일관 공격모드였고 바이든 후보도 노련한 토론 솜씨를 뽐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려했다는 사실도 불거졌다.
이날 토론회는 엉망진창이었던 1차 토론과는 달리 그나마 수준있게 진행됐다.
미국 언론 표현을 빌리자면 '문명화'된 토론이었다.
발언권이 없는 쪽의 마이크를 끈 새로운 규칙이 토론을 살렸다.
90분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첫 두 주제였던 코로나19, 국가안보 토론은 예정 시간이 15분 초과할 정도로 집중도도 높았다.
여론조사상 절대 열세인 트럼프 대통령은 1초라도 시간을 살려서 바이든의 과거를 공격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는 "바이든은 러시아에게 많은 돈을 받았다. 러시아가 많은 돈을 지불했고,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라며 최근 불거진 바이든 후보 아들 헌터를 둘러싼 잡음과 관련된 공격을 퍼부었다.
바이든의 가족이 러시아로부터 350만달러를 받았고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통해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헌터가 우크라이나 기업에서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반복한 것이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도 만만치 않았다.
아들 의혹에 대해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인 세금 문제, 또 중국과 결부시켜 국면을 전환하는 노련함을 과시했다.
그는 트럼프의 러시아 돈 지급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국에 50배 많은 세금을 냈고, 중국에 비밀 계좌를 두고, 중국서 사업도 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트럼프에게 세금신고서를 공개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22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의 벨몬트 대학 교정에 마련된 마지막 TV토론회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를 놓고도 양보 없는 공방이 벌어졌다.
트럼프는 자신의 신속한 대응으로 220만명의 생명을 구했다며 "그것은 없어질 것이고 우리는 고비를 넘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코로나는 중국의 책임이라면서 코로나19 백신이 몇 주 내에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2만명이라면서 "이렇게 많은 사망자에 대한 책임이 있는 사람은 미국의 대통령으로 남아 있으면 안 된다"고 몰아 붙였다.
정치자금 후원 문제와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월스트리트 기부자로부터 거액을 모금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나를 나쁜 입장에 두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에서 돈을 가져가는 사람은 당신이지, 내가 아니다"고 말했다.
2016년 대선 때 민주당보다 적은 자금으로도 승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바이든 후보는 자신에 대한 평균 기부액이 43달러라고 받아쳤다.
이날 토론회에선 특히 북한 문제를 놓고 4분 이상 설전이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사실을 폭로했다.
그는 "그들(오바마·바이든)이 김정은을 만나려고 했지만 김정은이 만나려하지 않았다. 왜냐면 김정은이 오바마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는 만났다"고 말했다.
바이든은 김정은과 회담 가능성을 열어뒀다.
"김정은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 능력을 걷어내는데 동의한다면 만나겠다"고 말한 것이다.
이날 토론회는 모두 잘했다는 게 미국언론의 전반적 평가다.
토론이 무승부로 끝난 만큼 이제 11일 후에 투표함을 여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