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북한이 10일 최근 잇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전술핵 군사훈련'이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지휘했다고 밝히며 핵 위협을 노골화했다.
북한은 이날 노동당 창건일을 맞아 사상 초유의 전투기 150여대 무력시위와 저수지 수중발사 탄도미사일 시험 사실 등도 함께 공개하며 위협 수위를 높였다.
북한 관영매체들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술핵 운용부대들'의 군사훈련을 지도한 사진 수십 장을 게재함으로써 9월 25일~10월 9일 7차례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가 전술핵 훈련이었음을 알렸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등 '불가피한 정황'에 대처해 당 중앙군사위원회가 지난달 하순 '실전화된 군사훈련'을 결정한 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훈련이 한미 대규모 해상전력이 동해상에 있을 때 실시됐다고 밝힘으로써 군사적 자신감도 과시했다. 한미연합훈련 중에는 대규모 도발을 피했던 전례와 다른 것이다.
북한은 "목적하는 시간에, 목적하는 장소에서, 목적하는 대상들을 목적하는 만큼 타격 소멸할 수 있게 완전한 준비태세에 있는 우리 국가 핵전투 무력의 현실성과 전투적 효과성, 실전 능력이 남김없이 발휘됐다"고 선전했다.
저수지에서 탄도미사일을 수중 발사하는 기상천외한 방식이 공개되고, 우리 군 비행장을 표적으로 한 훈련에서의 상공폭발과 직접 정밀 및 산포탄 타격 배합 방식 등을 나열하며 정확성과 위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합뉴스김 위원장은 "(한미가) 여전히 계속 대화와 협상을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혀 강대강 기조를 분명히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한미연합훈련은 어디까지나 재래식 무기를 가지고 진행되고 있고, 한국은 핵무기가 없는 비핵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처럼 한국에 대해 전술핵무기 사용 훈련까지 실시하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가 단순한 '억제' 차원을 넘어서는 것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핵전력뿐만 아니라 재래식 위협 수위도 역대급으로 높였다. 특히 지난 8일 전투기 150여대를 동원한 대규모 공중무력시위는 전시를 방불케 할 만큼 전례 없는 도발 행위다.
군 당국은 북한의 6일 군용기 12대를 동원한 훈련은 공개했지만 정작 이틀 뒤의 그 10배가 넘는 훈련은 비공개했다. 군은 8일 훈련이 6일과 달리 특별감시선 이북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연합뉴스하지만 특별감시선 이남으로 내려오지 않은 것은 사후적 결과일 뿐, 북한 발표대로 150여대가 동시 출격한 것은 그 자체로 최고의 대비 태세가 불가피했다는 점에서 비판이 예상된다.
북한의 최근 움직임이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이 최근 전술핵 선제 사용을 공언하고 법제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재래식 국지전이 곧바로 핵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내포한다.
한반도의 좁은 전장 환경에서 평시에조차 수백대의 남북한 전투기가 공중 대치하는 상황은 일촉즉발의 우발적 충돌 위험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더구나 정부 여당 핵심 인사들은 최근 북한의 7차 핵실험을 전제하면서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함에 따라 마지막 안전장치마저 제거될 위기에 놓였다.
만약 우리 측의 우연한 실수라도 북한이 도발로 인식한다면 중간 과정을 생략한 채 즉각 전술핵으로 보복할 수 있다는 게 지금의 냉엄한 현실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미의 제재 압박이 강화될수록 김정은은 더 핵공격 능력 강화에 매진할 것이고, 한미의 공격이 임박했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핵타격 작전 능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최근 한미연합훈련과 북한 무력시위 간의 악순환은 한반도 안보 환경을 우크라이나나 대만보다 못한 처지로 악화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핵 공격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고 대만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곳'(영국 이코노미스트지)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남북한이 그 불명예스러운 '지위'를 이어받으려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