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에 등장한 무인기. 연합뉴스[앵커]
북한이 어젯밤, 자칭 '전승절'이라고 부르는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일을 기념해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북한 매체를 통해서 이 상황이 일부 공개됐는데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도 참석했습니다.
통일부에 나가 있는 김형준 기자 연결합니다. 김 기자, 북한 매체를 통해서 공개된 상황을 좀 전해주시죠?
[기자]
오늘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관영매체들은 북한 주장으로 이른바 '조국해방전쟁 승리', 그러니까 6.25 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을 기념해서 수도 평양에서 열병식을 열었다고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물론 참석했습니다만 올해 2월 북한군 창건 75주년 열병식 때도 그랬듯이 직접 연설을 하지는 않았고요, 국방부 장관에 해당하는 강순남 국방상이 연설을 했습니다.
문제는 이 연설 내용인데 강 국방상은 얼마 전 한미 핵협의그룹, NCG 첫 회의와 탄도미사일 탑재 원자력 잠수함, SSBN 켄터키함의 부산 기항을 언급하며 이렇게 협박했습니다.
"이제는 조선반도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느냐 마느냐 하는것이 아니라 누가 언제 어떻게 핵전쟁을 일으키는가 하는것이 문제로 되였습니다."
"지금 이대로 군사적대결을 기도하며 나간다면 우리 국가의 무력행사가 미합중국과 '대한민국'에 한해서는 방위권범위를 초월하게 된다는것을 엄중히 선포합니다."강 국방상은 NCG를 비롯한 한미의 확장억제 강화 움직임을 "군사력 사용으로 조선반도 지역에서 사상 초유의 핵전쟁을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장난질"이라면서 미국이 핵전쟁 흉계를 꾸미고 있다고 비난했는데요.
그러면서 "확실히 현 시점은 미국이 그 누구의 정권 종말에 대해 입에 올리기 전에 자기의 멸망에 대해 걱정해야 할 때이며 전략자산들을 조선반도에 들이밀기 전에 미 본토 전역을 뒤덮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핵무력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라고도 협박했습니다.
우리와 미국에 대해서 선제 핵공격을 할 수 있다는 엄포를 놓은 셈입니다.
[앵커]
그렇군요. 연설도 연설이지만요, 이번에 참석한 인사들의 면면도 좀 주목해서 봐야 한다면서요?
[기자]
네, 이번 열병식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에,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리훙중 부위원장을 비롯한 중러 대표단이 주석단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참관한 점이 가장 눈에 띕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의해 대북제재를 받고 있는데요, 안보리 상임위는 만장일치제라서 지난 2017년 대북제재를 가할 때 두 나라도 찬성했었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등이 등장하는 열병식에 오히려 중러 대표단이 참여함으로써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용인하는 모양새가 된 셈입니다.
통일부도 북한이 중러 대표단의 방북으로 대외 메시지 발신에 집중하고,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에 맞서는 북중러 연대 구도를 보여줬다면서 군사 부문 강화로 인한 주민과 경제 부문의 희생을 합리화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지난 2월과 달리 김정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와 딸 주애는 이번 열병식에선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열병식은 아무래도 공개적으로 무기를 전시하면서 무력시위를 하는 성격도 갖지 않습니까? 이번에는 어떤 전략무기들이 새로 등장했나요?
화성-18형 ICBM. 연합뉴스[기자]
지난 2월 건군절 열병식에서 등장한 신형 고체연료 ICBM 화성-18형이 그대로 등장했는데, 그 외에 새로운 미사일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사진과 영상 등을 종합해 보면 화성-17형과 18형 ICBM, 그전에는 화성-8형으로 불렸던 화성-12나형 중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그리고 KN-23·24·25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이 그대로 등장했는데요.
다만 지난 26일 김정은 위원장과 쇼이구 장관이 함께 관람했던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 미국의 RQ-4 글로벌 호크 정찰기와 MQ-9 리퍼 공격기를 빼닮은 무인기 두 종류가 등장했는데 이것들이 열병식에 그대로 나왔습니다.
평양 상공을 날고 있는 샛별-9형 무인기. 연합뉴스북한 관영매체들은 여기에 대해 "새로 개발·생산되어 우리 공군에 장비하게 되는 전략무인정찰기와 다목적 공격형 무인기가 열병광장 상공을 선회하면서 시위 비행했다"며 이름은 각각 샛별-4형과 샛별-9형이라고 보도했는데요, 이름도 미국을 따라한 셈입니다. 어쨌거나 이 무인기들은 차량에 실려서 열병식에 등장하는 모습은 물론, 실제 비행을 하는 것도 포착됐습니다.
[앵커]
이 무기들의 수준도 가늠해볼 수 있나요?
[기자]
북한의 첨단기술 수준과 대북제재를 감안해 볼 때 첨단 항전장비나 레이더 등은 갖추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미군의 무인기와 헷갈릴 정도로 닮았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우리 군에 일정 수준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보입니다.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 연합뉴스이밖에 지난 3월과 4월 북한이 폭발 모의실험을 했다는 핵무인수중공격정 '해일'이 차량에 실린 모습도 포착됐는데요, 군 당국은 러시아의 핵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을 모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항구 근처에서 핵폭발을 일으켜 쓰나미를 통해 피해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는데요, 다만 '해일'은 둘째치고 '포세이돈'조차도 실제 핵폭발 실험을 한 적이 없어 일단 쓰나미보다는 핵탄두가 일으키는 폭발력 자체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가 관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