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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흉악범죄에 시민들 떠는데…장갑차 순찰이 능사일까

  • 2023-08-21 05:00

핵심요약

경찰, 신림동 성폭행 살인범 '강간 살인' 혐의 적용…피해자 끝내 숨져
흉기난동사건 이후 경찰 '특별치안활동'…무색하게 강력범죄 또다시 발생
"항상 조심하게 기도해달라" 인사말 된 지 오래…특공대 배치엔 실효성 의문
고위험군 사전 발굴 필요…사회 안전망 촘촘하게, 국가 시스템 점검 절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지난 6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학원 인근에서 경찰특공대원들이 순찰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대낮에 서울 신림동 한 공원 등산로에서 30대 남성이 여성을 무차별로 때리고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피해자는 끝내 숨졌다.

신림과 서현역 흉기 난동 이후 경찰은 범죄 예방에 총력을 쏟았지만, 도심 한복판 무차별 범죄는 막지 못했다. 보여주기식 치안강화가 아닌 실질적인 범죄 예방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특별치안활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후 전국 곳곳 지하철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엔 무장한 경찰특공대와 전술 장갑차까지 배치됐다.

특별치안활동 선포 이후 2주간 경력만 17만 8817명이 동원됐다. 이런 경찰의 치안활동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모(30)씨는 범행을 저질렀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등살인 혐의를 받는 최씨는 "평소 집과 가까워 운동을 위해 자주 방문하면서 CCTV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투입된 경찰력이 무색하게 범죄가 재발하면서 시민들은 또다시 치안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여의도 공원에서 만난 A씨는 "경찰이나 특공대가 고생하는 것은 알겠지만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며 "범죄 원인을 찾기보다 범죄가 발생하는 곳마다 뒤늦게 인력을 투입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지인들과 '항상 조심하게 기도해달라'고 하는 게 인사말이 됐다는 한 시민은 "내가 범인이라면 경찰이 있는 곳에선 범행을 저지르지 않겠다. 경찰력 배치만으로는 범죄 원인 제거가 결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을 먼저 발견하고 범죄 원인을 찾기 위해선 경찰뿐 아니라 다른 기관의 도움이 필요할 것 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경찰력 동원만으로는 범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별치안활동에 나서는 한 일선 경찰은 "단기적으로 보여주기에 그칠 뿐 (경찰)인력만을 투입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다중운집시설을 순찰하는 동안 기존 수사 사건은 지체되고 있다"며 "근본 해결을 위한 실질적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찰력 과잉 투입으로 현장에선 되레 치안이 약화할까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경찰은 "발생 사건에도 대응해야 하는데 기존 업무를 할 인력도 부족하다"고 했다. 한정된 경력에 과부하가 심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연이은 흉기 난동과 강력 범죄 예고에 경찰 대응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지만, 실효적인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사회에 대한 분노나 불만 등을 가진 범죄 고위험군을 조기에 파악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국대학교 곽대경 경찰학과 교수는 "중장기적으로 범행 의지를 품고 있는 사회적 외톨이들의 분노와 불만의 원인을 조기에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에 따른 것인지 소외감이나 인간관계 갈등에 의한 것인지 등을 파악해 개인적 원인에 맞는 맞춤형의 대응으로 범행 의지를 약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인 분석에도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희대학교 이택광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과 같은 범죄에 가담하고 있는 연령대를 주목하면 주로 20대 30대"라며 "박탈감이나 혐오의 감정이 집단 심리로 움직이고 타인에 대한 테러 행위로 공격성을 표출하고 있다"고 봤다.

이어 "단순히 개인의 정신병력에서 원인을 찾으면 해결책은 없어지고 범죄는 가속할 것"이라며 "사회 양극화를 해결해야 한다. 한국사회는 변곡점에 와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경찰뿐 아니라 지자체 등 여러 기관이 협력해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만들어야 한다고도 제언했다.

곽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의 전문기관, 시민단체 등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해주는 여러 기관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찰만 두드려 잘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경찰 인력 배치만으로는 강력범죄 예방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 역시 "결국 답은 복지 정책 강화다. 2030세대나 취약계층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고 다시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고위험군을 치료하거나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기사 주소: https://www.nocutnews.co.kr/59973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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