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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일반

    시장 불신 키우는 엉터리 경기전망

    일단 낙관적으로 전망한 뒤 수정이 관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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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은 현재와 미래의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분석에서부터 시작된다. 물가관리와 통화정책을 책임진 한국은행이 경기전망을 핵심 업무로 담당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은행의 부실한 경제전망이 도마에 올랐다. 터무니 없이 빚나간 예측으로 경제주체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는 것.

    한은은 지난 11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6%로 낮췄다. 지난해 말 3.2%에서 지난 1월 2.8%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한데 이어 이달에 다시 0.2%포인트 낮춘 것이다. 석 달 사이에 0.6% 포인트를 낮췄다.

    지난달 김중수 한은 총재는 3월를 금리를 동결한 후 가진 기자 간담회에서 1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보다 훨씬 높을 것이라며 4월 수정될 성장전망에서도 성장 패턴이 그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한 달 후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를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

    앞서, 지난해에도 한국은행은 최초 전망치로 3.7%를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2%를 기록했다. 무려 1.7%포인트의 격차가 발생한 것이다.

    그나마 지난해는 유럽재정 위기 등 대외 변수가 커서 이해가 된다 하더라도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한은이 제출한 자료를 보면 문제점은 보다 극명하게 드러난다. 지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한은이 제시한 최초 성장률 전망치와 실제 성장률 사이의 격차는 평균 1.6%포인트나 됐다.

    2008년의 경우 4.7%를 제시했지만, 실제 성장률은 2.5%로 2.2%포인트 차이가 났다. 2009년, 2010년에는 1.7%포인트씩, 2011년에는 0.9%포인트의 격차가 생겼다. 최초 예측 성장률과 1년 후 실제 성장률 간에 평균 30%가 넘는 오차가 발생한 셈이다.

    같은 기간 KDI(한국개발연구원)나 삼성경제연구소는 한차례 이상 근접한 예측치를 내놓으며 한은보다 오히려 정확성이 높았다. 외국 투자은행인 도이치방크는 4년 평균 오차가 0.7%로 한은보다 훨씬 더 정확했다.

    최고의 경제 전문가 집단으로, 물가관리와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의 경기 예측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일이다.

    사실, 정부가 산출하는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 외적 요소들이 개입돼 왜곡될 소지가 많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지난해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임기 말 방만한 예산을 짜고 이를 충당할 세입을 짜맞추는 과정에서 성장률을 턱없이 높게 잡았던 측면이 있었다.

    이같은 정부 행태에 김중수 총재는 지난해 9월 직접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당시 기획재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4%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자 "미래를 밝게 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예상치를 잘못 잡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 사이에 조화를 이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던 것.

    이런 이유로 중앙은행의 경제전망은 정부 전망에 비해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무게가 다르다. 정치적 논리가 배제된 객관적이고 정확한 분석과 전망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법으로 보장한 것도 한국은행이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한은은 그만큼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경제전망를 내놓아야 할 무거의 책임이 있는 것이다.

    문제는 최근의 경기상황에 대한 한은의 판단이다. 한은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전방위 압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경기가 회복 국면에 있다는 인식을 근거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통화정책은 한은의 고유 권한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어떤 외부의 부당한 간섭과 압력에도 굴복해서는 안된다. 한은 스스로 경기에 대한 판단과 분석을 통해 거시정책을 수행해야 하고, 그런 점에서 4월 기준금리 동결은 한은의 판단이 옳다는 전제에서 시간이 지나면 제대로 된 평가 받을 수 있는 결단이었다.

    그러나, 경제성장률에 대한 한은의 실망스런 예측과 마찬가지로,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잘못된 판단으로 의사결정이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점에 경제 주체들은 의구심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4월 금통위의 금리동결 결정 과정에서도 만장일치는 아니었다. 일부 금통위원은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내수 회복세는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금리 인하 의견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결정에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시장도 쉽게 수긍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한은이 신뢰를 잃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한은으로서는 곤혹스런 일이다. [BestNocut_R]

    국내 투자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가급적 낙관적으로 전망하려는 것이 관행으로 굳어진 것 같다''''며 ''''분기마다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매너리즘에 빠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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