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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해 직원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 혐의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선거 개입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적용해 기소하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법정에서 검찰과 원 전 원장 변호인들 사이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정원장이 직원들을 동원해 정치‧대선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 전례가 없는데다 검찰이 적용한 ''공무원은 지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는 공직선거법 85조1항을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징역형(5년 이하)을 선고하도록 있기 때문이다.
판결을 가름해볼 명확한 기준도 없는 데다가 자칫 중형이 나올 수 있어 변호인들이 무죄 입증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원 전 원장을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일단 국정원법 위반 혐의 입증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정 현안에 대한 입장이 선거 이슈가 되는 각종 선거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 의견 유포나 정부시책에 반대하는 야당에 대한 반대 의견 유포를 지시하는 것은 명백한 국정원법 위반으로 불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검찰은 여기에 원 전 원장의 지시사항이 부서장과 실,국장, 팀장 회의를 통해 직원들에게 즉시 전파되고 수시로 활동보고가 이뤄진 만큼 원 전 원장의 구체적인 선거개입 지시가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원 전 원장 측은 대북심리활동에 대한 지시를 내렸을 뿐 구체적인 활동 지시는 내리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어 창과 방패의 싸움은 여기서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이번 재판 쟁점은 원 전 원장이 종북 세력에 대한 선제적 대응을 지시하는 과정에 선거개입 의도가 포함됐는지 여부다.
서울고법 형사부의 한 부장판사는 "지시, 보고와 관련한 결정적인 증거 없이 정황증거만으로 기소했다면 공소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검찰이 확보한 증거가 원 전 원장이 정치,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입증하는 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선거법 전문 변호사 역시 "원 전 원장의 지시와 직원들의 구체적인 작업 사이에 연결고리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직원들이 어떤 경위에서 댓글 작업에 나섰는지에 대한 진술과 당시 정황을 두고 검찰과 변호인 사이에 공방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직원들을 기소하지 않고 불기소처분 한 것이 향후 공판에서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수통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원 전 원장이 구체적으로 댓글을 지시했다는 증가가 약해보이고 댓글을 단 직원들의 행위가 명백한데, 검찰은 오히려 원 전 원장만 기소한 게 좀 이상하다"며 "공판 과정에서 직원들이 ''피상적인 지시에 대해 구체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한다면 공소유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BestNocut_R]
판사출신의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장만 기소했기 때문에 향후 재판과정에서 면책 처분을 받은 국정원 간부, 직원들이 검찰 수사단계에서 했던 진술을 바꿔 원 전 원장에게 유리한 쪽으로 진술을 바꿀 가능성도 있다"며 "그러면 지시 행위 입증이 어려워져 원 전 원장에 대한 유죄 판결을 이끌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