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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공부 대신 일에만 매달려야 된다는 게 말이 됩니까?"
'반값 등록금 될 때까지!'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피켓을 든 학부모 조광성(46) 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 씨는 직접 만든 이 피켓과 함께 대학생 아들(20)의 손을 잡고 집회에 참석했다.
지난 학기 납부한 아들의 등록금은 487만 원. 자영업을 하는 조 씨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들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들어온 적금까지 해약했다. 조 씨는 "이번 학기는 근근이 냈지만 당장 다음 학기부터 등록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의 무거운 어깨를 본 아들은 용역업체에서 하는 청소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지만, 한 달에 손에 쥐는 돈은 25만 원이 고작이다.
아버지 조 씨는 "교육은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인데 학생들의 목소리에 국가가 '나 몰라라'하는 현실이 답답해 거리로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사흘 전부터 대학 앞에서 등록금 문제에 항의하는 1인 시위도 하고 있다.
수업이 끝나면 새벽 2시까지 고깃집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대학생 정용호(21) 씨 역시 "공부가 너무 하고 싶은데도 도서관 대신 고깃집을 가야만 한다는 현실이 너무 억울해서 알바 갈 시간을 쪼개 참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IMG:3}넉넉지 않은 사정에 사립대에 재학 중인 누나까지 집안에 대학생만 둘인 탓에, 등록금 납부 기한만 되면 부모님의 한숨소리가 더욱 깊어진다. 자취생인 정 씨는 "공부도 내팽개치고 일을 하는 건데도 등록금은커녕 한 달 생활비도 빠듯하다"고 털어놓았다.[BestNocut_R]
정 씨는 "집회에 오고 싶어도 아르바이트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이 있다"고 덧붙였다.
9일 대전 궁동 로데오거리에 모인 100여 개의 '촛불'들은 이처럼 등록금에 대한 한숨 섞인 사연들을 갖고 있었다.
이광록 충남대 경상대학 학생회장은 "이렇게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데 의의를 두고 싶다"며 "처음 시작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변화가 생길 때까지 머리를 맞대고 꾸준히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등록금 촛불집회는 오는 11일까지 대전 으능정이 거리 등에서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