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진보신당 前 대표 심상정
90년대 이후에 보기 힘들었던 최루액이 다시 등장했습니다. 지난 주말, 한진중공업의 집단해고 철회를 요구하면서 무려 1만여 명의 사람들이 버스를 나눠 타고 부산에 모여들었는데요. 이것이 이른바 희망버스라는 행사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행진을 막기 위해서 경찰이 최루액을 분사했고 수 십명을 연행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들이 그렇게 폭력적인 시위를 했는가, 그래서 최루액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는가, 바로 이 부분이 궁금한데요. 연행이 됐다가 어제 풀려난 심상정 前 진보신당 대표 연결 해 보겠습니다.
심상정
◇ 김현정> 경찰서에서 세 끼 밥을 드셨네요. 소감이 어떠십니까? (웃음)
◆ 심상정> 제가 국민의 세금을 축냈습니다. (웃음)
◇ 김현정> 어떤 상황에서 연행이 되신 거예요?
◆ 심상정> 한진중공업 가는 도중에 경찰이 700m 전방에 차벽을 쌓아서 봉쇄를 했어요. 비가 억수같이 오는데 한 1만여 명이 5시간 가까이 대기를 했었거든요. 그래서 한 5시간 정도 길을 터달라고 강력하게 요구를 했는데, 계속 봉쇄를 하고 있으니까 항의가 빗발쳤죠. 그런 상황에서 최루액이 난사됐고 무차별 연행이 시작됐고 저도 그중에 한 사람이 됐습니다.
◇ 김현정> 연행은 몇 분이나 되셨어요?
◆ 심상정>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분이 50분 된다고 저도 보도를 통해 봤습니다.
◇ 김현정> 최루액은 언제부터 어떤 식으로 분사가 된 건가요?
◆ 심상정> 야당 정치인들이 맨 앞줄에 있었어요. 그런데 차벽 쌓고 양쪽 인도에 전경들이 막고 있었는데, 그 앞에 다가가면 물대포에 섞인 최루액도 엄청나게 쐈지만, 손으로 조준사격 하듯이 쏘는 최루액이, 이게 위협적이더라고요.
◇ 김현정> 손으로 조준사격한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 심상정> 가까이 다가오거나 밀거나 하는 사람들을 향해서 손으로 발사를 하는 거죠. 눈으로 직접 쏘는 경우도 있고 귀로도 들어가고. 그래서 조준사격하는 최루액을 맞고 실신하거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저도 최루액을 굉장히 많이 맞았어요.
◇ 김현정> 화상을 입은 분도 계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 심상정> 저랑 같이 연행된 분들 중에서 다리가 퉁퉁 부은 분이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어제 와서 여러 차례 깨끗이 씻었는데 아직도 두 손이 굉장히 얼얼해요. 김치 담글 때 고춧가루를 비닐장갑을 쓰지 않고 버무리면 화끈화끈하는 그 느낌이 납니다.
◇ 김현정> 사실은 발암물질까지 포함이 돼 있다고 해서, 이것을 과연 시위현장에서 쓸 수 있느냐 없느냐 한참 논란이 있었는데 이번에 또 쓰였다는 거네요?
◆ 심상정> 인권위원회가 주도해서 이 최루액의 유해성 기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청취자 질문 들어오는데 물대포나 최루액은 시위에서 늘 등장하는 것 아닙니까, 이번에 좀 더 심했다는 이야기입니까? 이런 질문이 들어왔네요.
◆ 심상정> 글쎄요. 매번 맞아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물대포를 엄청나게 비 오듯 쏟아 부었어요. 거기에 형광물질하고 최루액을 섞으니까 도망갈 때 조금 흘려 맞은 것 하고는 다르잖아요. 이번에 아주 엄청 비 오듯 맞아봤는데 거의 숨을 못 쉴 지경이었어요.
◇ 김현정> 숨을 못 쉴 정도로 퍼부었다?
◆ 심상정> 네. 숨을 못 쉬고 엄청 따갑고 부풀어 오르고 그랬죠.
◇ 김현정> 과잉진압이라는 말씀이신데요. 경찰측은 이렇게 주장합니다. 이번 야간집회, 행진은 명백한 불법행위다. 영도조선소는 국가 주요시설인 만큼 진입을 봉쇄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 법적으로 따지면 맞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 심상정> 우선 한진중공업이 국가주요시설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 동의하지 않고요.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이번에 희망버스에 내려간 시민들이 중공업 담벼락은 안 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을 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화시위를 보장하고 길을 보호해야 될 경찰이 한진중공업을 넘어설 것이라는 자신들의 예단을 가지고, 중간에 우리 시민들이 가는 길을 차단한 것이 과연 옳은 것이냐, 저는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담벼락을 넘을 생각은.
◆ 심상정> 경찰이 중간에 완벽하게 오갈 수 없을 정도로 차단을 했기 때문에 거기서 우리는 길을 터달라고 할 수밖에 없었고, 밤새 시민들이 비를 맞으면서 고생을 했거든요.
◇ 김현정> 과격시위는 전혀 아니었습니까?
◆ 심상정> 가족 단위로 온 분들도 계시고 장애인들도 많으시고요. 이번처럼 각계각층에서 다양한 분들이 삼사오오 모여서 1만 명 정도를 이루는 이런 행렬을 보고 저도 굉장히 놀랐거든요. 어떤 무기를, 흉기를 소지한 것도 아니고요. 경찰이 막았기 때문에 거기서 대기한 것이고, 몸싸움도 그렇게 치열하지 않았습니다. 폭력이나 이런 걸로 연결하려고 하는 것은 경찰의 지나친 자기방어 논리라고 봐요.
◇ 김현정> 혹시 책임자가 이 부분에 대해서 사과를 해야 된다든지 뭔가 대책이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 심상정> 지금 조현오 경찰청장 체제 하에서,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민생현장에 공권력집행이 편향적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과잉진압이 많고요. 사실 우리나라가 헌법에서 노동 3권이 보장되어 있고 또 특별법으로 노동법이 제정돼 있는데 현실에서 이런 노동권 행사가 온전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거든요. 거기에 큰 책임이 있는 게 바로 경찰 공권력의 편향적 행사라고 봐요. 기업주나, 또 기득권층의 탐욕과 이익을 옹호하는 데 경찰력 행사가 지나치게 과잉행사하고 있지 않느냐, 생각을 합니다. 그런 문제에 대해서 분명한 쇄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