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4대강 사업에 270억 원의 홍보비를 쏟아부은 것도 모자라 4대강 활용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방문객을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방문객 중에는 청와대 정책자문위원회 등 정부 관련기구나 친 정부 성향의 단체들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5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국토해양위 소속 민주통합당 박수현 의원을 통해 입수한 '4대강 현장방문 현황'에 따르면 국토해양부는 지난 2월부터 언론인, 공공기관, 학생, 민간단체 등을 상대로 4대강 현장방문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이 행사는 국토부 4대강살리기추진본부가 이들을 4대강 현장으로 데려가 4대강 이용방법 등에 대해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으로,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예산 6,000여만 원이 쓰였다.
정부가 4대강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홍보를 계속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초청기관 중 상당수가 정부 관련기관이어서 애꿎은 '세금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4대강과 직접 관련이 있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전 국장급 직원을 비롯해 청와대 정책자문위원회,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 국토부 대학생기자단 등이 바로 그들이다.
또 4대강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진 국제수리학회, 서초구 재향군인회가 주축이 된 서초포럼 등도 초청기관에 포함됐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4대강이 순차적으로 개방되면서 정부의 기조는 4대강 사업을 바로 알리는 '홍보'에서 '4대강 활용'으로 전격적으로 바뀌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4대강 자전거길을 여름 휴가지로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이런 흐름에 따라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4대강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경우 지난 8월부터 4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4대강과 함께 하는 열린 박물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4대강살리기추진본부는 지난달 9일 기준으로 4대강을 찾은 인파가 1,000만 명을 돌파했다며 "범국민적 휴식처로 거듭나고 있는 4대강이 국민들로부터 검증 받은 결과"라고 자찬했다.
이들 방문객들 중에는 정부가 홍보비를 쓴 현장방문 초청기관과 박물관 사업 참가자 등도 포함돼 있다.
한편 4대강 보에서 세굴 현상이 계속되고 부실한 사후 관리 정황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는 시민단체 등의 지적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4대강 자전거길이 새 생명을 불어넣는 '한(韓) 문명 실크로드'로 거듭나고 있다. 머지 않아 세계인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한 점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박수현 의원은 "국민 대다수가 반대한데다 부실공사, 홍수피해, 담합, 비자금 조성 등 수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4대강 사업을 홍보하기 위해 국민 혈세로 방문객을 동원한 것은 문제"라며 "4대강의 문제점은 은폐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보여주려는 전시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가장 큰 과제는 현장방문이기 때문에 (4대강을) 홍보해줄 수 있고 체험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분들을 초청한 것이고, 일반 민간단체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며 "4대강을 잘 활용하자는 취지이지 자화자찬하려는 행사는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