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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투시경 200만원, 적외선 표적지시기 40만원, 저격용 조준경 10만원, 대검 3만원….
동두천 주한미군 기지의 병사들이 소속부대의 장비를 훔쳐 내다팔면서 벌어들인 장비당 '용돈' 값이 이같이 드러났다.
1일 검찰에 따르면 경기도 동두천에서 군용장비를 거래하는 김모(42)씨는 2010년 10월쯤 주한미군 2사단에 근무 중이던 신원불명의 미국인을 만났다. 시가 200만원 상당의 적외선 표적지시기를 거래하기 위해서였다. 물건은 이 미국인이 부대에서 훔쳐온 것이었고, 흥정 뒤 40만원에 김씨 소유물이 됐다.
김씨는 2011년 5월 또 미군으로부터 장비를 사들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맥스 상병'이라는 사람이 적외선 표적지시기를 3개나 훔쳐갖고 왔다. 맥스는 300만원이 넘는 야간투시경도 3개나 가지고 나왔다. 김씨는 적외선 표적지시기는 개당 700달러, 야간투시경은 개당 2000달러에 사들였다.
역시 동두천에서 군용물품 매장을 운영하는 황모(48)씨도 2011년 미군들로부터 '훔쳐낸' 장비를 대거 매입했다. 황씨는 신원불명의 미군들로부터 그해 3~6월 대검을 54개나 사들였다. 시가 100달러 상당인 이 물건들은 20~30달러에 인수됐다.
황씨는 같은해 4월 신원불명의 미군으로부터 저격용 조준경도 개당 10만원에 10개를 사들였다. 황씨가 인수한 저격용 조준경들은 서바이벌 동호회원 이모(36)씨, 맹모(43)씨, 김모(38)씨 등에게 차례로 되팔렸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군의 군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장에서 자신의 목숨을 지켜줄 장비를 용돈벌이 대상으로 삼았다. 장비들 가운데 적외선 표적지시기, 야간투시경 등은 미국 정부가 전략물자로 지정한 유통금지 물품이다.[BestNocut_R]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이형택 부장검사)는 일단 군사장비를 불법 거래한 혐의(군용물 등 범죄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로 김씨와 황씨 등 거래자 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장비를 훔쳐 내다판 미군 등에 대해서는 경찰과 미군 당국이 계속 수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미군 장비유출의 '윗선'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출자가 한 사람이라면 추적 수사가 가능하겠지만, 여러 미군들이 '용돈벌이'에 나선 것이라면 수사가 간단치 않을 것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