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공직자의 취업 제한을 강화하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일명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지법’ 처리에 제동이 걸렸다. 고위 법관ㆍ검사들의 퇴직 후 로펌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 등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3일 전체회의를 열어 지난달 14일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를 통과한 공직자윤리법 개정안 등을 상정, 심의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세월호 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관피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된 세월호 후속법안의 하나이다.
관피아방지법은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의 퇴직 후 취업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2급 이상 고위직에 대한 업무관련성의 판단 기준을 ‘부서의 업무’에서 ‘기관의 업무’로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특히 변호사와 공인회계사, 세무사 자격증 소지자에 대해서도 재산공개 대상자에 한해 취업제한 심사를 받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고법 부장판사 이상 고위법관이나 검사장급 이상 고위 검사들이 퇴직하면 3년 간 법무법인 등 취업이 제한된다.
변호사 등 자격증 소지자의 경우 법무법인 등에 취업할 수 있도록 한 현행법의 예외조항을 삭제한 것인데, 법조계의 고질적인 관행인 ‘전관예우’를 획기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주목을 받았다.
법사위는 그러나 관피아방지법이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법안을 의결하지 않고 일단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업무 관련성 판단 범위를 부서에서 기관으로 확대하고 변호사 등은 거의 직종으로까지 늘리고 있기 때문에 직업선택의 자유의 본질적인 부분을 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임중호 법사위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2급 이상 고위직의 업무관련성 판단기준을 확대하는 것은 직업선택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가 될 수 있고, 고위 법관ㆍ검사의 취업 자체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수 있고 직업선택의 자유 및 평등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사위 한 관계자는 “법피아 방지라는 대의에는 공감하지만 법조계에서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취업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법사위는 오는 5일 법안소위를 열어 관피아방지법을 다시 논의하고 의결될 경우 전체회의를 거쳐 이번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위헌 소지가 제기된 만큼 처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더욱이 세월호 참사 이후 재발 방지 차원에서 마련된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잠재적 이해당사자인 변호사 출신 법사위원들이 자신들과 관련된 조문 개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