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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비상' 속 경기경찰청장은 행사 참석

사회 일반

    인질극 '비상' 속 경기경찰청장은 행사 참석

    • 2015-01-14 06:22

    인질 수도, 현장 상황도, 범인과 피해자 관계도…경찰, 아는 게 없었다 "경찰이 전문적으로 대처했으면 딸은 살릴 수 있었을 지도" 아쉬움

     

    2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 인질극 사태와 관련해 경찰의 미숙한 대응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장에서 특공대 투입 등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지휘해야 할 경찰청장은 인질극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사건현장에서 수십㎞나 떨어진 곳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느라 뒤늦게 현장에 합류했다.

    경찰은 또 인질의 수나 현장의 상황, 인질범과 피해자들의 관계 등 기초적인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허둥댔다.

    경찰이 개입하기 전에 숨진 범인 아내의 전남편은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경찰 협상팀이 전문성을 발휘해 인질범을 진정시켰거나 적절한 시점에 강제진입했더라면 딸만은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남겼다.

    김종양 경기경찰청장은 다수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안산 인질극 당시 남양주에서 있었던 행사에 참석하느라 3시간여 뒤 사건현장에 도착, 처신이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찰에 인질극 신고가 접수된 지 20여분 후인 13일 오전 9시 55분께 경기청 형사과는 김 청장에게 "40대 남성이 의붓딸 2명을 흉기로 위협하고 있다"며 인질극 사건을 보고했다.

    김 청장은 오전 9시 10분께 이미 경기청에서 남양주로 떠난 상황이었다. 남양주와 사건이 일어난 안산은 '경기도의 끝에서 끝'이라고 할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다.

    형사과에 "(서울경찰청에)경찰특공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한 김 청장은 차를 돌리지는 않은 채 남양주경찰서 행사 참석을 강행했다.

    이날 남양주서에서는 경기청장의 '치안현장 방문' 행사가 계획돼 있었다.

    경찰은 오전 10시 15분께 경찰특공대를 요청했고, 특공대는 오전 11시 30분께 현장에 도착해 건물 옥상 등을 검거하고 작전 개시 명령이 내려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김 청장은 낮 12시께 상황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 결국 남양주에서 계획된 오찬 일정을 취소하고 안산 인질극 현장으로 향했다.

    오후 1시 넘어 현장에 도착한 뒤 사건을 지휘한 김 청장은 오후들어 자수하겠다던 김모(47)씨가 전화를 끊은 뒤 문을 열어주지도 않은 채 1분 10초간 전화도 받지 않자 특공대를 투입시켜 5분 만에 김씨를 검거했으나 두명의 목숨이 희생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찰 간부는 "경기청은 소속 특공대가 없어 타청에서 지원을 받는다"며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인질극과 같은 상황에서는 통상 지방청장이 현장을 지휘하고, 특공대 투입을 결정하는 것이 맞다"고 전했다.

    경기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청장은 (즉시)현장에는 오지 않았지만 유선 상으로 상황을 보고받고, 특공대를 요청하도록 지시하는 등 임무를 다했다"며 "또 점심식사를 취소하고 현장으로 와서 지휘하는 등 문제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더구나 경찰은 인질극이 벌어진 내부 사정도 모른 채 강제 진입 작전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A(44)씨로부터 "재혼한 남편이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두 딸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협박 전화를 걸어왔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 전남편 B(49)씨의 다세대주택으로 출동해 김씨와 대치했다.

    5시간여 만인 오후 2시 20분께 경찰은 인질 상태가 우려된다며 특공대를 강제 진입시켜 김씨를 검거한 뒤 숨진 B씨와 흉기에 찔린 막내딸을 발견했다. 막내딸은 결국 숨졌다.

    인질극이 벌어진 B씨 집 안에는 경찰이 앞서 파악하고 있던 인질인 A씨와 B씨 사이의 두 딸 외에도, 전날 김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B씨 시신과 B씨의 지인 여성도 함께 있었다.

    경찰은 집 안에 몇 명이, 어떤 상태로 있는지조차 모른 상태에서 특공대를 강제 진입시킨 것이다. 경찰이 꼼꼼히 챙겼더라면 딸들과 함께 살아온 B씨와 지인이 집안에 있었을 가능성도 간파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경찰은 인질극이 벌어지는 동안 김씨와 A씨, B씨의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또 협상 당시 경찰은 A씨가 김씨에게 '왜 그렇게 사느냐'는 등 자극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데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오전 중 A씨와 통화하다가 격분해 막내딸을 흉기로 찔렀다'고 진술했다.

    인질극 상황에서는 경찰의 협상팀이 전문성을 발휘해 범인을 진정시키고 시간을 벌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러나 이날 경찰은 김씨가 아내와 통화 중 흥분해 인질인 의붓딸에게 흉기를 휘두르기까지 전혀 상황을 통제하지 못했다.

    설사 김씨를 달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김씨가 매우 격분한 상태였고 이미 한사람을 살해한 상태였다는 사실만 제대로 파악했더라도 좀더 일찍 특공대를 투입해 딸만은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 담긴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인질극에 대한 경찰 대응은 문제될 것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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