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부족하면 과식하게 되는 과학적인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시카고 대학 의과대학 내분비-당뇨병-대사 연구실의 에린 핸론 박사는 수면부족이 먹는 즐거움을 자극하는 뇌 속의 화학물질 2-아라키도노일글리세롤(2-AG)을 증가시켜 과식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고 워싱턴 포스트 인터넷판과 메디컬 익스프레스가 29일 보도했다.
20대 남녀 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핸론 박사는 밝혔다.
2-AG는 배고픔, 알코올, 니코틴 욕구 등을 보상하는 쾌락중추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에서 자연합성되는 물질이다.
핸론 박사 연구팀은 이들에게 나흘 동안 실험실에서 지내면서 매일 밤 8.5시간 침대에 머무르게 했다. 이들은 평균 7.5시간 잠을 잤다.
이어 또 다른 나흘 동안은 침대에 머무는 시간을 매일 밤 4.5시간으로 제한했고 이들은 평균 4.2시간 수면을 취했다.
두 번의 4일간 실험이 진행되는 동안 이들에게는 매일 아침 9시, 오후 2시, 저녁 7시에 똑같은 내용의 식사가 제공됐다.
연구팀은 매일 여러 차례 이들의 혈중 2-AG 수치를 측정하고 배가 어느 정도 고픈지를 물어봤다.
그 결과 정상적인 수면을 취한 나흘 동안은 2-AG 혈중수치가 밤중에는 낮았다가 낮에는 서서히 높아지면서 오후 12시 30분 최고에 도달했다. 그 뒤부터는 다시 낮아졌다.
수면이 부족한 나흘 동안은 그러나 정상수면을 취한 날보다 2-AG 수치가 더 높게 올라가면서 오후 2시 30분 최고에 이른 다음 저녁때까지 내내 높은 수치가 지속됐다.
배고픔과 식사습관도 잠을 제대로 잔 날과 못 잔 날이 크게 차이가 났다. 잠을 못 잔 날은 배고픔이 심했고 식욕도 왕성했다.
특히 2-AG 수치가 최고에 이른 시각인 점심식사 직후에 배고픔과 식욕을 가장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의 4일간 실험이 끝난 뒤 과자, 칩, 캔디 등 '간식부페'를 차려주자 잠 못 잔 4일 후에는 제대로 잠을 잔 4일 후보다 거의 2배나 많이 먹었다.
잠이 부족한 날엔 그만큼 추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에 더 많이 먹을 수는 있지만 깨어있을 때 필요한 추가 에너지는 시간당 17칼로리 정도인데 실제로 이들이 추가로 섭취한 간식은 평균평균 300칼로리였다.
이 실험결과는 잠이 부족하면 뇌에서 배고픔을 유발하는 기전이 작동하며 이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즐기는 쾌락인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위험도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핸론 박사는 설명했다.
엔도카나비노이드 시스템은 식욕, 운동학습, 통증, 일부 인지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믿어지고 있다. 마리화나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카나비놀(THC)도 이 시스템을 활성화시킨다.
이 연구결과는 과학전문지 '수면'(Sleep) 최신호(2월 29일 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