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사진)을 천거함에 따라 국내 그룹 중 처음으로 오너 4세대 경영시대가 본격 막이 올랐다.
박정원 회장은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고(故) 박두병 창업 회장의 맏손자며 박승직 창립자의 증손자다.
부보상으로 출발, 구한말인 1896년 서울의 배오개시장(지금의 종로4가)에 포목상 ‘박승직상점’을 개설한 이래 120년 만이며, 1946년 박승직상점을 두산상회로 재개업한 이래 70년 만에 4세 경영체제가 됐다.
올해 재계 신년 인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주요 그룹 오너 4세들이 경영 최일선에 나선 점이다.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도 전무가 됐으며, 코오롱그룹은 이웅열 회장의 장남인 이규호 상무보가 임원 대열에 합류하는 등 본격적인 4세 경영구도를 연 것으로 평가된다.
재계에서 많은 오너 4세들이 전무 승진 등 전진 배치됐지만, 그룹 회장은 두산이 처음이다.
두산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 연령이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62년 生인 박 회장의 4세대 경영시대가 되면서며 대대적인 세대 개편을 예고했다.
지난 1985년 두산산업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박정원 회장은 2007년 ㈜두산 부회장,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해왔다.
특히 ㈜두산 지주부문 회장으로서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했다.
특히 ㈜두산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2년 만에 수주 5870여 억 원을 올리는 등 과감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왔다.
박정원 회장의 기존 관습에 묶이지않는 철학은, 현재 구단주를 맡고 있는 두산베어스의 선수 육성 시스템에서 잘 나타난다. 역량 있는 무명 선수를 발굴해 육성시키는, 이른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베어스의 전통에는 인재 발굴과 육성을 중요시하는 박정원 회장의 경영철학이 잘 반영돼 있다.
평소 성품이 과묵하고 소탈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박정원 회장은 부인 김소영씨와 슬하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부인 김소영씨는 공군 참모총장을 지낸 김인기 제13대 국회의원의 딸이다.
오너 4세들은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책임도 이행해야 하는 이중고 속에 있다.
국내 그룹 중 처음으로 오너 4세대 총괄 경영을 맡은 박 회장은 창업주 세대보다 능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사회적인 책임도 이행해야 하는 이중고 속의 시험대에 놓이면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